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사 준비과정 & 전문카페 컨셉잡기
애견학과를 다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관련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본업이 디자이너였던 나에게는 훈련사 과정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반려견지도사 라는 용어조차도 낯설었던 때, 다른 자격증처럼 전문서적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굉장히 정보가 폐쇄적이다) 필기시험과 무엇보다 전문성을 요하는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정말 큰 난관이었다. 하지만 실기시험을 동반한 전문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나의 반려견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는 큰 계기가 있었다. 집에서 간식을 들고 보채면서 가르쳤던 내 강아지의 장기는 그야말로 개인기에 지나지 않았다. 낯선 장소인 훈련소에서 그 흥분을 컨트롤할 수 없었고 흥분한 강아지의 콜이 될리 만무했다. '아 나는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강아지를 길렀었구나'라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고, 본격적인 내 진로변경 이전에 강아지를 바라보는 내 시각이 바뀔 수 있음에 한편으로는 안도하는 마음도 있었다.
아무런 자극이 없는 집에서 간단한 장기를 부리면 쉽게 먹을 수 있는 간식으로 '앉아, 엎드려, 기다려'를 하는 것은 참으로 부질없는 것이었다. 나의 반려견과 함께 실기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집이 아닌 추운 운동장에서 다른 강아지들의 짖음 소리를 들으며 내 강아지가 나의 말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집과 달리 차갑고 얼음이 녹아 축축한 운동장 바닥, 지나는 자동차 소리와 저 멀리서 움직이는 타견이 있는 다양한 자극이 있는 곳에서 내 강아지는 나를 믿고 따르지 않았다. 내 손에 쥐어진 간식을 먹기 보다 저 멀리 있는 강아지에게 달려가 놀고 싶어했고(반려견 운동장에서 익히 경험했던 것 처럼), 차갑고 축축한 바닥에 왜 자신이 앉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눈빛과 짖음으로 나에게 되물었다. 나는 내 강아지가 나를 믿고 따를 수 있도록 기본 컨트롤부터 차근차근 밟아 나갔고 몇 개월의 준비과정 끝에 마침내 2017년 말에 반려견지도사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창업을 하고나서 경험을 통해 차츰 깨달은 것이지만, 애견유치원이라는 곳은 실기시험이나 1:1 훈련과 달리 여러마리를 한 공간에서 동시에 케어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크게 나의 능력치가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애견카페를 운영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행동학을 공부하고 직접 아이들의 활동을 관리관찰함으로써 스스로 배워갈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픈 초, 부족한 나를 믿고 위탁을 맡긴 여러 가정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갓 반려견지도사를 취득한 나를 선생님으로 여겨주고 지금까지 4년 넘게 자신의 반려견을 위탁해준 가정들에게 말이다. 그 강아지들로 인해 나는 더 성장할 수 있었고,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배운 지식을 그들과 앞으로 만나게될 새로운 인연들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다.
애견카페를 창업을 준비하면서 내가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는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강아지를 보러오는 손님 위주의 카페가 아니라, 교육을 동반한 애견카페를 준비중이었던 나는 강아지들의 활동공간과 관리관찰을 위한 동선 설계가 정말 중요했는데 이때 라이노(Rhino)와 블렌더(Blender)라는 디자인툴을 이용해 직접 동선과 인테리어를 디자인을 했었다.
비록 인테리어 면에서는 전문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겠지만, 인테리어 실장이 설계하는 대신 직접적인 관리자 입장에서 내가 직접 동선을 설계하고 효과적으로 공간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장점이었다. 실제 인테리어 공사가 들어가기 전에 예상 공사비용을 산출할 때도 도움이 될 뿐만아니라 시공자에게 예상이미지를 보여주며 의견조율을 할 수 있었다. 반려동물 시설을 전문적으로 시공을 하는 인테리어 회사는 드물기 때문에 위탁관리자의 입장에서 동선을 직접 설계하는 것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만약 창업할 때, 인테리어 회사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기 바란다면 실제 운영을 하게될 때 많은 아쉬움이 생길 것이다. 반드시 상가의 실도면을 건물주에게 받아서 본인이 원하는 동선과 공간구성을 명확하게 의견을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인테리어 회사는 매장을 디자인 해줄 수 있을 뿐, 반려견 관련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이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은 3D툴을 이용하여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한 인테리어 초안이다. 당시 애견카페를 염두하여 만든 동선이기 때문에 유치원과 호텔만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불필요한 카페공간과 동선이 아쉬운 면이 있다 (현재는 애견카페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포토존이 중요한 인스타 감성의 카페를 목표로 하는 경우에는 저비용으로 인테리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입소문이 타서 많은 손님이 유입이 되겠지만, SNS에 사진을 게시할 목적으로 방문하는 손님을 대상으로 할 때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포토존이 필요할 수 있다. 때문에 심플한 인테리어로 전반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힘을 줄 수 있는 포인트 되는 부분에만 비용을 들이는 것이 좋다. 한 두달에 한번씩 변화를 줄 수 있는 포토존이 있다면 변화를 추구하는 손님을 유입하기에 좋을 수 있다. 효과적인 조명의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인테리어의 완성은 빛과 조명이라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
이것은 초창기 애견카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 애견카페들은 굉장히 저비용으로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를 들면 손님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벽면으로 몰아 놓고 카페 중앙은 반려견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는데, 이 경우에는 강아지들의 발톱에 내구성이 강하고 대소변을 쉽게 케어할 수 있는 에폭시 바닥시공 시에만 큰 비용이 들어가는 편이다. (지금은 강아지들이 활동할 때 미끄러지는 단순 에폭시 바닥은 하지 않는 추세고, 미끄럼방지 매트를 활용하거나 바닥 표면에 논슬립 후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알다시피 지금의 반려인들의 눈높이는 많이 높아져 있다. 넓은 야외 잔디운동장을 가진 애견카페들이 많은 요즘에는 단순히 실내에 넓은 활동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크게 메리트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부차적인 서비스를 고민할 필요가 있고, 강아지나 손님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에 대한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주기적으로 간편하게 교체할 수 있는 심플한 포토존이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의 나와 같이 전문 위탁시설로 창업을 준비하는 경우에는 무엇보다 반려견들을 안전하게 케어하기 위해 사각지대가 없도록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 위탁견들이 무탈하게 지내고 마침내 보호자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가는 목적이 1순위이기 때문에, 전문 위탁시설을 고민중이라면 강아지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공간이 트여 있는 게 좋다. 만약 그런 공간 구성에 실패했다면 실제 운영할 때 사각지대를 커버하기 위해 추가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
강아지들이 높이 올라가서 낙상의 위험이 있는 시설, 혹은 불필요한 테이블과 의자 같은 집기의 배치는 강아지들의 활동공간에서는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부득이하게 계단이 있는 공간이라면 그 계단의 측면은 1~2kg의 작은 강아지라도 통과할 수 없는 정도로 촘촘히 막는 것도 필요하다.
소형견 위주로 운영할 지 대형견까지 위탁을 받아 운영할 지의 결정은 공간구성에 있어서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대형견까지 위탁하기로 결정했다면 그 다음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소형견과 대형견을 한 공간에서 케어할지(법적으로 가능한지도 체크해야한다), 체급에 따라 분리해서 관리할 지가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전자처럼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체급을 분리없이 케어할 경우엔 견종과 체급에 따른 활동방식과 활동양으로 발생할 수 있는 관리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후자의 경우 공간이 두 개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각각의 공간에 관리자가 상주해야한다는 인력유지비를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인건비가 두 배로 들더라도 전문 위탁시설을 목표로 한다면 후자가 적합할 수 있다.
관리자의 입장에서 효과적인 동선은 정말 중요하다. 전문 위탁시설의 경우 많은 위탁견의 대소변의 양도 고려해야한다. 따라서 소변을 닦은 마대를 자주 세척할 수 있어야하고 세척할 수 있는 수도의 위치는 접근성이 용이한 곳으로 잘 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각 공간에 상주한 관리자들이 상황에 따라 강아지들을 이동시킬 수 있도록 출입문의 동선이 중요하다.
만약 전문 위탁시설을 운영하기로 했다면 유치원만 전문적으로 운영할지, 호텔도 함께 운영할지도 매우 중요하다. 호텔을 운영할 경우 각각의 개체가 쉴 거나 잘 수 있는 개별의 방이 필요하고, 유치원 활동 후 호텔방으로 이동하기 좋은 공간구성과 동선을 짜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