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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3 애견카페 창업을 준비하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 언젠가 현타가 온다

by 애견유치원 kim원장 Apr 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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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한 강아지 이름을 기억하고 추억하기 위해 디자인한 컵홀더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내가 시작하려고 했던 애견카페는 교육을 동반한 애견카페였다. 훈련사/관리사인 원장과 부원장이 직접 운영하면서 반려인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생활 속 팁을 공유하며, 반려인들과 소통하는 행복하고 유익한 공간을 꿈꿨다. 물론 카페로 방문했던 손님들중 우리의 소신과 전문성을 알아주고 자연스럽게 호텔링이나 유치원으로 이어지기를 바랐고, 방문하는 반려인 가정 하나하나 소중한 인연으로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그들이 남길 추억사진을 위해), 음료의 홀더에는 동반한 강아지 이름을 적어서 음료를 내어주는 컨셉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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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프리뷰파티(가오픈)에 초대된 반려인들과 보낸 시간



시작은 성공적이었다. 당시 이 지역에는 없었던 프리뷰파티(가오픈)를 기획하고, 소수의 반려인들을 초대하여 따뜻한 응원과 충고를 듣고 그들이 바라는 점을 알아가며 소중한 인연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정들도 있어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애견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애견카페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강아지와 함께 일하는 즐겁고 행복한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불특정 다수의 손님이 방문하는 것이 당연 일반카페의 일상적인 일이지만, 그 사람들이 동반하는 불특정 다수의 반려견, 그리고 그 반려견의 견주가 함께 방문한다는 것은 두 배의 케어가 필요했다.


손님들이 카페 내에 머무는 동안 동반한 반려견을 방치해 대소변을 치우지 않는 것은 흔한 일이고, 그 반려견의 활동을 관리하지 않는 경우도 일상적인 일이었다. 해당 반려견이 다른 손님의 강아지에게 일방적으로 좋지 않은 행동을 하거나 (우위의 표현, 공격성 등), 한 명의 반려인이 감당할 수 없는 여러 마리의 반려견을 데려와 음료만 마시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나중에는 반려인당 두 마리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두 마리의 반려견을 보호자 혼자서 케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동반된 강아지는 위탁된 아이들처럼 선생님들의 직접적인 케어가 필요한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물론 많은 반려인들이 의도적으로 본인의 강아지를 방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반손님이 강아지들의 시그널을 적절한 타이밍에 알아보고 대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고, 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부는 어쩔 수 없이 직원 선생님들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 이렇게 위탁된 유치원&호텔 강아지들의 케어와 동시에 방문하는 손님과 동반된 강아지까지 케어해야하는 상황은, 업무효율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막상 현실을 겪어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애견카페는 현실에서 동떨어진 이상향으로 느껴졌다. 시간이 조금 소요되더라도 방문하는 손님들 모두에게 이용수칙(대소변 직접케어, 본인 강아지 직접관리 등)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고 입장을 하도록 했지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보호자에 의해 방치된 반려견의 행동에 불쾌감을 느끼고 자리를 떠나는 손님이 생겨나기도 했다. 위탁된 강아지를 우선적으로 케어해야 하는 교육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던 우리의 이용수칙은 점점 더 까다로워졌으며 그로 인한 손님들과의 트러블도 있었다.



'여러 마리의 강아지가 있는 공간에서는 공놀이 및 장난감 소유 금지' - 소유욕으로 인한 경쟁 방지

'타견에게 마운팅이나 허딩을 하는 본인의 강아지를 제지해야 한다' - 타견에 대한 매너 지키기

'본인의 강아지 대소변은 직접 케어해야 한다' - 펫티켓 지키기

'유치원 강아지나 주인이 있는 타견을 허락없이 들어올리면 안된다'  - 타견 배려하기, 유치원 교육 목적

'어린아이들이 뛰거나 강아지들을 놀래키면 안된다' - 유치원 교육 목적

'알러지 반응있는 강아지들이 함께 있을 수 있으니 간식을 주면 안된다' - 건강상의 이유


등등..의 규칙이 있었던 우리의 애견카페에서는 위탁된 강아지 관리와 동시에 손님들을 감시아닌 감시를 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니, 내가 돈을 지불하고 음료를 먹는데 음료도 편하게 못마시면 내가 왜 애견카페를 오느냐'



라며 카페 규칙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입장을 했음에도 반박하는 손님들이 생겨나고 (물론 잘 지켜주시는 분들도 정말 많았지만..), 퇴장을 시키기에는 애매한 경계의 손님들이 함께 섞인 공간에서 교육유치원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점점 무법지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은 직원들의 눈치를 봤다고 한다..)





중대형견들의 활동공간중대형견들의 활동공간
중소형견들의 활동공간중소형견들의 활동공간



우리는 끊임없이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래서 2년 동안 점차적으로 애견카페의 비중을 줄여나갔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어린아이를 동반한 손님들의 '키즈카페형 이용(어린이 방치)'을 막기 위해 노키즈존으로 변경했고, 두 번째 시도는 반려견을 동반한 손님들만 입장하도록하여 일반인들이 허락없이 타견을 들어올려 SNS 사진을 찍거나 자신들의 즐거움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강아지를 이용하는 것을 막고자 했다. 펫티켓을 잘 지키고 타견을 배려해주는 손님들도 많은 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나 역시도 그랬듯) 반려견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반려인들이다보니 본인도 모르게 하는 사소한 행동들이 교육 중인 아이들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더러 생겨났다. (카페 내에 위탁된 많은 강아지들 중 어떤 강아지가 어떤 교육을 진행 중인지 손님으로서는 당연히 알리가 없으니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교육 중인 아이들을 불특정 다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에 함께 있게 하는 건 애견카페의 단점이기도 하다.)


오랜 고민 끝에 과감히 애견카페를 포기하고 전문유치원과 호텔 운영만을 하는 것도 고려하기도 했지만 그 결정에는 많은 미련도 따랐다. 우리의 교육카페 취지를 따라주고 찾아주는 손님들까지 피해를 보면 안된다는 생각에 공휴일에만 카페를 운영하는 것으로 세번째 시도가 있었고, 마침내 평일 동안에는 외부인 출입 없이 온전히 선생님들과 강아지들만 남도록 했다. 우리는 드디어 강아지들만을 위해 힘을 쏟을 수 있는 정신적/체력적 여력이 생겼는데, 위탁한 가정들과의 소통이 원활해졌으며 위탁된 강아지들 하나하나의 성향을 머릿속에 담아 아이들별 교육방향도 만들어 나갔다. 선생님들 사이의 대화에 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전에는 강아지들을 관찰하는 시간보다 손님들의 행동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대화의 주제가 '사람' 손님이었다면, 점차 위탁된 강아지들의 성향과 발전 방향에 대해 선생님들 사이의 대화가 채워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아지들이 일관성있게 중립을 지키는 선생님들에게만 교육을 받게 되니 유치원 내의 규칙과 질서가 서서히 잡혀나갔고, 점점 변화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결정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는 주말 카페까지 운영을 중단할 수 있는 확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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