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의 노력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강아지들과 인간의 언어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선생님이 이 무리를 대표하는 리더이다' 라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손을 내밀면 그 손을 핥아 주기도하고, 간식을 가져오면 그 앞에 바짝 다가와 앉아서 그 사람의 눈을 초롱초롱하게 쳐다본다. 이런 강아지들의 친근한 행동들은 나를 리더로 인식했고, 복종하는 모습이라 생각하는 것은 1차원적인 생각이며 크나 큰 착각이다.
적대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 이상 내민 손에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일 뿐이고, 간식을 받아먹기 위해 반복적으로 학습된 모습으로 앉게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강아지 위탁시설을 운영하면서 비슷한 업종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강아지들을 휘어잡는(?) 자신의 노하우에 대해 들은적이 있다. 위탁시설에는 불특정 강아지들이 위탁되기 때문에 활발한 강아지, 소극적인 강아지 할 것 없이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이 찾아오게 되는데, 그중 활발한 강아지들 중에는 유독 사고뭉치 타입의 강아지가 있기도 하다. 반복해서 언급했던 내용이지만, 흥분도가 너무 높은 나머지 타견을 배려하지 않는 활동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고, 무리 사이를 뛰어다니며 쉬는 강아지들을 밟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면 이미 옳고 그름을 아는 성견과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는 활발한 퍼피 사이에 트러블이 발생할 수 있고, 성견과 성견사이의 싸움으로 번질 수 도 있는 등의 복잡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어쨋든 그 사람이 말한 노하우란, 눈에 띄는 사고뭉치 강아지를 무리를 대표해서(본보기로) 강하게 혼을 내게 되면 다른 강아지들이 그 다음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 얌전해진다는 내용의 노하우였다.
해당 사람이 말했던 내용이 어떤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지는 알 수 있겠으나, 공포정치를 한다고 해서 그 무리의 전체가 그 사람을 리더로 추켜세워 주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핀치가 되는 대상이 내가 되지 않도록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몰래 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고, 설령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그 리더를 잘 따르는 모습(복종)만 보여준다면 신임을 얻을 수 있다는 이상한 학습만 하게 될 뿐이다(인간사회에 아첨꾼이 있듯이 강아지 무리에도 아첨꾼이 있다). 공포정치의 강한 힘의 논리를 학습한 몇몇 강아지들은 강한 생존본능에 의해 굴복하며 따르는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무리의 대다수 강아지들은 자유를 꿈꾸며 그 무리를 벗어나고 싶어할 것이다.
소심한 반항일 수 있지만 다음 날 유치원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한다던지, 손님이 왔을 때 짖고 뛰어오르며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것을 최선을 다해서 표현하고 있을 수 있다.
태평성대(太平聖代), 어질고 착한 임금이 다스려야 풍요롭고 편안한 시대가 열린다는 역사 책의 말이 하나 틀린 것이 없다. 40~50마리의 개체와 선생님들이 함께 머무는 애견유치원은 그야말로 하나의 사회를 이루는 소국(小國)과 다를 것이 없다. 그리고 그 나라가 평온하기 위해 개개의 선생님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 개체 하나하나가 선생님들을 무리의 리더로 따르게 하기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되 평등한 행동언어로 질서와 규칙을 매일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
자칫 선생님의 편파적인 행동을 보여 '쟤는 되는 데 왜 나는 안되는지' 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강아지들이 생겨나게 된다면, 선생님이 가진 리더의 자질에 대해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는 반면, 변화하는 유치원을 보면 각 개체를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다.
선생님이 무리 사이를 뛰어다니며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수십마리의 사이에서 스스로 리더가 되기 위한 행동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하고 끊임없이 우리의 사소한 행동을 고쳐나갔고, 마침내 지금의 평온한 애견유치원을 만들 수 있었다.
가슴을 펴고 바른 자세로 무리 사이를 늠름하게 걸어다니고,
강아지들이 가장 경계할 출입문을 그 어떤 강아지보다 선생님이 가장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주며,
피치못한 상황에 당황을 했을 지라도 무리가 동요하지 않도록 차분한 자세를 유지하고,
모든 강아지들을 동등하게 이뻐해줄 수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스킨쉽을 최소화 하고,
원내 규칙과 질서를 모든 선생님이 인지하고 동등하고 일관되게 적용해야 하며,
잘 한 행동에는 보상, 수정되야하는 행동에는 해당 개체를 위한 올바른 접근법을 보여주어야 하고,
택배가 왔을 때, 손님이 왔을 때, 혹은 늦게 발견해서 흘러가는 소변을 봤을 때도 당황하며 뛰어가는 것이 아니라 느긋하게 걸어감으로써 흔들리지 않는 리더의 모습을 위해 몸에 베이는 습관이 필요했다.
강아지는 활동하다가도 어느 순간 쉬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강아지들이 동시에 쉬는 것이 아니라 놀고 쉬는 패턴이 모든 개체가 다르기 때문에 유치원의 선생님들은 각각의 개체보다 더 많은 활동을 유지해야 한다. 선생님이 한 자리에 쉬고 앉아 있는 동안 다른 개체들은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활동하고 있는 강아지가 문제없이 잘 놀고 있다면 선생님이 딴 짓을 하고 있어도 괜찮을까?
그렇지 않다. 선생님을 온전히 믿고 정말 세상 편하게 자고 있던 강아지가 불시에 출입문을 통해 등장한 손님을 보고 놀라지 않도록, 선생님이 무리 사이를 계속 거닐 고 있는 행동언어를 보여주며 '네가 쉬는 동안에도, 선생님은 내외부를 모두 관리하고 있단다' 라는 모습이 끊임없이 전달 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유치원은 정기적으로 등원하는 강아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원내 규칙과 질서, 그리고 선생님이 보여주는 행동언어에 익숙한 개체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이로인한 장점이 정말 많지만 대표적으로 두 가지에 대해 언급을 하자면,
첫번째로, 새롭게 유치원을 등록하거나 호텔링으로 처음 방문하는 강아지가 있어도 기존 무리의 강아지들이 텃세없이 새 강아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강아지를 경계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짖음과 경계 없이 맞이 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뉴페이스도 서스럼없이 무리에 녹아들 수 있게 된다 (강아지들은 무리사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 무리를 제외한 타견과 사람에 본능적으로 경계를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부인과 외부견을 받아들일지 리더인 선생님이 판단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면 불안에 동요하는 모습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두번째로, 선생님들이 무리 사이에 쌓아온 신뢰가 두텁기 때문에, 외부인이 불시에 들어왔을 때 선생님이 다른 일을 보느라 즉각 대응을 할 수 없어도 강아지들이 경계와 짖음없이 선생님을 믿고 기다릴 수 있는 경지가 되었다. 이는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가장 큰 몫을 하는 것이지만, 반복적인 긍정 경험으로 인해 외부인이 마냥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도 학습이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나라를 다스리는 자의 자질과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애견유치원(小國)을 통치 아닌 운영을 하면서 매일같이 깨닫고 있다. 선생님이 주도권을 가진 유치원, 정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