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 회사의 엔지니어와 고객 사이에 큰 트러블이 생겼다. 고객사 담당자는 기술 지원 엔지니어를 바꿔달라고 할 정도로 마음이 많이 상해 있었다. 고객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오랜 시간 동안 불만이 쌓여 왔던 모양이었다. 엔지니어가 작업에 집중하는 것은 좋지만, 아무리 작업 중이라고 해도 엄연히 업무 시간인데 연락이 제대로 안 되어서 많이 답답했다고 한다. 자신이 업무 시간에 메시지를 남겨놓으면 퇴근하고 나서야 답변이 오기 때문에 업무 처리가 계속 늦어지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엔지니어의 실력에도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엔지니어의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었다. 기술 지원 업무를 하려면 먼저 고객사로부터 고객사의 IT 인프라와 주의 사항에 대해 꼼꼼히 안내받아야 한다. 하지만 엔지니어는 이런 안내를 전혀 받지 못한 채로 작업을 해야 했다. 우리 엔지니어는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다 공부하면서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고객사 담당자는 기술적 지식이 거의 없어서 우리 엔지니어와 고객사 내부 기술팀 사이의 메신저 역할조차 제대로 못 하는 상태였다. 그러니 우리 엔지니어 입장에서도 답답할 만했다.
이 정도 이슈가 터졌으니 나도 팀장님께 보고를 드려야 했다. 우리 팀장님은 영업 사원으로서 엔지니어들에게 아쉬운 게 많았다. 특히나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엔지니어들이 고객 응대를 너무 못 한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단순히 우리 회사만이 아니라 그동안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만났던 엔지니어들 대부분이 비슷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그는 여기는 듯했다. 영업 사원으로서는 고객의 기분을 살펴가며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보니, 엔지니어들이 고객 마음을 상하게 할 때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엔지니어 팀장님은 영업 팀장님과 생각이 다른 듯했다. 그 팀장님이 보기에 고객사 담당자는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기 힘들 정도로 기술을 모르는 상태였다. 게다가 그 담당자는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그림이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 담당자는 자기가 해야 할 일조차도 우리 회사를 비롯한 협력사 직원들에게 떠넘기기 급급했다. 아무리 고객이어도 이런 사람과 파트너로 함께 일하기는 쉽지 않다고 엔지니어 팀장님은 이야기했다.
영업 사원과 엔지니어 사이의갈등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영업 사원이 고객의 요구 사항을 대책없이 다 받아주는 바람에 엔지니어가 그 뒷처리를 하느라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이번 경우처럼 엔지니어가 기술을 잘 모르는 고객에게 까칠하게 대하는 바람에 고객이 화가 나면 그 뒷수습을 위해 영업 사원이 고객에게 고개를 숙여야 할 때도 있다. 그러니 같은 문제를 마주했을 때도 영업 사원과 엔지니어의 입장이 거의 정 반대로 갈라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놓고 누구의 편도 들기 어려웠다.
영업 사원은 고객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줌으로써 고객과 좋은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토대로 매출과 수익을 늘려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평소에 일 잘 하는 엔지니어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두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가 맡은 고객사에 기술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엔지니어로부터 도움을 받기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엔지니어들은 고객 대하는 것을 어려워 해서 종종 사고가 터진다. 그래서 영업 사원은 고객, 엔지니어, 회사 전체의 이익 사이에서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할 때가 많다. 고객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라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이 참으로 험하고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