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범생이 무테 색안경을 벗다.

내가 예쁜 얼굴이라고?

by 연두부

내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는 중학교 입학 후 모든 게 낯설었다. 초등학교 6년 동안 자유롭게 옷을 입고 다녔던 내가 학교에서 정해진 규칙대로 교복을 입어야 했다. 게다가 치마 길이는 무릎을 넘어야 하고, 머리 길이는 어깨를 넘지 말아야 했다. 욕심 많은 내가 유일하게 욕심부리지 않는 건 외모였다. 그래서 그런지 보수적인 치마 길이, 머리스타일 등 나에겐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학교는 선택이 아닌 동네별 자동배정이었기 때문에 의지와 상관없이 친한 친구들과 헤어졌다. 나는 1학년 1반을 배정받았고, 반이 정해지자마자 성적 분별력(?) 시험을 봤는데, 역시나 나는 상위권이었다.-후에 엄마에게 들은 결과였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규칙 등 새로운 것들로 둘러싸여 나는 살짝 위축되어 있었다.


중학교도 역시나 이름순으로 출석번호가 주어졌고, 번호순으로 자리가 배정되었다. 나는 김 씨였기 때문에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고, 칠판이 잘 보여서 만족했던 기억이 난다. 몇 주가 흐르고, 점차 적응될 무렵 앞에 앉은 친구가 나에게 수학 문제 푸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얼굴이 뽀얗고, 입술이 앵두 같으며, 웃을 때 정확하게 반달이 되는 눈과 풀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하나로 묶은(일명 "만두 머리")를 한 친구였다. 나는 항상 그 친구의 뒷모습을 봤는데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학교는 두발자유가 아닌데, 얘는 왜 머리 길이가 어깨를 넘지?'


오렌지처럼 상큼하고, 예쁘고, 쾌활한 아이였다. 나도 꽤 활발한 아이였지만 왠지 모르게 그 친구가 말을 걸면 소심 해지는 나를 알 수 있었다. 쉬는 시간에 그 친구가 내 옆자리와 뒷자리에 있는 친구들이랑 자주 놀았는데 공교롭게도 옆 자리, 뒷자리 친구들 모두 예쁘고, 쾌활했다. 아니다, 그중 옆자리 친구는 전혀 예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과격하고, 크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많은 친구들을 아우르는 포스가 있는 아이였다. 알고 보니 그들은 모두 초등학생 때 일진이었던 친구들이었다. 무려 4명의 일진출신들이 나를 둘러싸고 앉아있던 것이었다. 앞 친구는 앵두라고 칭하겠다. 앵두는 매일매일 뒤를 돌아 나에게 문제 푸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고, 어느 순간에는 공부가 아닌 개인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너는 어느 초 나왔어? 너는 좋아하는 게 뭐야? 너는 어디 살아?"


엄청 예쁜 얼굴로 매번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고, 같이 화장실을 가자고 하고, 급식을 같이 먹었다. 나도 앵두랑 노는 게 즐거웠고, 낯설었던 중학교 생활이 앵두 덕분에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딱 거기서 멈췄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 거리만 유지하고, 나는 열심히 공부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러나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중학생 아가가 뭘 알았겠나 싶기도 하다. 하하. 어느 날 앵두가 나에게 물었다.


"두부야, 너는 눈이 많이 안 좋아? 안경을 벗는 게 훨씬 예쁠 거 같은데..."

"응, 나는 눈이 많이 안 좋아. 안경 벗으면 글씨가 안 보여"


내 눈이 크고 예쁘다는 칭찬과 함께 안경을 벗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나는 당시 유행했던 무테안경을 썼고, 색을 넣으면 예쁠 것 같다는 엄마의 말에 하늘색이 들어간 무테안경을 썼다. 내 외모를 표현하자면,

동그랗고 하얀 얼굴에, 삼백안이 있는 눈동자, 쌍꺼풀 없는 큰 눈, 코끝이 살짝 내려온 매부리 코,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작은 입술이었다. 머리스타일은 한 가닥의 이탈도 허용하지 않는 까만 머리 올백으로 엄마의 작품이었다. 누가 봐도 "나는 모범생이오"라고 쓰여있는 외모였다.


그러나 꾸밈없이 학교생활을 했던 내가 앵두의 권유에 수줍게 내 외모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날 집에서 거울 안에 비친 안경을 벗은 나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안경을 벗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외모에 대한 관심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앵두와 나는 교실 맨 뒤 벽에 걸려있던 거울 속에 안경을 벗은 나와

마주했다.


"헐! 벗는 게 훨씬 예뻐. 안경 벗고 다녀 벗고 다녀!"

"그런가..?"

"이것도 발라봐 봐!"


앵두는 내 입술에 본인이 가지고 다니는 빨간 틴트를 발라주기 시작했다. 밋밋한 내 입술이 앵두처럼 빨개졌고, 안경을 벗은 내 얼굴이 낯설었지만 예쁘다고 해주는 친구들 덕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후로 나는 "햄"이라는 친구가 데려간 안경집에서 1+1 행사 가격으로 서클렌즈를 샀다. 5,000원. 나에겐 거금이었다. 서클렌즈란 까맣고, 동그란 렌즈로 착용하면 내 눈동자가 왕방울만 해져서 삼백안 때문에 위로 떠있는 내 눈동자를 서글서글한 눈으로 만들어 주었다. 100원에 앞머리를 잘라주는 미용실에서 처음으로 앞머리도 자르고, 젤까지 발라 올백으로 묶고 다니던 머리도 풀었다.


"우와, 딴 사람 같다. 진짜 예쁘다 두부"

"왜 그러고 다녔어. 이렇게 예쁜데!"

"머리 묶지 마 이제 이게 훨씬 나아"

"안경은 이제 아니야!"



친구들의 도움으로 나는 점점 외모가 변해가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위에서 변한 내 모습에 대해 큰 반응을 보였다.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나는 내가 예쁜지 몰랐는데, 자꾸 주위에서 예쁘다고 해주니까 최면에 걸린 듯 계속해서 외모를 꾸미기 시작했고, 일진출신의 친구들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매일 앵두와 손을 잡고 복도를 누비며 "예쁜이 둘"이라는 말을 즐겼고, 이반 저반 돌아다니며 친해진 친구들과 쉬는 시간마다 수다 떨기 바빴으며, 학교가 끝나면 학교 앞 문방구, 분식점,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우리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늦은 오후 5시가 조금 넘어 해가 지려고 준비를 할 때쯤엔 핸드폰을 통해 집에 들어오라는 엄마의 닦달에 온갖 짜증에 휩싸여 씩씩 대며 집으로 가는 일을 반복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하는 일이 있었다. 가방을 벗어던지고 바로 컴퓨터를 켜서 메신저 로그인을 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버디버디"라는 메신저가 지금의 "카카오톡" 정도의 핫한 프로그램이었다. 서로의 아이디를 교환해서 친구 등록을 하면 지금의 카톡처럼 대화를 할 수 있다. 누군가가 내 아이디에 친구 신청을 하면 "ooo님이 친구로 등록하였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오는데, 일진 친구들이 나를 친구 등록했다는 메신저가 점점 늘어만 갔다.



꾸미면 꾸밀수록 동경했던 친구들의 메시지 양은 올라가고, 언제나 상위를 유지하던 내 성적은 죽죽 떨어졌다. 그렇게 첫 중학교 1학년 중간고사 반 석차 5등, 전교 석차 30등에서 출발했던 내 성적은 망해가는 회사의 주식처럼 바닥으로 바닥으로 곤두박이칠 쳤다.


중3 엄마와 이모부와 남의섬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