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독후감
주인공은 작은 편도체를 가지고 태어났다. 그 크기가 아몬드만 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정상적인 크기의 편도체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해서 딱히 상황에 맞는 감정을 느끼고,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주인공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고, 동물원에서 동물들 구경하듯이 할 뿐이다.
주인공이 마음을 나누는 친구들도 특이하다. 곤이라는 친구는 어릴 때 미아가 되어 고생 고생하다가 13년 만에 부모를 되찾았다. 그 13년 사이에 곤이는 세상이 말하는 '불량 청소년'이 되어버렸다. 또 다른 친구 도라는 육상선수가 되고 싶어 한다. 그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운동 연습을 한다. 사람들은 도라의 꿈을 무시하지만, 도라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주인공과 두 친구는 친구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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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에게는 남들에게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 잔뜩 일어났다. 아빠는 노점상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고, 엄마와 할머니는 묻지 마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되었다. 주인공은 모 교수의 부탁을 받아 그 교수의 병든 아내 앞에서 아들인 체 연기했다. 얼마 뒤 교수의 아내가 죽었고, 그 장례식에서 주인공은 교수의 친아들을 만났다. 그가 곤이다. 세상에 대한 분노에 주인공을 향한 질투까지 합쳐져, 곤이는 주인공을 심하게 괴롭힌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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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성격의 정규분포가 있다면, 그 정규분포의 끝자락에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 만나 친구가 되었다. 남들에게는 평생 한 번도 일어나기 힘든 일들이 이들에게는 줄줄이 벌어진다. 소위 '정상 범주'에서는 벗어나는 사람들의 삶이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그 삶에 공감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경계선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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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은 집집마다, 동네마다, 나라마다, 문화권마다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내가 기준이 언제나 어디서나 그러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소설은 '이렇게 특이한 사정을 가졌다고 해서 당신은 그를 비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 것 같다. 그런 물음을 거쳐 소설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너는 너로서, 나는 나로서, 우리는 똑같이 평등하게 자유롭고 존엄하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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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요즘 중학교 추천도서에 꼭 꼽힌다. 평소에 나는 학교 추천도서들의 가치를 높게 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학생들이 이 책을 함께 읽어보자고 추천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좋은 작품을 영영 지나쳐버릴 뻔했다. 그 학생들이 고마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