쭈쭈를 처음 만난 날
제게는 17살 된 쭈쭈라는 냥이가 있었습니다.
쭈쭈는 제게 아주 특별한 아이지요. 바로 저를 집사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2003년 어느 여름날, 남산 근처에서 회사를 다니던 때였습니다.
회사 앞 공터에서 동료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허름한 행색의 한 남자가 꾸물꾸물 움직이는 검은 봉지를 들어 보이며 우리를 향해 뭐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인즉, 길냥이가 낳은 고양이 새끼들인데, 봉지째로 어딘가 버릴 곳을 찾는다는 거였습니다.
보아하니, 정신이 조금은 우리와 다른 사람인 것도 같았습니다.
아무튼 이건 아니다 싶었지요. 그 남자는 정말로 버릴 기세였습니다.
검은 비닐봉지 안을 보니 정말 두 아기 고양이가 꼬물거리고 있었습니다.
"아가들, 제게 주세요."
저는 불쑥 말을 내뱉었습니다. '동물구조단체에 보내면 되겠지'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일단 꼬물거리는 아가들을 받아 살펴보니, 상태가 말이 아니었습니다.
손안에 포옥 들어올 만큼 작은 아가들의 피부가 곰팡이 때문인지 여기저기 벗겨져 있고 그나마 있는 털들은 엉켜 있고....
이 생명들을 어쩌면 좋을지 몰라 마음이 아팠지요. 곧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희 단체에 보내시는 건 상관없는데, 사정상 하루 안에 입양이 안 되면 안락사하게 될 거예요."
이건 또 웬 날벼락같은 소리입니까? 한 동물구조단체에 전화를 걸었더니 들려온 답변이었습니다.
전화를 끊은 그 순간, 전 알 수 없는 무게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집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지요.
집사라는 말을 '주인 가까이에 있으면서 그 사람 일을 맡아보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 그 이상은 알지도 못할 때였습니다.
두 녀석을 데리고 일단 병원부터 찾았습니다.
태어난 지는 1개월 정도 되었고, 피부병이 너무 심해 위급할 정도라고 했습니다.
치료를 맡기고 나니 또다시 정신이 버쩍 났습니다.
저는 한 번도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었는데, 이를 어쩔까요...
급한 대로 고양이 카페에 가입해 이런저런 궁금한 이야기들을 적었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분께서 아기 분유 먹이는 법부터 화장실 사용법, 평상시 관리 방법까지 상세히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정말 고맙게도 아기들 사료와 케이지 등 꼭 필요한 물건들을 제가 근무하는 회사로 보내주셨습니다.
그분은 대O항공에서 근무하는 분이라고 하셨는데, 사례도 정중히 거절하셨습니다.
얼마나 그 마음이 고맙던지 지금 생각해도 코끝이 시립니다.
아가들은 씩씩하게 치료를 잘 견뎌주었습니다.
한 녀석은 노랑둥이 태비, 또 한 녀석은 고등어 태비였지요.
피부병도 말끔히 낫고 살도 통통 오르고 보니 이렇게 예쁜 천사들이 없었습니다.
특히 노랑둥이 녀석은 어찌나 예뻤는지 입양도 갔습니다.
병원에서 사연을 들은 어느 할머니께서 노랑둥이 녀석을 키우고 싶다고 하셨지요.
이제 남은 녀석은 고등어 태비 한 녀석!
저는 이 녀석에게 쭈쭈라고 이름 지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난생처음, 집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