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2-1 교육하는 진짜 애견유치원을 만들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소신대로 나아가기로 한다.
지금와서야 하는 이야기지만 애견카페를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업체를 운영해본 사람이라면 눈에 보이는 수입의 일부를 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일지 알 것이다. 그리고 한 번 내린 결정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도 말이다. 쉬운 결정이 아닌 만큼 우리 스스로 물었다.
애초에 우리가 추구했던 애견카페는 훈련사/관리사가 직접 운영하는 '교육형 애견카페' 였다는 것을..
불특정 다수의 손님과 위탁된 강아지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없다면 '교육의 목적인 강아지'에 집중하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래! 일관적으로 진행할 수 없었던 교육을 제대로 진행해보자!'
우리는 전문위탁시설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재정비해야 했다. 장애물이 없는 활동공간을 위해 불필요한 카페테이블과 의자를 모두 철거하고, 활동하기 편한 바닥으로의 재정비, 선생님과 강아지의 동선을 고려한 펜스를 재시공하고, 강아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유익한 커리큘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홍보용으로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제 사회화에 도움이 되는 주제들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바닥시공 휴무 공지를 못보고 오전 일찍 등원한 유치원생 래브라도 마니, 유치원공지를 못본 엄마를 탓하렴..
공사 잘 하슈, 나는 감니다! 흥.
그리고 보안을 목적으로 존재했던 유치원 내 cctv의 갯수를 사각지대 없이 늘려 위탁된 아이들의 활동을 보호자들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것은 카페에서 전문위탁시설로 거듭날 우리를 지켜봐 달라는 보호자들에게 보내는 메세지임과 동시에, 우리유치원 운영의 투명성을 증명하고 그만큼 소신있게 운영할 것 이라는 우리 스스로의 다짐과도 같았다. 물론 누군가가 나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히 굉장히 어색하고 불편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케어하는 10시간 넘는 시간동안 쉴 새 없이 활동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 cctv 개방은 우리의 소신을 증명해보이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다.
당시 몇몇 가정들 중에서는 위탁된 강아지들을 만져주고 예뻐해주는 손님이 없어지는 것을 아쉬워 하기도 하고, 강아지들이 심심해하지 않을 지에 대한 걱정도 많았던 걸로 안다. 보호자의 그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체계적으로 그리고 일관적인 교육방향으로 케어하여 강아지들의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말로써 설득이 불가했던 것도 알고 있기에 큰 변화를 앞 둔 우리의 어깨가 무거웠다.
전문인력 보충은 우리에게 중요한 미션이었다. 물론 애견카페를 운영할 때도 음료를 제조하는 직원을 제외하고, 강아지들을 직접적으로 케어하는 인력은 관련학과를 졸업했거나 동종업계에 경험이 있는 사람을 위주로 채용했다. 하지만 일정기간 근무 후 떠나는 인력, 그리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새 인력의 교육기간은 업무의 효율이 크게 떨어뜨렸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간이 다소 소요되더라도 우리와 같은 목적을 가진 인력을 키워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가정의 소중한 강아지를 보호자없이 온전히 우리 손으로 케어하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울인 인력채용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리기도 했다. 애매하게 스쳐가는 인연이 아니라, 우리의 운영취지와 교육방식을 이해하는 사람, 그리고 단순 호기심보다 배우고 싶은 열정과 장래목표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면접의 주된 목적이었다 (함께 윈윈 하는 목표: '너의 장래목표가 강아지 분야라면 우리가 도와줄게, 함께 유치원을 키워나가자'). 비록 장기간의 트레이닝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어설프게 흉내만 낼줄아는 반(半)전문가보다 의지와 뚜렷한 목표가 있는 한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위탁 강아지에 대한 선생님들과 보호자 사이의 소통도 원활하게 할 수 있었다. 당연히 강아지를 대하는 기본 태도와 차분한 인성은 가장 중요하고, 강아지들의 활동사항을 서로 공유해야하는 만큼 팀워크, 즉 선생님들 간의 관계도 중요했기 때문에 기존의 선생님들의 의견도 채용에 많이 반영되었다 (지금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우리의 인력채용은 정말 까다로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일이고 올바르게 케어해야 하는 만큼, 그 소신에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우리 유치원을 함께 일궈나가며 고생하는 우리 선생님들, 항상 고맙다!).
다음 글에서는 전문위탁시설의 조건에 대해 다뤄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