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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징쌤 Jan 23. 2023

2023년에는 꾸준히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을 읽다가 문득

나는 웬만하면 계획을 잘 안 세우려고 한다. 아무래도 계획을 못 지키게 될 때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마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서, '날짜 맞춰서 끝내야 하는 회사 일' 정도로 중요한 일이 아니면 그때그때 되는대로 하는 편이다. 당연히 새해 맞이 계획 같은 것도 잘 안 세운다. 심지어 1년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도 정하지 않는다. 그저, 작년보다 올해 나아지면 좋겠다 정도의 마음만 가지고 새해를 맞이한다. 그런데 2022년에서 2023년으로 넘어오는 동안에는 마음이 조금 달랐다.


한 살 더 먹는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쫓기는 마음이 들었다.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찬찬히 생각을 해보았다. 이렇게 해가 몇 번만 바뀌면 나도 40대가 된다 - 23년 6월부터 만 나이로 계산한다고 하지만, 그러면 오히려 빼도 박도 못하게 40대를 맞이해야 한다. 내가 그 나이에 걸맞은 실력이나 커리어, 자산 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아직 한참 모자란 것 같다. 그리고 23년 4월이 되면 지금 회사에 다닌 지 딱 2년이 된다. 3년을 채우면 커리어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 그러자면 지금부터 뭐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드는 것이다.


23년 한 해 동안 해놓으면 좋을 일들의 리스트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 리스트에 올린 일들 중의 하나가 바로 글을 다시 써보자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곱씹을 만한 일이나 자랑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마다 일기처럼 써서 SNS에 올리곤 했다. 그 글들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나를 이어주는, 좋은 매개체가 되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내 나름의 글을 쓰기 위해 공부도 많이 해야 했다. 회사를 옮기고 나서는 경험치를 빠르게, 많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한동안 글을 쓸 짬을 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일 하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22년 하반기부터 어렴풋하게 이런 생각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차분히 끄적끄적 뭐라도 쓸 만한 여유가 잘 안 생겼다. 그런 와중에 얼마 전에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에서 이런 글귀를 읽고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완벽한 타이밍은 유니콘과 같다.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예컨대 유튜브에 올라온 유산소 운동 영상을 보며 홈트레이닝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완벽한 타이밍은 찾아오지 않는다. 에너지가 넘치거나 훨씬 더 재미있는 일이 없을 때는, 실제로 운동할 마음이 드는 때는 오지 않는다. 목표를 반드시 이루고 싶다면 시기가 적절하지 않더라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인정하자. 세상은 우리 삶에 할 일 하나 없는 여유란 절대 주지 않는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 1부 2장 중에서]


"세상은 우리 삶에 할 일 하나 없는 여유란 절대 주지 않는다." 솔직히 나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해왔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여유가 없다는 핑계를 대며, 할 일을 안 하고 미뤄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내 주변 사람들은 대체로 나보다 바쁘다. 그럼에도 나름의 컨텐츠를 만들어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내가 내 나름의 글을 다시 쓰고 싶다면 글을 쓸 만한 여유가 생길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서 뭐든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좀 더 부지런해지기로 했다. 먼저 뭔가 생각이 떠오르면 간단하게라도 몇 자 적어놓는다. 나중에 조금 더 시간이 나면 그렇게 적어놨던 것들을 조금 더 세세하게 풀어낸다. 별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책을 읽다가 메모해둔 것들을 다시 들춰보기도 한다. 그러면 책 내용과 엮어서 써볼 만한 글감을 찾게 되기도 한다. 올해는 이런 식으로 해서 꾸준히 글을 써보고 싶다. 좋은 글, 널리 읽히는 글, 많은 관심을 받는 글을 쓰고 싶지만, 그건 한참 나중의 일인 것 같다. 그렇게 되려면 먼저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몸을 만들어두는 것부터 해야 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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