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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4-3 강아지 활동을 연구하다

당신은 당신의 강아지에 대해 모를 수 있다.




정기적으로 등원하는 강아지들이 대부분인 우리 유치원은 매일이 평화로운 편이다. 이미 원내 규칙과 질서에 익숙한 강아지들이기 때문에 선생님은 등원한 강아지들이 즐겁게 활동하는 모습을 관리&관찰하고, 스케줄에 맞게 단체 놀이교육을 하며, 아이들의 컨디션 체크 및 변 상태 확인 등의 반복적인 일과가 주를 이룬다. 때로는 약을 투약해야 하거나 안약을 넣어야 하는 강아지들의 경우 시간에 맞게 관리하기도 하는데, 특별히 우리의 일과가 달라지는 경우는 예약된 신규 강아지의 방문, 그리고 그 강아지의 적응기로 우리 유치원의 일과는 조금씩 바뀌게 된다.


우리 유치원은 예약제로 운영하여 기존 강아지들의 스케줄에 크게 영향이 가지 않는 시간대에 신규 강아지를 상담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하루에 상담할 수 있는 강아지의 수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새롭게 방문하는 강아지의 성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강아지에 맞는 활동계획을 짜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규 강아지의 제한이 없다면 위탁견 케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신규등록을 제한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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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오늘 예약된 강아지가 세 마리라고 했을 때 세 마리 강아지 모두 무난한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은 그중 하나가 예상과 달리 분리불안이 아주 심할 수도 있고, 혹은 세 마리 모두 낯선 공간에서의 다양한 자극에 극도로 예민할 수 있다. 물론 사전에 전화상담과 정보서 작성을 통해 간단히 강아지의 정보를 수집하여 어느정도 방문할 강아지의 성향을 선생님들이 예상하고 있지만, 아주 드물게는 보호자가 의도적으로 강아지의 문제행동을 숨기는 경우도 있고, 보호자 본인도 모르는 강아지의 문제행동이 낯선 공간에서 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 경우는 강아지가 낯선 곳에 위탁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보호자가 모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거나, 혹은 이전 위탁시설에서 보호자에게 강아지의 행동 안내가 부재했을 수 있다).


여러 마리의 강아지들을 동시에 케어하는 유치원이라는 공간에서 지속적인 1:1 케어는 어렵다. 하지만 보호자가 강아지의 문제행동을 인지하고 보호자와 유치원이 함께 협력하여 일관된 교육법으로 강아지의 문제행동을 고쳐나갈 수 있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문제행동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해당 보호자의 '인지'와 '의지'가 정말 중요하다. 백날 유치원에서 교정을 시도해도 하원 후 가정에서 케어법이 그대로라면 강아지는 혼돈이 올 수 밖에 없고 강아지 또한 개선할 의지가 서서히 없어지게 된다(우리는 이를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한다). 문제행동이 있는 강아지를 양육하고 있는 가정이라면 타인이(훈련사가) 마법처럼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을 꼭 인지했으면 한다. 장기간 위탁으로 보호자와 떨어져 교육하는 훈련소와 달리, 애견유치원은 활동일과 후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가는 만큼 가정내에서의 일관된 관리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훈련소를 다녀온 강아지가 며칠 후 같은 문제행동을 하는 것도 훈련소에서 지켜진 것들이 가정 내에서 무너졌기 때문일 수 있다).


간혹 문제행동을 교정하고자 방문훈련을 부르는 경우에도 훈련사는 '당신의 강아지는 이렇게 케어해 줘야 합니다' 라고 보호자에게 교육법을 알려주는 것도 있지만, 강아지의 문제행동이 보호자에 의해 생기는 것들이 많은 만큼 보호자의 행동교정에 포커스를 맞추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만큼 강아지의 케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정에서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타인에게 맡기는 훈련은 한번에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마법'이 아니라는 것을 보호자들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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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문 수리하는 낯선 사람과 전기드릴 소리(소음)에 놀라지 않고 선생님에게 집중하는 강아지들


사람마다 제 각각 성향이 있듯 모든 강아지의 성향을 평균 기준에 맞출 수는 없지만,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도시생활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하는 '평균값'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소음, 시각적, 촉각적 자극이 난무하는 도시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우리는 원내에 있는 모든 강아지들에게 다양한 자극에 둔감화하는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때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이 유치원 일과중에 발생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천둥번개가 치는 날에는 극도로 놀라는 강아지들이 있기 때문에 천둥이 치는 타이밍에 칭찬과 보상이 바로 이뤄질 수 있도록 선생님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간혹 이사철에 사다리 차가 유치원 창 위에서 왔다 갔다 할때도 커다란 그림자와 웅웅 거리는 기계소음에 맞춰 그날의 활동 계획이 달라지기도 한다. 강아지를 온전히 위하는 유치원이라면 정해진 일과대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의 올바른 사회화를 위해 그때그때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라 짖는 강아지를 나무라게 된다면, 이후 비슷한 자극에 더 크게 반응하는 강아지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치원과 더불어 호텔링도 함께 운영하고 있고, 오픈 초부터 호텔방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자게될 호텔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사람에게는 '호텔'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흥분되고 즐거운 일탈을 떠오르는 것일테지만, 좋든 싫든 보호자가 정해놓은 위탁시설에 영문도 모른채 며칠을 보내야하는 강아지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일 것이다. 특히 다른 강아지와 함께 활동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강아지들도 있을 것이고, 보호자 무리에서 떨어져 익숙한 우리집 환경이 아닌 호텔방에서 자는 것은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호자의 여행 일정이 정해졌다면 여유기간을 두고 본격 호텔링 전에 유치원이나 놀이방을 이용하여 강아지를 새로운 환경에 적응 시킬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만약 이미 적응된 위탁시설이 있다면 강아지를 위해 해당 위탁시설로 예약할 것을 안내한다. 보호자와 한번도 떨어져본 경험이 없는 강아지의 경우에는, 동반이 불가능한 여행계획이 잡히거나, 상을 당했다던지 급한 사정으로 갑자기 호텔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언젠가 위탁될 우리 강아지를 위해 한 곳을 정하여 종종 놀이방 혹은 유치원으로 위탁할 수 있는 노력을 보여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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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보호자와 떨어져 혼자 있을 내 강아지가 걱정되서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잘 수 있는 개방형 호텔을 찾는 보호자들도 종종 있다(각각의 방이 아니라 카페형으로 오픈된 공간에서 여러 마리가 함께 자는 구조). 하지만 이것은 강아지를 위한 선택이 결코 될 수 없다. 체급과 성향이 모두 다른 강아지들 사이에서 자신이 쉴 공간을 스스로 확보해야 하고, 좋은 자리는 힘 센 강아지에게 양보하거나 눈치게임을 해야하는 불편한 동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 그날 운에 맡기는 잠을 자기보다 안전이 확보된 나만의 호텔방에서 자는 것을 강아지는 선호할 것이다.


우리는 호텔링 전 적응기간 뿐만 아니라 호텔 준비물을 문자로 안내하고 있는데, 아무런 준비물 없이 강아지만 안고 들어오는 보호자들도 더러 있기도 한다.


'우리 강아지는 아무데서나 잘자요. 다른 호텔에서도 잘 잤다고 했어요'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나는 이 말을 믿지 않게 됐다. 지금은 호텔 예약시 준비물을 필수로 준비해오도록 하고 있고, 만약 준비가 안된 상태로 왔을 시에는 타고 온 차에서 방석이나 담요, 그마저도 없을 시 보호자의 양말이나 겉옷을 벗겨서라도 보호자와 떨어지게 될 강아지를 위한 준비물을 만들어 주고 있다.


강아지들은 후각에 예민한 동물이다. 비록 낯선 호텔방이라고 하더라도 익숙한 냄새가 나는 사물에 의지하고 위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준비물이 준비된 강아지와 그렇지 않은 강아지의 숙면은 큰 차이가 있다. 만약 호텔을 예약했다면 별도의 안내가 없더라도 집안에서 강아지가 익숙해할만한 담요나 방석, 보호자 체취가 남아있는 입었던 잠옷, 원래 급여하고 있는 사료를 준비해가길 바란다. 비록 사료가 없는 애견호텔은 없겠지만 낯선 공간에서 스트레스 받은 강아지가 새로운 사료를 먹었을 때 탈이 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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