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이돌에게 고백을 받다

이거 꿈 아니지?

by 연두부

어느 날은 학교에 분홍빛 소문이 맴돌았다. 어떤 남자아이가 앵두를 좋아한다는 소문이었다. 그가 누군고 하니, 나의 모교 초등학교에서 남자 얼짱을 도맡았던 아이였다. 이 친구는 "만이"로 칭하겠다. 만이는 정말 잘생긴 아이였다.


초등학생 때 담임 선생님께서는 임원인 나에게 유인물 심부름을 시키곤 하셨는데 그럴 때마다 유인물을 가슴에 품고 전달해야 할 반 앞문으로 들어가야 했다. 교실 앞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수업은 잠시 중단되고 모든 아이들은 일제히 나를 바라본다. 그 2-3초의 관심을 나는 즐겼던 것 같다. 그러나 만이네(남자 얼짱) 반에 들어갈 땐 다른 반과 달리 떨려했던 순간이 생생하다. 왜냐하면 그 반에는 만이를 포함해 몇 명의 귀엽고 훈훈한 일진 남자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이를 포함해 그 몇몇의 남자아이들과 같은 중학교를 배정받았는데, 그들도 나를 기억하는지,ㅡ아마 매년 임원을 했기 때문에 심부름하는 나를 몇 번이고 봤을 것이다.ㅡ 예쁘게 변한 내 모습을 보고, 초등학교 때 앨범 속에 내 독사진을 오려 가지고 다니면서 복도에서 나를 볼 때마다, "성형 두부! 성형 두부!" 하면서 놀리곤 했다. 중학생이 돼서도 우리 학교 내 가장 잘생긴 아이였다. 그 아이가 앵두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앵두도 싫지 않았는지 가끔 나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그럴 때면 내가 물었다.


"만이가 사귀자고 하면 사귈 거야?"

"잘 모르겠어. 근데 귀여운 거 같아"


만이는 낯을 엄청 가리고, 조용한 아이였다. 축구를 좋아해서 점심시간만 되면, 운동장으로 나가 축구를 했고, 남자 선배들이 운동장을 장악하고 있으면, 그저 조용히 교실에 앉아 남자아이들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여자 친구들과 이야기할 땐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해서 그런 모습을 귀여워하는 여자애들이 많았다. 물론 나도 귀엽다고 생각했다.


결국 둘은 커플이 됐다. 나는 옆에서 진심으로 축하해 줬고, 한편으로는 신기했다. 초등학교생 때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만 보던 부류 속 한 명의 남자아이가 나와 친한 친구의 남자 친구라니. 조금의 과장 없이 그때의 느꼈던 감정을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써보자면 '연예인과 가까워지면 이런 느낌일까?'라고 표현해 볼 수 있겠다.


학교를 마치고 평소처럼 버디버디를 열었는데, 새로운 친구가 나를 등록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만이었다. 많은 일진 아이들이 친구 등록을 했을 때도 신기했지만, 만이가 등록했을 때는 기분이 좋았다. 그냥 잘생겨서 그랬나 보다. 어느 날 만이가 메시지로 나를 부르더니 이런 말을 했다.


(메시지)

"네가 맨날 앵두랑 손 잡고 다니니까 내가 못 잡지, 새퀴야"

"알겠어 그럼 이제 네가 잡아ㅋㅋ"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그렇게 가끔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앵두와 만이를 붙여주려고 혼자 조금 오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 커플은 앵두의 이별통보로 오래가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조금의 슬픈 기색도 없이 둘은 금방 각자의 일상에 집중했다. 앵두는 예쁘고 명량한 이미지로 수줍은 고백이 끊이질 않았고, 만이는 오직 축구,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메시지)

"나랑 사귈래?"


나는 고백을 받았다. 그것도 버디버디 메시지로. 만이에게. 이게 무슨 일이지. 너무 놀랐고, 어안이 벙벙했다


'얼짱이 나에게 고백을 한다고?' 갑자기?'


그 당시 나는 순수하고, 눈치도 없어서 고백 전 대화중에 의미 있는 말을 던져도 그 말에 내포돼 있는 뜻을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곰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사귀자는 고백이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깜짝 놀랐다. 한편으로 기분도 좋았다. 나도 만이를 마음에 품고 있었던 걸까. 바로 대답하고 싶었지만 앵두가 걸렸다. 그래서 앵두에게 솔직하게 털어놨다. 앵두는 너무나 쿨하게, 그리고 밝은 얼굴로 오두방정을 떨면서 축하한다고, 잘 됐다며 웃었다. 그렇게 중학교 2학년 내 남자 친구는 만이가 됐다. 초등학교 시절 나에겐 연예인 같았던 얼짱만이가 나에게 고백을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 같은 그때 그 기분은 지금도 잊을 수 없고,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는 추억이다. 그리고 그때의 나를 이렇게 글로 마주하니까 너무 새롭고, 후회도 뒤따른다. 그중 탑 1위, 2위를 차지하는 후회들을 이제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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