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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징쌤 Dec 02. 2020

[연재] 청소년을 위한 <사피엔스> 댓글 달기 (7)

2장. 지식의 나무 part. 4

만일 판사가 해산판결을 내린다면, 공장도 그대로 서 있고 노동자와 회계사, 경영자와 주주는 계속 살아 있더라도 푸조 SA는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한마디로 푸조 SA는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한마디로 푸조 SA는 물질세계와 본질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게 정말로 존재하는 것일까? 푸조는 우리의 집단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환상이다. 변호사들은 이를 '법적인 허구'라 부른다. 이것은 손으로 가리킬 수 없다. 물리적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적 실체로서는 존재한다. (중략) 푸조는 '유한(책임)회사'라는 특별한 법적 허구의 산물이다. 이런 회사의 이면에는 인류의 가장 독창적인 발명으로 꼽히는 개념이 존재한다. (pp. 55-56)   


> 인지혁명을 겪고 나서, 사피엔스는 아주 많은 허구적 실체(fictional entity)를 만들어왔다. 신화, 영웅담, 종교, 과학, 민족, 국가, 법인 같은 것들이 바로 그 허구적 실체의 일부이다. 허구적 실체는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몸체(physical body)는 없다. 예수는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자기가 믿는 허구적 실체가 물리적으로도 있는 것처럼 믿고 싶어 했다. 그 결과 온갖 허구적 실체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만들어냈다.


> 유발 하라리 교수는 중세 카톨릭의 종교행사와 지금의 주식회사 법인을 만드는 절차를 비교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수많은 허구들 중에 주식회사를 예로 들었다. 사람이 만든 허구적 실체들 중에 주식회사가 가장 새로운 것이면서도 특이하기 때문이다. 다른 허구적 실체들은 사람이 만들었지만, 허구적 실체가 오히려 사람을 지배한다. 사람은 자기가 그런 허구적 실체를 만들었다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린 듯하다. 하지만 주식회사는 사람이 만들었고, 사람이 가진다. 사람들은 그 허구적 실체를 자기들이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심지어 그 허구적 실체의 소유권을 사고팔기도 한다.


> 학생들 중에는 푸조라는 자동차 회사가 있다는 걸 처음 안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푸조를 'HD자동차'로 바꿔서 이야기해보았다.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사람들이 HD자동차의 마크를 달고 있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걸 볼 수 있다. HD자동차에서 일하는 사람의 숫자도 아주 많다. 뿐만 아니라 HD자동차에 기술과 부품을 파는 회사들도 많다. HD자동차는 전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이 회사가 맺고 있는 네트워크도 아주 넓다. 그만큼 세계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도 상당히 클 것이다.


> 사업을 제대로 해보려면 여러가지가 필요하다. 일단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큰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하지만 회사의 직원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본이 부족하면 사업이 성공하기 힘들다. 이러한 요소들을 엮어서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사업가의 역할이다. 그래서 사업가들은 자기의 사업이 성공했을 때의 모습을 그리는 이야기를 지어서 직원, 투자자, 파트너 등을 설득하려고 한다.


> 사업을 혼자 하면 사업이 잘 되었을 때의 이윤을 혼자 다 차지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 사업을 실패했을 때는 아주 큰 책임을 혼자 다 짊어져야 한다. 자칫 잘못해서 사업에 실패하면 평생 빚을 갚으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여러 사람이 돈을 합쳐서 회사를 만들었다. 그러면 각자가 회사에 돈을 투자한 만큼씩 이윤과 책임을 나눠가질 수 있다. 이를 '유한 회사'라고 부른다.


> 유한 회사는 사람이 만들어낸 여러 허구적 실체(fictional entity) 중에서도 가장 특이하다.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욕심을 솔직히 인정하고 드러내면서 협력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공장이 문을 닫아도, 심지어 사장이 죽어도 HD자동차라는 회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HD자동차'라는 허구를 인정했던 법률의 토대가 사라지면, 회사가 가진 게 아무리 많아도 그 회사는 한순간에 없어지게 된다.


인간 아르망 푸조는 정확히 어떻게 회사 푸조를 창조했을까? 그 방식은 역사를 통틀어 사제와 마술사가 신과 악마를 창조해낸 방식과 매우 비슷했다. (중략)
그 모두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를 믿게 만드는 것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활동들이다. 프랑스 신부의 경우에는 가톨릭 교회에서 말하는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핵심이다. (중략)
푸조 SA의 경우에는, 프랑스 의회가 제정한 프랑스 법조문이 핵심적인 이야기이다. (pp. 57-58)   


> 이 부분은 전체적으로 다 중요하다. 전부 다 옮겨오면 너무 길어져서,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글줄들만 가져왔다.


> 사제는 '신'이라는 허구적 실체와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퍼트린다. 변호사들은 사업가들을 대신해서 '유한회사 법인'이라는 허구적 실체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을 믿게 만든다. 책에서는 이 두 가지 매커니즘이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종교적 의례와 법인을 만드는 의례는 둘 다 정해진 절차를 순서대로 밟아가면서 허구적 실체가 물리적으로도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머릿속에 새겨넣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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