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징쌤 Oct 20. 2020

[연재] 청소년을 위한 <사피엔스> 댓글 달기 (3)

1장.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 part.3

익혀 먹는 종족

먹이사슬의 최정점으로 올라서는 핵심단계는 불을 길들인 것이었다. (중략) 약 30만년 전이 되면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들은 불을 일상적으로 사용했다. 이제 인간은 빛과 온기의 믿을 만한 원천이자 배회하는 사자에 대항할 수 있는 치명적인 무기를 가졌다. (pp. 31-32)   


> 이 부분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사람이 아주 특이한 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구상에 사피엔스처럼 불을 자유롭게 쓰는 동물은 없다. 보통 많은 동물들은 불을 무서워해서, 불을 보면 도망가기 바쁘다. 사람 종도 오래 전에는 다른 동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사람 종 중에 모험심과 호기심이 강한 이들이 조심조심 불에 다가가서 익숙해졌고, 한참 고생한 끝에 불을 쓰는 법을 우연히 알게 되었지 않을까 싶다.


> 먼 옛날 사람 종에게 불은 중요하고 소중한 무언가였다. 추울 때 불을 피우면 따뜻해졌다. 맹수들도 불을 보면 도망갔다. 불 덕분에 사람 종은 전보다 안전하게 살게 되었다. 사람 종은 이 소중한 불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불이 꺼지면 불씨를 새로 구해오기 힘들었기 때문에 불이 꺼지지 않도록 꼼꼼히 관리했다. 사람 종은 불에 점점 큰 가치와 의미를 두었을 것이다.


> 한편으로 불은 무섭고 조심스러운 무언가이기도 했다. 조금만 잘못 다루면 모든 것을 다 태워버렸다. 열심히 만든 보금자리가 한꺼번에 사라질 수 있었다. 그러니 불이 성내지 않도록 때때로 불에게 제사도 지냈을 것 같다. 나중에 사피엔스가 모든 것에 정령이 있다고 믿기 시작하고 나서, 그리고 그 정령을 신처럼 받들게 된 다음에, 불은 정령들 사이에서도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 사람 종이 불을 처음에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알 수 있는 증거는 없다. 사피엔스는 자신들이 그 소중한 물건을 어쩌다 쓰게 되었는지 오랫동안 궁금해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를 찾아낼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사피엔스는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 같은 걸 만들어낸 것 같다. 그나마 자연적인 산불이 났을 때 거기서 불씨를 옮겨왔다거나 번개가 떨어진 나무에 불이 붙었을 때 불씨를 주워왔다는 설이 그럴듯하다고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불이 하는 최고의 역할은 음식을 익히는 일이다. 조리 덕분에, 인간이 자연 상태 그대로는 소화할 수 없는 밀, 쌀, 감자 등이 인간의 주식이 되었다. (중략) 불에 익히면 음식을 오염시키는 세균과 기생충이 죽는다. 인간이 원래 좋아하던 과일, 견과류, 벌레, 죽은 고기도 불에 익히면 씹고 소화하기가 훨씬 더 쉬워졌다. 침팬지는 날것을 씹어 먹느라 하루 다섯 시간을 소모하지만 사람은 익힌 음식을 먹는 데 한 시간이면 족하다. (중략) 화식은 창자를 짧게 만들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게 해주었고, 의도치 않은 이런 변화 덕분에 네안데르탈인과 사피엔스는 커다란 뇌를 가질 수 있었다. (p. 32)   


> 사람의 두뇌가 발달하면서 칼로리를 많이 쓰게 되었고, 그만큼의 칼로리를 구하기 위해 음식을 찾으러 다니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이야기를 앞서 했다. 불은 음식을 먹는 부분에서도 사람 종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음식을 불에 익혀 먹게 된 것이다. 어쩌면 맹수들로부터 보호하는 거나 난방하는 것보다 더 큰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 사람이 음식을 처음 익혀 먹는 법을 언제 처음 알게 되었는지도 알 길이 없다. 다만 이런 설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 큰 산불이 났다. 사람 종은 그 불을 피해 멀리 도망갔다가 돌아왔다. 돌아와서 보니 온갖 동식물이 불에 타 죽어 있었다. 그걸 먹어보니 그냥 먹을 때보다 훨씬 맛있었다. 그 맛을 알게 되고 나서, 사람 종은 음식을 열심히 익혀먹게 되었다고 한다.


> 책에 나오지만, 음식을 날 것으로 먹을 때보다 불로 익혀 먹을 때 소화시키는 데 드는 시간이 확 준다고 한다. 덕분에 소화기관에 들어가는 칼로리도 아낄 수 있게 되었다. 사람 종은 그렇게 아낀 칼로리를 두뇌를 움직이는 데 썼다. 그래서 두뇌가 점점 커졌다. 뿐만 아니라 불에 익히면 세균과 기생충이 죽어서 이상한 병에 걸릴 확률도 한참 낮아진다. 먼 옛날의 사람 종에게 음식을 익혀먹는 것은 그 어떤 건강기능식품보다 더 효과가 컸을 것 같다.


> 소는 초식 동물임에도 음식을 먹고 소화시키는 과정이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한다. 소는 위장이 세 개나 있는데, 그걸 유지하는 데에만 해도 칼로리를 많이 써야 한다. 그런데도 먹은 음식을 단번에 소화시키지 못해서 되새김질을 하루종일 해야 한다. 소는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되새김질하는 데 쓸 정도라고 한다. 그러느라 소는 두뇌를 키우지 못했다.



호모 사피엔스 - 형제 살해범

호모 사피엔스라고 불리는 동물이 언제 어디서 처음 진화했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동의하는 사실은 15만 년 전 동부 아프리카에 우리와 똑같이 생긴 사피엔스가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략) 오늘날 과학자들이 동의하는 또 하나의 사실은, 약 7만 년 전 동아프리카의 사피엔스가 아라비아 반도로 퍼져나갔고 거기서부터 유라시아 땅덩어리 전체로 급속히 퍼져나가 번성했다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라비아 반도에 상륙했을 당시 대부분의 유라시아 지역에는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 이미 정착해 있었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두 가지 상충하는 이론이 존재한다. '교배이론'은 그들이 서로 끌려 성관계를 하고 뒤섞였다는 설이다. (중략) 이와 대립되는 견해는 '교체이론'이다. (중략) 그들이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반감을 보였으며 심지어 인종학살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다. (pp. 33-34)   


> 책을 읽다가 중요한 부분을 만날 때마다 학생들더러 밑줄을 치라고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너무 중요해서 여러 페이지에 연이어서 밑줄을 죽죽 그어야 한다. 그러면 책이 밑줄로 범벅이 될 것 같다. 나중에 학생들이 이 부분을 다시 펼쳤을 때 읽고 싶지 않을 뿐만 아니라, 뭐가 더 중요하고 뭐가 덜 중요한지 가려내기도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개념을 알려주는 글줄들만 고르고 골라 줄을 쳤다.


>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언제 처음 나타났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다만 고고학적으로 봤을 때, 15만 년 전에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등장했다는 화석 증거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 교수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동의하는 사실은 15만 년 전 동부 아프리카에 우리와 똑같이 생긴 사피엔스가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앞으로 연구가 더 진행된다면 15만년 전보다 더 오래된 화석 증거를 찾게 될 수도 있다.


> 학자들은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함부로 떠들지 않는다는 걸 항상 기억해두면 좋겠다. 학자들은 최소한 분명한 증거를 찾을 수 있는 것만 주장한다(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은 학자가 아니라 사기꾼이다). 학자들끼리 서로 다른 증거를 가지고 있어서 상반되는 주장을 할 때도 있다. 그 때는 누구의 증거와 주장이 더 객관적인지를 두고 합리적인 논쟁을 한다. 그러다 보니 학계에서 '합의'된 내용은, 진리는 아닐지라도 굉장히 객관성이 높은 내용이라 여겨도 좋다.


> 15만년 전만 해도 호모 사피엔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 종이 지구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이 남았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두 가지 학설이 있는데, 하나는 '교배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교체이론'이다. 이 두 가지 이론 다 화석 증거가 부족하다. 증거가 부족하다면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낼 수밖에 없다. 학자들은 이 이야기를 가설로 삼아서 다음 연구를 이어간다. 책의 33쪽부터 39쪽까지는 유발 하라리 교수가 나름대로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럴 듯한 소설을 써놨다.


> 호모 사피엔스는 7만년 전쯤에 드디어 고향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그 전까지는 자신들의 고향인 동부 아프리카에서만 살았다. 여태까지 못 했던 일을 어째서 그 때는 할 수 있게 되었을까. 그 즈음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짐작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1부의 제목인 인지혁명이 그 사건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그러면 우리는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의 생물학적 연관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들이 말과 당나귀처럼 완전히 다른 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불도그와 스패니얼처럼 동일 종의 각기 다른 집단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생물학적 실체는 흑과 백이 아니다. 회색 지대들도 중요하다. 예컨대 말과 당나귀처럼 하나의 공통 조상에서 진화한 두 종이라면 다들 어느 시기에는 불도그와 스패니얼처럼 같은 종의 두 집단이었다. 그러다가 두 집단이 이미 확연히 달라진 시점, 그러면서도 드물게 서로 성관계를 해서 번식 가능한 후손을 낳을 수 있는 시점이 있었을 것이다. 그후 또 다른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최후의 연결선은 끊어졌고, 집단들은 각기 다른 진화적 경로를 밟게 되었다. (p. 38)   


> 현재로서는 교배이론과 교체이론 둘 다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 그러니 둘 중에 정답을 찾으려고 할 게 아니라 둘을 잘 조합해서 가장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사실에 다가가기에 좀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찾아낸 증거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 중에 이것이 가장 그럴듯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 말과 당나귀의 관계를 보면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사람 종들의 관계를 짐작해볼 수 있다. 말과 당나귀는 억지로 교배를 시킬 수는 있다. 말과 당나귀 사이에서는 노새가 태어난다. 하지만 노새는 번식을 할 수 없다. 어쩌면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사람 종들도 말과 당나귀가 다른 종으로 갈라지는 것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서로 더 이상 교배를 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조상 중에는 노새처럼 번식을 할 수 없는 개체가 있었을 수도 있다.


> 어쩌면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사람 종들을 잔인하게 몰살시켜버렸을 수도 있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지금도 호모 사피엔스들이 아주 작은 차이를 가지고도 서로를 차별하고 공격하는 걸 보면, 수만 년 전에도 그런 일이 얼마든지 일어났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건 우리가 봐도 충분히 납득되는 이야기이다.


사피엔스 탓이든 아니든, 사피엔스가 새로운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그곳의 도착 인류가 멸종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중략) 그들은 약간의 뼈와 석기 그리고 우리 DNA에 약간의 유전자를 남겼다.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수없이 남겼다. 그들은 또한 우리를, 최후의 인간 종인 호모 사피엔스를 뒤에 남겼다. 사피엔스의 성공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어떻게 생태적으로 전혀 다른 오지의 서식지에 그처럼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다른 인간 종들을 망각 속으로 밀어넣었을까? 튼튼하고 머리가 좋으며 추위에 잘 견뎠던 네안데르탈인은 어째서 우리의 맹공격을 버텨내지 못했을까? 논쟁은 뜨겁게 계속되고 있다. 가장 그럴싸한 해답은 바로 이런 논쟁을 가능하게 하는 것, 즉 언어다.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만 있는 고유한 언어 덕분이었다. (pp. 40-41)   


> 사피엔스가 새로운 지역에 도착하면 그곳에 먼저 자리잡고 살고 있던 사람 종이 멸종되었다고 한다. 결국 지금은 그 많은 사람 종 중에서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았다. 이것도 학자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합의된 내용인 것 같다. 그 일이 우연히 일어났는지, 아니면 사피엔스가 다른 사람 종과 함께 사는 걸 견디지 못해서 쫓아내거나 죽여버린 건지는 알 수 없다. 사피엔스가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그게 우연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는 게 합리적인 것 같다.


> 사피엔스가 다른 사람 종을 몰아낼 수 있었던 이유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는 흔히 사피엔스가 다른 사람 종보다 머리가 좋아서 그랬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머리 좋은 걸로만 치자면 다른 사람 종도 사피엔스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다. 사피엔스가 다른 사람 종보다 힘이 더 셌던 것도 아니다. 화석 증거를 통해 살펴보면, 네안데르탈인은 사피엔스보다 덩치가 크고 튼튼했던 것 같다.


> 유발 하라리 교수는 사피엔스가 다른 사람 종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로 '언어'를 들고 있다. 학생들은 이게 뭔 소리인가 하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가 언어 자체를 주의깊게 살펴볼 일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언어가 사피엔스의 삶에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깨닫게 된다. 우리가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반드시 깨우쳐야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연재] 청소년을 위한 <사피엔스> 댓글 달기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