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 (1)

인생 성공 법칙! 내 눈치 보기

by 이도이

만약 사람들에게 지금 당장 단 하나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면 뭘 바랄까? 돈, 명예, 집, 친구... 그게 바로 그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 아닐까? 만약 나라면 뭘 말할까? 이런 답변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죽기 직전에 만족스러운 삶이었다고 회상하게 해 주세요'라고 빌 거다.


요즘 자주, 특히 씻으면서 저 문장에 대해 고뇌한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나는 야망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뉴욕에서 일도 해보고 이집트 가서 피라미드도 보고 창업도 하고 사장도 해야지. 그 모든 걸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오만하게도. 선장이라도 된 듯 위풍당당하게 이곳저곳으로 나아갈 것을 지시했지만 내가 탄 배는 시도 때도 없이 고장이 나거나 부서져 아팠고, 어떤 거센 파도가 몰아쳐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몰랐다. 그런 상황에 처해있는 줄도 모르고 그저 신이 나있었다. 다만 그때에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정말 즐겁고 행복했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웃음이 나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분명 현실은 상상과 많이 달랐다.


젊었을 때 여행해 보라는 건 관점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견문이 좁다 해서 살아가는 데 문제 될 건 없지만, 큰 세상을 겪어본 사람은 자신의 미래 가능성을 더 키워볼 수 있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보고 느끼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저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것이다. (레비나스의 철학을 참고하면 이 개념을 좀 더 확실히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 나는 내 세계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내가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 사랑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거나 싫어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나에게 던지는 그 모든 질문과 답이 마치 3D 홀로그램 세계를 만드는 2차원 단면의 정보 같았다. 숱한 상담과 자기 성찰을 통해 알아가는 나는,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럴수록 신기하게도 타인과 이 세상이 좀 더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맥락을 가지고 생명과 사회가 움직이는지 더듬어볼 수 있었다.


어른에게 가장 중요한 과정은 '자아해체'이다. 그건 스스로 어떤 결핍과 강점, 약점과 장점을 가졌는지 알아가는 것 이상의 일이다. 어떤 맥락을 가지고 어떤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그 결과 어떤 사람이 되었으며 어떤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지를 마치 남의 일 대하듯 새롭게 발견하는 일이다. 그런 식으로 깨우치면 여행 며칠 전의 나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이전과는 달라지게 된다. 그렇게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지금도 어제, 조금 전과는 달라지고 있다. (이 과정에는 오랜 시간과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부인하지 않겠다. 그러나 진정으로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 싶다면 꼭 거쳐야 한다.)


이제는 습관처럼 내가 나를 발견한다. 예를 들어 스트레칭을 하다 문득 깨닫는 것이다. 지금 기분이 안 좋네. 내 몸이 아프고 겉으로 보기에도 아파 보여서 그렇구나. 그걸 사람들이 보고 뭐라고 할까 봐 주눅 들어서 그렇지. 그런데 왜 내가 눈치를 보고 있지? 그게 나한테 중요한가? 어차피 내 삶인데 사람들 눈치 보다가 원하는 거 하지 못하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에게 중요한 건 뭘까? 내가 원하는 건 뭘까? 언젠가부터 마지막 질문에 반복해서 도달했고 도서와 AI 채팅 등을 통해 도출했던 결과는 꽤나 그럴듯한 것들이었지만... 오늘이야말로 그 직선의 진정한 본질을 마주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은 자신의 세계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있는 힘껏 내 세상을 넓히려고 애쓴다. 배우고, 해외 생활을 하고(여행보다는 장기 거주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글 쓰면서 성찰하고, 다시 또 배우는 것이다. 이렇게 죽도록 넓혀서 지구를 정복하면 만족스러울까? 우주까지 나가봐야 만족하려나? 요즘은 또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운동을 하고 있다. 체지방에 근력까지 비율이 완벽해지면 만족스러울까? 인간관계도 중요하지. 친구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노력하는 편이다. 아주 많은 친구들, 더 나아가 온 세상 사람들이 나를 사랑한다고 하면 그때 나는 만족할까? 결국 이 세계에서는 돈이 최고지. 세계 1위 부자가 되면 만족스러울까? 아니야. 이런 건 답이 아니었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건 이런 게 아니라는 걸.


그럼 뭘까? 나는 그 결론을 '내 마음에 드는 것'이라고 내렸다. 인생 성공의 절대 법칙! 내 눈치 보기. 하하. 그러나 이걸 비웃으려면 그전에 무엇이 성공인지부터 말해주길 바란다. 영원히 닿을 수 없는 허공의 목표를 좇는 삶에서 찰나의 순간이라도 행복할 수는 있는 건지, 무엇 하나 마음처럼 되지 않는 험난한 세상에서 인간이 스스로의 미약함을 인정하지 못하고 어떻게 자기 자신을 옥죄고 있는지 직시하기 바란다. 우리는 여러 가지 교묘한 틀에 갇혀 있다. 그걸 스스로 인지하고 그 밖으로 걸어 나와야 한다. 이 삶에서 눈치 봐야 할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당연히 공동생활 기본 매너/규칙이나 법은 모두 지키는 준법적인 삶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어질 만족감은 인간이 인생에서 의지를 발휘하여 가져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감각이며 내가 인생을 통과한 뒤에 가장 갖고 싶은 것이다.


그럼 질문이 약간 바뀐다. 어떻게 만족하라는 걸까? 내가 뭘 해야 만족할까? 만족하는 것이 내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이건 2편에서 이어서 기술해 보도록 하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흘러가듯 살아도 괜찮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