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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견유치원 kim원장 Sep 03. 2022

Chapter11-2 강아지 입마개 해야해 말아야해?

더 나은 반려견 문화, 우리도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도 반려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반려견문화는 끼리끼리 문화에 안주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과 기르지 않는 사람의 부류로 극명히 나뉘고 개를 좋아하는 사람끼리만 친화적인 반려견문화로의 개선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을 기르고 있는 가구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반려견을 기르지 않는 가구가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반려견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 등의 대책을 만들려면 반려견을 기르지 않는 인구로부터의 지지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반려견 공원 도입 예정이었던 곳이 인근주민의 반대로 무산되어 새로운 부지 선정을 해야한다거나, 대형 건설사에서 추진하려던 반려견 전용 단지가 무효화되고, 심지어 반려견 공원이 생긴지 24시간만에 철거되는 곳도 있었다. 이 일들은 모두 비반려인과 반려인의 의견 차이 때문에 벌어진다.





어제 하루종일 짖어대는 윗집 강아지에게 시달렸다고 가정해보자. 오늘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그 개가 당연히 반가울리 없다. 기분 좋게 산책하는데 강아지들의 변이 치워지지 않아 길을 더럽히는 것을 보면 친화적인 반려견문화 개선에 별 생각이 없던 사람도 반대를 외치는 편으로 서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비록 강아지를 소유하고 기르는 것은 개인의 자유일지 모르나, 내 강아지가 남에게는 불편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남들은 '사랑스러운 나만의 개'를 생각하지 않고, '개들'이라고 뭉뚱그려 생각한다. 남의 개가 싸놓은 커다란 변을 마치 내 개가 싼 것처럼 쳐다보는 상황을 돌이켜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비 반려인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의 강아지 동반이 그들에게는 불안감, 불쾌감도 불편함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먼저, 반려견을 '감정적으로 좋다 / 싫다의 개념에서 벗어나는 이웃 동물'로 만드는 과정이 인식개선의 첫단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안전'에 대한 책임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이웃집 개와 위아래 집으로 살고있어도 나와 내 가족이 물리지 않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산책문화, 주거문화 등에서 펫티켓을 지키는 성숙한 반려인 문화도 자리를 잡아야하겠지만,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반려견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반려인이 먼저 입마개 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걸 바라는 것은 나의 욕심일까?





독일의 경우 입마개 규정이 튼튼히 잘 세워져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반영했으면 하는 것들이 있어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독일의 베젠테스트(Wesentest)는 일종의 '기질평가'는 위험견종으로 분류된 개의 공격적 기질이 교육 후 관리 및 통제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서 반려견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인데,


- 개의 옆에서 갑자기 우산을 폈을 때의 반응

- 공이 굴러왔을 때의 반응

- 사람이 개 앞에서 화를 내거나 소리치는 등의 감정의 변화를 보였을 때의 반응

- 낯선 사람이 손을 건넸을 때의 반응

- 사람이 가까운 거리로 개 앞을 뛰어 갈때의 반응

- 사람이 개의 정면으로 다가갈때의 반응 등


일상생활에서 흔하거나 흔치 않을 수 있는 수십 가지의 상황에서의 반려견의 반응을 상당히 객관적인 평가지표로 관찰/평가하는 것으로, 이 테스트에 통과하게 되면 합격서를 발급 받고 입마개 착용 의무를 벗게 되는 것이다. 솔로몬 같이 정말 깔끔하고 당연한 결과를 왜 우리는 돌고 돌아가는지 답답할 때가 있다.





독일의 니더작센 주에서는 무죄의 원칙을 반영해서 모든 견종은 동일하다는 전제로 견종에 관련없이 공격성이 보인 사례가 있는 개를 위험견으로 관리한다고 한다. 덩치가 크고 이빨이 커야지만 공격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반려견은 견종을 떠나 보호자가 반려견을 어떻게 교육하고 사회화를 했느냐에 따라 공격성의 여부가 달린고 생각하기 때문에 견종만으로 차별을 둘 것이 아니라 보다 객관적인 지표로 입마개 규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체계적인 입마개 규정이 만들어진다면 입마개 의무를 벗어나고자 하는 보호자들은 반려견 교육에 더 노력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입마개 의무에서 당당하게 벗어난 반려견들은 반려견을 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표면으로 드러나는 안전한 개임이 보일 것이기 때문에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반려견 문화의 바람직한 상은, 반려견이 일반인 사이에서 당당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됐을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소형견은 이동가방에 넣었을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법적으로는 개의 크기에 관련없이 이동가방에 넣으면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하다), 아직 우리사회는 공공의 장소에 개가 네발로 걸어다니는 것에 상당히 인색한 편이다. 차량이 없는 반려인도 대형견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때가 되면 일반인과 반려인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사회적합의가 자리잡은 때일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꿈만 같은 날이 언젠가 이뤄지길 바라본다.






반려인과 반려견을 위한 반려견운동장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우리의 반려견 문화는 입마개와 같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려인구를 위한 제도에 세금의 사용이 소극적이기 때문인데, 나는 차라리 해외의 사례처럼 반려세를 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차라리 그렇게 된다면 충동적으로 강아지를 입양하고 파양하는 것도 예방할 수 있고, 반려인구를 위한 교육시설이나 허울 뿐인 지금의 반려견운동장보다 더 좋은 시설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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