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ggy Poo Sep 22. 2023

살아갈 힘은 사랑에서 나온다.

  아침부터 심폐소생술 2번을 하고 지쳐서 당직실에 앉아 있었다. 단순한 케이스가 아니라 자발순환이 회복되어서 가능한 모든 처치를 다 하고 상급병원으로 전원까지 한 환자들이었다. 이런 환자를 보려면 보통 2시간 정도 쉴 새 없이 일해야 한다. 몸도 힘들지만 다 끝나고 나면 진이 빠져 넋이 나간 것처럼 멍할 때가 많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당직실에 앉아 조용한 음악이나 들으려고 잠시 유튜브를 켰다.

  쇼팽이나 들을 생각에 클릭하고 들어갔는데 광고 영상이 하나 나왔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어린아이가 나오는 사회복지단체의 광고였다. 6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 엄마는 1살 때 떠나고 아빠는 다리를 다쳐 키울 형편이 못 되어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고 있다고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집이 없어 허름한 농막에서 살고 있었다. 수도가 없어 물도 직접 떠다가 먹어야 하는 농막이었다. 아이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개똥도 치우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일을 돕는다고 한다. 가엾어 보이는 아이가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상황과 형편은 어려울지 몰라도 아이는 누구보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인생의 목적은 사랑이다. 이런 말을 하면 누구는 콧방귀를 뀌고 누구는 비현실적이라고 혀를 찰 것이다. 사랑이 없는 인생은 너무 허무하다. 무슨 업적을 이루고 얼마나 많은 재산을 모은들, 진정한 사랑을 주고받을 사람이 없다면 그 인생은 초라하고 불쌍한 것이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일과 핑계들로 사랑하는 것을 외면할 때가 많다. 또 이상하게 인간은 자신이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해 스스로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때가 많아 보인다. 그러면서도 먼저 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잘 못하는 것 같다.

  인생을 살아갈 원초적인 힘은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 분명하다. 저 아이의 마음속에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이 항상 남아있다면 그 힘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랑은 항상 그 아이의 마음속에 살아있을 것이다. 사랑은 종종 물질적인 것으로 왜곡되지만 불우해 보이는 환경은 진정한 사랑을 더욱 돋보이게 할 뿐이다. 존경하는 장기려 박사님의 잊지 못할 말이 떠오른다.


"인생의 승리는 사랑하는 자에게 있다.

 사랑받지 못하다고 슬퍼하지 말라.

 우리는 자진해서 사랑하자. 

 그러면 사랑을 받는 자보다 더 나은 환희로 충만하게 되리라."

작가의 이전글 날것들의 공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