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강아지가 정말 어느날 갑자기 짖거나 물기 시작했다.
Chapter7에서는 우리 유치원에 상담오는 가정들의 공통되는 고민들의 몇 가지 중에 하나씩 소개를 해보려고 한다.
우리 강아지가 갑.자.기 가족을 물거나
없던 짖음이 갑.자.기 생겼어요.
그리고 갑.자.기 분리불안도 생겼어요.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지만 강아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보호자들은 '갑.자.기'에 대한 호소를 한다. 하지만 강아지가 갑자기 물거나, 짖거나, 분리불안이 생기지는 않는다. 알게 모르게 제공된 원인이 있었기 때문에 문제행동이라는 결과가 서서히 나오게 됐을 것이고, 특정 행동으로 표현이 됐을 때 보호자가 알게 되는 것일 뿐이다.
정작 무엇이 원인인지 알리 없는 보호자들은 진상규명을 위해 최근 경험부터 하나씩 떠올려보고 잘못된 것에 포커스를 맞추곤 한다. 최근에 있었던 사건 하나를 머릿속에 떠올려 그것과 문제행동이라는 결과물을 엮으려 하지만, 강아지들의 문제행동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누적된 많은 것들의 결과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맞아 기억났어!
우리 강아지 얼마 전에 미용하고 와서
갑자기 돌변한 것 같아.
얼마전에 산책하다가
다른 강아지 보고
갑자기 놀라고 나서 부터 그래!
이렇게 마지막에 기억하는 사건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갑자기"라는 접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이 우리 가족 혹은 나 자신 때문이라 생각하지 않고, 타견 혹은 타인에게서 원인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강아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타인도 타견도 아닌 '우리 가족'과 '나' 라는 것을 말이다.
어린 강아지 때는, 특히 태어난지 몇 개월 안된 강아지들은 아직 세상을 알기 전이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무리근성을 알지 못하는 상태) 지극히 당연하게도 짖음이 없고, 물지도 않고, 분리불안도 당연히 없다. 분리불안이 생길 대상 자체가 없는 상태라고 보면 될 것이다. 사람도 태어나자마자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없듯이, 그만한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짖음, 무는 표현, 분리불안은 대부분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싶지 않게도 함께 생활하는 가족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다.
억울해요. 내가 대체 뭘 했길래,
이뻐하고, 맛있는거 주고,
원하는거 다 들어줬는데?!
만약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바로 이 내용에 강아지 문제행동의 원인이 모두 들어 있다.
물론 어느날 받았던 미용이나 스트레스를 받았던 특정 상황이 무는 행동을 촉진하는 트리거(trigger)가 될 순 있지만, 우리 강아지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랬구나! 하고 강아지의 비위를 더 맞춰주는 생활을 하다보면 짖음과 공격성은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후천적으로 보여지는 강아지의 대부분의 문제행동은 강아지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줬던 가족 내 생활습관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가족들의 자리(소파와 침대)는 어느새 강아지에게 내어주고,
밥을 안먹으면 더 맛있는 것을 내어주고, 밥에 비벼주고,
장난감 내어달라고 요구적으로 짖으면 얼른 가져와 놀아주는 등
강아지가 원하는 대로 모두 들어줬기 때문에 "갑자기"가 아니라 "통제권"과 "주도권"이 서서히 강아지에게 넘어가면서 "어느 순간" 물게 된 것일 뿐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가족 무리 내에서 강아지가 주도적으로 하는 행동들을 막아주지 않는 다면 강아지의 주도권이 높아지면서 가족구성원(무리) 내에서 강아지에게 우위성이 생기게되고, 그렇게 되면 가족들을 통제하려는 문제행동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예를 하나 들자면,
눈꼽정리, 칫솔질, 빗질 등 평소 하던 대로 가족들은 강아지의 기본 케어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강아지의 머릿속에서 이런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것도 모르고..
내가 이 무리에서 우위에 있는 멍멍인데
이런 것까지 참고 살아야해?
싫은 건 싫다고 표현해야지! 앙!!
자, 이런 상황에서는 빗질 같은 행위가 강아지의 무는 행동을 촉진하는 트리거(trigger)가 될 순 있지만, 갑자기 무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기까지 강아지 스스로 '내가 우위에 있는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게된 계기가 일상 속에 꽤 많이 있었을 것이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가 아팠구나~ 살살할게~~'
'아이고~~ 우리 강아지가 많이 싫었구나~ 오늘은 그만할게~~'
라고 하면서 강아지의 잘못된 행동을 받아주게 된다면, 강아지는 서서히 무는 행위가 자신이 싫어하는 행동을 끊어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고, 강아지가 싫다는 표현을 하는게 무서워서 더 조심하게 행동하게되는 가족이 될 뿐이다 (보호자들은 혹여나 빗이 우리 강아지의 심기를 건들진 않을까 살짝살짝 빗질을하고 있고, 강아지는 언제 물까, 언제까지 참을까 하며 입술을 씰룩씰룩 하고 있는 장면을 꽤나 익숙히 봤을 것이다).
만약, 초등학생 아이가 공부하기 싫다고, 양치하기 싫다고 엄마를 마구 때린다면 이게 정상적인 행동일까?
정말 말도 안되는 예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훈련사의 입장에서 바라본 강아지와 보호자의 관계와 큰 차이가 없다. 함께 살아가는데 있어 서로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잘못된 행동이라면, 강아지가 동물이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용서를 해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강아지가 아무것도 모르는 동물이라 용서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의 강아지는 손, 발, 엎드려 등의 교육을 아무것도 못해야 정상이다. 강아지도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다).
강아지든 사람이든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감수하고 해야하는 것들이 있는데 조그마한 일에도 쉽게 싫다고 표현하는 짜증 섞인 상황이 나날이 발생한다면 함께 살기 힘들 것이다.
만약, 우리 강아지가 내 손에 있는 간식을 빨리 달라고 요구적으로 짖고 있다면,
"이 간식은 네 것이 아니라 내 것이야. 말을 잘 듣는다면 나눠주는 걸 생각해 볼게"
라는 것이 강아지에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간식 하나 가지고 치사하게 굴자는게 아니라, 강아지에게 규칙을 가르치자는 것이다. 유치원, 초등학생 아이에게 예의를 가르치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하면 되는 것이며, 단지 '간식'이라는 수단은 나와 강아지 사이에 '보상과 칭찬'이라는 실용적이면서도 납득할만한 합의로 자리잡은 것 뿐이다 (먹을 것으로 치사하게 굴지말자는 인간의 접근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장난감을 들고 와서 얼른 놀자며 장난감을 보호자 앞에 내려놓는다면, 그 모습에 귀여워 하지 말고 바닥에 있는 장난감들을 모두 모아서 강아지가 닿지 않는 위치에 보관하는 것이 옳다. 놀이의 주도는 보호자로부터 시작되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익숙하게 앉던 자리에 강아지가 떡하니 앉아 있어서 보호자가 비켜 앉아야 하거나 바닥에 앉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강아지에게 "너는 이제 내려가. 원래 내 자리야" 라고 표현 할 수 있는 단호한 보호자가 되어야 무리의 질서가 유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앉은 사람이 주인이지 식의 생각은 강아지에게 통하지 않는다. 강아지의 우위성을 인정해주는 것일뿐이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내 강아지가 입질, 짖음, 공격성 등의 문제가 없는 태평하고 평온한 타입의 강아지라면 그리고 몇년째 무리없이 잘 살고 있다면 굳이 타이트한 규칙을 이제와서 적용할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문제없이 살고 있는 가정이라면 그대로 일상생활을 해도 무리가 없다.
간혹 유치원 상담중 이렇게 말씀하는 보호자들도 있는데,
우리 강아지가 물긴 무는데
세게는 안물어요
호호호..
이미 강아지의 주도권과 우위성에 길들여진 보호자들이기 때문에, 내 강아지의 문제행동이 개선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상담을 하러 온 것이지만, 알게 모르게 내 강아지를 대변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사람과 함께 무리를 이루어 살기위해 해야하는 필수적인 관리들인 목욕, 발톱깎기, 하네스 착용하기, 빗질, 양치질 등 기타 기본관리에 해당하는 행위들에 싫은 표현이 없는 강아지이어야 건강하고 행복한 반려생활이 될 수 있다 (일상적인 생활부터 문제가 있다면 다른 문제는 더 많지 않겠는가?).
엄마가 하네스를 들고왔군,
조금 더 다가오면 싫다고 물어야지.
라고 일상생활의 매 상황마다 경계를 하고 언제 엄마가 하네스를 가져올까, 언제 빗을 가져올까, 긴장하고 살아가야하는 강아지보다 무엇이든 보호자가 하는 것에 믿음을 가지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강아지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의 한끗차이는 보호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대부분의 문제행동은 가족 내에서 생활습관과 관계에서 비롯된 만큼 방문훈련사와 선생님이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이다. 고가의 방문훈련을 불러도 강아지를 직접 교정하는 게 아닌 가족들에게 방법을 전수하는 것일 뿐, 그 방법을 이행하고 고쳐 나가야 하는 것은 온전히 보호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