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 part.1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것은 세 개의 혁명이었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약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다. 과학혁명이 시작한 것은 불과 5백 년 전이다. 이 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을 새로이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 이들 세 혁명은 인간과 그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것이 이 책의 주제다. (p. 19)
> 이 글토막 하나에 책 전체 내용이 다 들어 있다. 이 책은 <인지혁명-농업혁명-과학혁명>을 거치면서 사피엔스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를 정리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짧은 글토막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지혁명-농업혁명-과학혁명을 거치면서 쌓인 시간의 층이 지금 우리의 삶을 어떻게 떠받치고 있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 인간사에 많은 혁명이 있었다. 프랑스 혁명, 산업혁명, 상업혁명, 시민혁명 등등 우리가 이름 들어본 것만 해도 그 숫자가 꽤 된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지구에 나타나고 나서 수만 년 동안의 시간을 쭉 놓고 보면 혁명이라고 부를 만한 사건이 훨씬 많을 것이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그 많은 혁명들 중에서 이 <인지혁명-농업혁명-과학혁명>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 게다가 책 시작하자마자 이 두꺼운 책의 주제를 친절하게 알려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번창하면서 지구에 함께 사는 다른 생명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사피엔스가 여태까지 뭘 해왔는지 알면 그것을 계속할지 말지를 정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 이 글토막 바로 앞에 우주가 탄생해서 지구에 생명이 탄생하기까지 137억년의 시간이 짧게 정리되어 있다. 과학혁명은 시작된지 이제 고작 500년밖에 되지 않았다. 사피엔스의 역사는 오랜 우주의 역사의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발 하라리 교수는 137억년 동안의 변화보다 지난 500년 동안의 변화가 더 크고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인류는 역사가 시작하기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현대 인류와 아주 비슷한 동물은 약 250만 년 전 출현했지만, 수없이 많은 세대 동안 그들은 같은 지역에 서식하는 다른 수많은 동물들보다 딱히 두드러지지 않았다. (p. 20)
좋든 싫든, 우리는 거대 영장류라는 크고 유달리 시끄러운 과의 한 일원이다. (p. 22)
> 1부 1장에서 유발 하라리 교수는 우리가 다른 동물들보다 사람을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고정관념, 호모 사피엔스만이 유일한 사람 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려고 한다. 현생인류는 생물학적으로 '영장목(Primates) 사람과(Hominidae) 사람속(hominin)'에 속하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는 종이다. '사람과 사람속'에는 '호모 사피엔스' 말고 다른 종도 있다. 다만 지금 지구에는 '호모 사피엔스' 종만 살아남았을 뿐이다.
참고자료 : https://ko.wikipedia.org/wiki/%EC%82%AC%EB%9E%8C%EC%86%8D
> 호모 사피엔스를 비롯해서 '사람속'에 속하는 종 대부분은 힘이 별로 세지 않다. 호모 사피엔스가 일대일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동물 종은 별로 없다. 뒤에 나오겠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먹이사슬에서 중간 정도밖에 가지 못 했다.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 함부로 덤볐다가는 아마 뼈도 추리지 못했을 것이다. 때로는 자기보다 힘 센 동물들의 사냥감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아마도 오랜 옛날의 사람 종의 동물들은 다른 종을 자극하지 않도록 조용하고 얌전하게 지내지 않았을까.
> 이야기는 사람의 식생활에 대한 것까지 이어졌다. 한 학생은 사람이 오랜 옛날에 동물의 골수를 빼먹었다는 데에 아주 놀랐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도 동물의 골수를 먹는다. 동물 뼈로 우려내는 육수가 대부분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물의 내장을 비롯한 여러 가지 기관들을 버리지 않고 다 먹는다. 특히 소가 그렇다. 소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거의 모든 부분이 식재료로 쓰인다. 그 학생은 비위가 약해서, 이런 사실을 알면 알수록 자기가 먹을 수 있는 게 줄어든다고 슬퍼했다.
지난 1만 년간 우리 종은 지구상의 유일한 인간 종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를 유일한 인류라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 있다. 하지만 '인간human'이란 말의 진정한 의미는 '호모 속에 속하는 동물'이고, 호모 속에는 사피엔스외에도 여타의 종이 많이 존재했다. (p. 22)
> 우리는 스스로를 유일한 인류(humankind)라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 있다. 지구에 사람 종(human species) 중에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은지 벌써 1만 년이나 지났기 때문이다. 1만 년은 생물학적, 자연사적으로는 아주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사람이 만들어온 역사를 기준으로 보면 아주 긴 시간이다. 그 유명한 4대문명도 6000년 전쯤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말이다. 그 시간 동안 호모 사피엔스는 자기들끼리만 지구에 살았으니, 자기들이 유일한 사람 종이라 믿을 만도 하다.
> 책에는 지구에 살았던 다른 사람 종의 이름들도 많이 나온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네안데르 골짜기에서 온 사람,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똑바로 선 사람), 호모 솔로엔시스(솔로 계곡에서 온 사람, 자바인), 호모 플로레시엔시스(플로레스인), 호모 데니소바(데니소바인) 등등. 아직 우리가 화석 같은 건 찾아내지 못했지만, 이보다 더 많은 종류의 서로 다른 사람 종들이 지구에 살았을 것이다.
우리는 뻔뻔스럽게도 스스로에게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란 이름을 붙였다. 이들 종은 덩치가 크기도 했고 작기도 했다. 일부는 무서운 사냥꾼이었고 일부는 온순한 식물 채집인이었다. 하나의 섬에만 사는 종도 있었지만 대륙을 방랑한 종이 많았다. 하지만 모두가 호모 속에 속해 있었다. 모두가 인간이었다. (p. 25)
여기에서 이상한 점은 옛날에 여러 종이 살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딱 한 종만 있다는 사실이다. (p. 26)
> 이름만 봐도 그렇다. 호모 사피엔스는 '사람속'에 속하는 다른 종들에게는 살았던 곳이나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자기들에게는 '슬기로운 사람(호모 사피엔스)'이라고, 자랑스러운 이름을 붙였다. 다른 종의 동물들보다 자기들이 똑똑하다는 자부심이 묻어나는 것 같다. 반대로 생각하면, 다른 동물들보다 몸의 힘이 약하다는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스스로 슬기롭다고 강조하는 것 같기도 하다.
> 앞서 말한 여러 사람 종의 삶의 모습은 제각각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진돗개, 시베리안허스키, 차우차우, 치와와, 시바, 삽살개, 불독 등등 다양한 혈통의 개들을 같은 종으로 묶을 수 있듯이 말이다.
> 개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은 생김새도 살아가는 모습도 다르다. 고양이도, 소도, 말도, 원숭이도, 개미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하지만 사람만 유독 한 가지 종류만 남았다. 생각해보면 이게 정말 이상한 일이다.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사람 종들은 생물학적으로 크게 차이가 안 나는데, 어째서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것일까. 그들과 호모 사피엔스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 나는 여태까지 한 번도 이걸 궁금해본 적이 없다. 사람 종은 한 가지라는 걸 너무 당연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을 자연사적,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다르게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