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투정, 불만투성.. 버릇없는 강아지, 그렇게 기르는 주인
우리 강아지가..
밥을 잘 안먹어요.
밥을 안먹는 것일까. 먹기 싫은 것일까.
어디가 아픈 것일까. 다른 것을 먹고 싶은 것일까.
우울증에 걸린 것일까. 그냥 간식이 먹고 싶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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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가장 간단하고 명료한 방법, 사료 바꾸기.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제일 안좋은 방법일 수 있다.
사료를 바꾸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이제 두 세번 먹으면 안먹는 내 강아지.
내 강아지 식단 맞추기 위해 절절 매는 보호자..
그래서 밥에 고기반찬 섞어주고, 캔도 섞어보고, 요즘 유행한다는 맞춤 화식까지 주문했는데..
정말 끝도 없이 변하는 내 강아지의 식성, 그리고 끝도 없이 맞춰주는 보호자의 결투가 아닐 수 없다.
내가 운영하는 위탁시설은 호텔 예약전에 적응차 유치원 등원을 권장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호텔링 이전에 보호자와 강아지가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강아지 정보서를 작성하는 동안 강아지의 활동을 지켜보고 보호자와 상담을 이어가게 되는데, 꽤 많은 보호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바로 강아지가 밥을 잘 안먹는다는 것이다.
(그럼 이 많은 살들은 다 어디서 왔단 말인가.. 하하 ..)
"사료를 안먹고 간식은 먹는다는 거지요?"
라고 재차 물어 봤을때, "네" 라고 대답을 듣는게 위탁하는 입장에서는 차라리 낫다.
"아니요, 사료도 안먹고 간식도 잘 안먹어요"
라고 대답을 듣는 경우엔 대략 난감이다.
강아지가 밥을 안먹을 때마다 새로운 것들로 계속 입맛을 맞춰줬기 때문에 입맛이 까다로울대로 까다로워진 상태에서 만나는 강아지는 '내가 안먹고 버티고 버티면 결국 맛있는거 줄거야' 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강아지를 상전처럼 대하는 보호자들이 호텔링을 맡기고 떠나면 강아지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이곳의 규칙을 서서히 익히기 마련이다. 강아지에 따라 다르지만 빠르면 하루 이틀, 늦어도 2~3일차 되면 대부분 간식이든 밥이든 잘 먹게 되는 편인데 잘 먹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면역이 서서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난감할 때가 있다. 특히 호텔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3일 이상의 호텔일 경우 사료든 간식이든 알러지만 피해서 강아지가 먹고자 하는 것을 주는 것이 강아지의 면역력 유지에 좋기 때문에 우리도 최대한 강아지가 먹을 수 있는 환경적 요소를 맞춰준다 (그릇의 소재를 바꿔주는 방법, 놀이처럼 먹는 방법, 밥의 온도와 향을 극대화 하는 방법 등).
강아지가 밥(사료)를 잘 먹어야 하는 이유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우리가 시중에서 쉽게 돈을 주고 구입하는 흔한 사료라 하더라도 그 사료들은 사료회사에서 전문 연구원들이 강아지에게 필요한 필수 영양소를 연구하고 영양과 성분배합을한 균형 잡힌 식단이라고 보면된다. 그리고 행동학적으로 봤을 때 문제행동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반드시 식단조절이 필요하다. 맛있는 것만 골라 먹으려고 하는 땡깡이 많은 상태에서는 어떤 방문훈련이든 교육이든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우리 강아지가 처음엔 밥을 잘 먹었는데
어느 순간 잘 안먹어요
강아지를 처음 입양하는 시기인 2~3개월에는 뭐든 잘 먹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잘 안먹게 되는 시기는 그로부터 서서히 성견이 되어가는 시기인 5~6개월 즈음 일 것이다.
갓 태어난 강아지들은 어미의 젖을 먹기 위해 눈이 채 뜨기도 전에 형제들과 젖을 먹기 위한 전쟁을 치르게 된다. 힘이 좋은 형제 강아지는 젖을 더 많이 먹을 것이고, 힘이 약한 강아지는 젖을 많이 먹지 못해 한날 한시에 태어난 강아지라도 겉으로 보기에 체급의 차가 많이 나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렇게 강아지들은 태어나자마자 형제들과 먹이 경쟁을 하면서 세상을 배워나가게 된다. 눈을 뜨고 어느 정도 걷는 것이 되었을 즈음 밥그릇에 있는 사료를 형제들과 함께 먹기도 하는데, 지금 이 사료를 먹지 않으면 형제들이 다 먹고 남은 밥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로 밥을 먹지 않는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입양되고 나서 부터는 배가 불러도 때가 되면 밥 그릇에 사료가 마법처럼 채워지지 않는가.
사실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강아지는 밥을 먹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차고도 넘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 밥을 안먹는다고 해서 나무랄 것도 없고, '아, 배가 고프지 않으니 안먹는 구나' 하고 가볍게 넘기면 그만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밥을 먹지 않는다고 더 맛있는 것을 섞어주고 간식을 주면서 부터 시작되는 것이지 밥을 남기거나 안먹는 것에 보호자가 크게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강아지는 자신의 활동량이 적어지고 먹이 경쟁의 필요성을 못느낀다면 서서히 성견이 되어가는 6~7개월령부터 밥 양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끼를 거르는 정도가 아니라 사료 자체를 아주 거부하는 정도의 사례라면 생활습관을 바꿔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습관은 함께 거주하는 가족 모두가 지켜줘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혹시 우리가족에 해당되지 않는지 한번 확인하길 바란다.
시간이 되면 밥그릇에 밥이 채워지고, 가족들은 흐뭇하게 강아지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일상인 우리 가족, 다 먹으면 잘 먹는다고 또 사료를 채워주고, 밥을 안먹으면 배고플까봐 밥 대신 간식을 주거나 밥에 맛있는 토핑을 비벼주는 가족..
한숨 자고와도 먹다 남은 밥이 그릇에 그대로 있는 것을 본 강아지는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아무도 내 밥을 건드리지 않네?"
더 이상 먹이 경쟁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을 알게된 강아지는 밥의 중요성을 잃게 된다.
"이 사람들은 나보다 밑인가봐, 내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거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잖아?"
사람은 맛잇는 간식과 사료를 먹는 강아지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대리만족을 할 수 있지만, 강아지의 입장에서는 왜 내 밥을 뺏어먹지 않지? 내가 이 사람들보다 서열이 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내 밥을 함부로 못먹는 거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밥 안먹으면 곧 갇식을 줄거니까, 밥 안먹고 버텨야지"
혹은, "지금 밥 안먹어도 이따가 누나가 퇴근하고 오면 간식을 줄거야"
입맛 까다로운 강아지가 되는 지름길이다. 강아지도 이 정도의 사고를 할 수 있다. 영양소가 고루 들어있는 사료를 먹지 않고 간식만 먹다보면 영양의 불균형은 물론 비만이 되어 관절 및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강아지의 식습관 개선은 가족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이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밥 잘먹는 강아지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게 좋을까?
다음 챕터에서 올바른 식습관 개선을 위한 방법을 다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