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쭈와의 영원한 이별
준비할 겨를도 없이 저를 집사로 만들어 버리고, 그와 사랑에 빠지게 만든 냥이, 쭈쭈와 함께 한 시간은 17년이 넘습니다.
초보 집사인 덕분에 고양이의 습성에 대해 잘 몰라서 애를 먹었던 시절도 겪었지요.
저의 샌들 물어뜯기가 취미였던 녀석 때문에 내다 버린 샌들만도 열 켤레가 넘습니다.
쭈쭈는 게다가 비싼 신발만 골라서 물어뜯는 재주가 있는 비상한 냥이였습니다.
스페인에서 큰맘 먹고 공수해 온 유일한 명품 가방도 시원하게 해치웠지요.
그런데 왜일까요? 전 그런 쭈쭈에게 도통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화를 낸다고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습니다.
그보다는, 물건을 잘 보관하지 못한 저의 탓을 하게 되더군요.
그냥, 쭈쭈가 하는 짓은 모든 게 다 예뻐 보였으니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런 쭈쭈와 함께한 지 15년 정도 흐른 즈음이었을까요?
밤에 잠자리에 들 때면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쭈쭈와의 이별이 가까워오는 건 아닐까?...'
조금씩 살이 빠지고, 조금씩 굼떠지며, 조금씩 푸석해지는 녀석을 보면서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그렇다고 저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안 한 건 아니었습니다.
'비닐봉지째로 쓰레기통에 버려질 뻔한 녀석이 내게 선물처럼 다가온 건 다 이유가 있어서일 거야...
지금까지 크게 아픈 데 없이 잘 살아오고 있는 거면 나도 아주 나쁜 집사는 아니야...'
유독 밤이면, 문득 이별의 순간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저렇게 나름대로 마음의 방파제를 굳게 쌓았지요.
그러나 스스로를 애써 위로하며 잠자리에 들어보지만, 눈물이 나는 날이 잦아졌습니다.
어느 날 아침, 쭈쭈의 토악질 소리에 번쩍 눈이 떠졌습니다.
비틀비틀 걷는다 싶더니 헛구역질을 몇 번 하고는 비척거리며 제게 오더군요.
저는 쭈쭈를 안아 침대 위에 눕혔습니다.
어젯밤만 해도 궁둥이팡팡 놀이를 했습니다.
푸석해진 털을 빗어주면 수척한 눈빛이지만 제게 골골송도 불러주었습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제 발치에서 잠이 들었던 쭈쭈였습니다.
그런 쭈쭈가 말없이 흐린 눈으로 쌔액쌔액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동물병원에 전화해 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단단히 쌓아 올린 줄만 알았던 마음의 방파제가 일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럴 줄 몰랐습니다.
그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줄로만 알았는데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눈물로, 흐느낌으로, 울부짖음으로 저는 범벅이 되어버렸습니다.
"내게 와줘서 고마워...
나의 고양이가 되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쭈쭈야..."
2020년 11월 16일, 쭈쭈는 그렇게 무지개다리를 건너 하늘 한켠 아름다운 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