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종 구분, 체급 구분은 이제 그만!
우리나라의 입마개 착용의무 견종은 동물보호법상 규정된 맹견에 해당하는데,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견까지가 입마개 의무착용 견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당신은 살면서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를 몇 번이나 만나봤는가,
스태퍼드셔 불테리어라는 견종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가?
맹견으로 분류된 위의 견종은 반려견 관련 법이 앞선 미국과 독일에서 특정하는 견종으로,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는 따로 관리를 하고 있는 견종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맹견으로 분류된 견종 목록을 그대로 가져와 입마개만 해야 한다! 땅땅땅 하는 법안을 만든 것은 참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미국에서 가장 물림사고가 많은 견종이 핏불이라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맹견 5종에게 물렸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추측하건대 반려견을 기르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물림사고도 증가하니 부랴부랴 만든 허울뿐인 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법을 개정하기 이전에 실제 물림사고를 유발한 견종별 비율을 조사를 해보긴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절대적으로, 개물림 사고는 '견종' 탓이 아니다.
나도 두 마리의 반려견을 기르고 있는 보호자이자, 훈련사, 유치원의 원장이지만, 현 동물보호법상에 규정된 맹견에만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체급과 견종에만 국한하여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특정 견종에 따른 위험도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반려견을 케어하는 보호자의 펫티켓(기본 매너)과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에 대해 예방과 관리법을 아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운전자에 따라 무사고일 수도, 교통사고도 발생될 수 있는 것이 자동차 운행인 것처럼, 반려견을 기르고 교육하는 보호자의 마인드에 따라 사고율은 확연히 줄 수도, 높아질 수도 있다.
우리 유치원은 중소형견반과 중대형견반으로 나뉘지만, 중소형견반에서 활동하는 진돗개와 리트리버도 있다. 하드웨어만 대형견이지 활동 성향만큼은 누구보다 섬세한 소형견 소프트웨어를 가진 차분한 성향의 원생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체급으로 반을 나눠도, 선생님들이 개들의 활동을 관리관찰하고 활동성향을 파악 후 적합한 반으로 재배정이 되기도 한다. 견종만으로 소형견과 대형견을 나누고, 대형견이기 때문에 무조건 위험하다는 생각만 한다면 이런 활동은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개를 대상으로 입마개를 착용시켜야 할까?
매일 같이 산책하는 길에 보았던, 우리에게 익숙한 강아지들을 생각해보자. 작은 아이들은 입마개가 필요 없을까? 작은 견종도 위험천만한 순간이 있다. 그렇다면 큰 개는? 큰 체구의 견종도 얌전한 아이들이 많지만, 물리면 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소형견에게는 물려도 큰 부상을 입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하지만 물리는 부위에 따라 큰 사고가 될 수도 있다. (어린이들의 코나 손가락 등을 공격했다고 가정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소형견의 물림사고의 비율도 높음에도 불구하고, 대형견에 의한 물림사고가 더 주목받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나는 말티즈, 푸들, 비숑들도 입마개 견종에 포함되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의 여부를 떠나 의견을 말하자면,
나는 모든 견종의 입마개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견종이 입마개를 할 의무를 가지되, 일종의 테스트를 통해 입마개 의무를 벗어날 수 있는 라이센스를 획득하는 법안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 물론, 당장 모든 개에게 입마개를 착용하라 하면 엄청난 반발이 있을 것임이 확실하다.. ^^;
하지만, 이렇게 생각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1. 기본적으로, '입마개 교육'이 의무화가 된다면 그만큼 견주들에게 요구되는 교육의 수준이 올라갈 것이다.
2. 그렇게 된다면, 실제적인 개물림 사고는 훨씬 줄어들 확률이 높다.
3. 입마개를 하지 않은 = 라이센스가 있는 개를 보는 일반인들의 심리도 안정적이 될 것이다.
("큰 개가 입마개를 안했어!"에서 "큰 개가 라이센스가 있구나!"로 생각할 수 있다)
"왜 그렇게 큰 개를 입마개도 안채우고 다녀요!"
라고 말하는 사람도, 불안감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우리 개는 안물어요!"라고 말하는 대형견 보호자는,
'이렇게 말하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다른 대답해 줄 말이 없다.
서로가 믿을 구석이 없는 것이다.
만약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개라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면, 그 옆을 지나는 일반인들은 지금보다는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개를 데리고 가는 보호자는 더 떳떳하고, 편안한 산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면 지나는 사람이 그 라이센스를 육안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리드줄에 (혹은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달고다니는 의무가 있어야, 서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유치원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진돗개 유치원생 '건이'가 있다. 건이는 나에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진돗개이기도 하다. 아무리 편견을 없애고 싶어도, 진돗개는 이미 많은 훈련소에서 훈련을 꺼리며, 꽤 많은 반려견 상업시설에 출입불가 견종에 해당한다. 한 자리에서 유치원을 5년차 운영하면서 이 동네에서 떠돌이 진돗개에 의한 물림사고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기도 하기 때문에 마냥 진돗개들의 편에만 설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진돗개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보안목적과 주인만 바라보는 충성심있는 진도끼리 교배가 이루어진탓에 타 견종에 비해 사회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모든 진돗개가 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건이' 같은 진돗개는 많다. 건이가 두 살이 될 무렵 '향돌이'라는 수제비 귀를 한 하얀색 진돗개도 우리 유치원의 원생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글을 쓰는 이 시점까지 건이는 5년차, 향돌이는 3년차 우리 유치원 안팎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활동하고 있는 반려견이다. 이 친구들은 성견이 된 이후부터 새로운 친구들과는 크게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편인데 그렇다고 딱히 타견에 대한 편견이나 경계심이 적다. 나는 이점에서 보호자의 노력이 정말 많이 깃들여있다고 믿고 있다. 타고난 천성보다도, 실제로 매일 하는 산책에서 건이의 보호자가 얼마나 퀄리티를 중시하는 산책을 하는지 알고 있다. 보호자의 노력이 강아지의 성향을 180도 바꿀 수는 없을지라도, 꾸준한 노력이 자칫 엇나갈 수 있는 방향을 행복하고 옳은 방향으로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건이와 향돌이가 진돗개라는 이유로, 그리고 까맣고 큰 외형 때문에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야하는 래브라도 '막내'와 같은 개들이 테스트를 통해 당당하게 그 입마개를 벗어버림으로써 진정한 해방을 가졌으면 좋겠다.
입마개 관련한 법을 개정할 때, 견종과 체급을 따지지 않았으면 한다. 물림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당연히 견종과 체급에 따라 상해를 입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대형견이기 때문에 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견종과 체급보다 중요한 것은 '그 개가 어떻게 자라왔는가', '어떤 사회화를 거쳤는가'에 따라 달렸다.
입마개를 의무화 하려면, 그 개의 사회성과 공격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을 먼저 세워야 한다.
그리고 개의 사회성과 공격성 판단 후 입마개를 벗을 수 있는 법도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개의 사회화에는, 타인과 타견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보호자의 피와 땀이 들어있다. 내 개와 함께 평화로운 삶을 위해 평생을 노력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입마개 견종에 포함되고 영원히 벗을 수 없다면, 그만큼 개탄스러운 일이 있을까. 입마개 관련 법은 특정 견종에만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