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함께할 때 양보와 허락의 한 끗 차이
우선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양보'와 '허락'의 개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양보'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기에 기꺼이 하는 것이라면, '허락'은 상대방이 나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지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강아지와 사람의 행동언어는 분명 다르기 때문에, 사람이 강아지에게 '양보'라는 생각으로 반복적인 배려를 해준다면 강아지는 그것을 '고맙습니다. 다음에 저도 양보할게요'가 아니라, 당연히 받아들이게 되고 스스로 '내가 서열이 높기 때문에 차지한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되기 쉽다.
누누이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강아지마다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서열에 연연하지 않는 온순한 강아지들은 반복적인 양보에도 '그렇구나~' 하고 별 생각 없이 넘어가는 반면, 서열 의식이 있는 강아지는 '역시 내가 서열이 위이군' 하고 보호자가 배려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 부여를 할 수 있고 스스로 주도권과 통제권을 가지게 됐다고 착각할 수 있다. 그렇게 착각이 누적이 되어 스스로 왕이라 착각하게 된 강아지가 '네가 감히'라는 표현의 공격성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미 몇 년을 문제없이 강아지와 한 침대에서 자고, 소파에서 함께 생활해왔다면 해당 가정은 살던 대로 살면 되겠지만, 특정 자리에 소유욕을 부리고, 외부인이 왔을 때 힘차게 뛰어나가 강한 경계로 짖는 강아지라면 지금 해오고 있는 패턴을 바꿔줄 필요가 있다.
왜 강아지와 훈련사들은 침대와 소파에 의미를 두는 것일까?
침대와 소파, 이 두 가구의 공통점은 보호자가 오랜 시간 머무는 자리임과 동시에 바닥보다 조금은 높은 위치에 있는 가구이다. 혹시 사파리나 동물원에 갔을 때 호랑이나 사자들이 높은 바위 위에 위엄 있게 엎드려 쉬고 있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야생에서 바위 위를 선점한다는 것은 해당 개체가 중요한 지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침입자와 나의 무리가 한 눈에 보이는 아주 좋은 전망대 역할을 함과 동시에, 아무도 넘보지 못하는 리더가 가지는 특권이자 전망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TV 동물농장이라는 프로에서 사파리 생활을 다루는 코너가 오래전에 있었는데 그 프로를 봤던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서열이 바뀌게 되면 바위에 올라가는 개체도 바뀌게 되는데, 서열 2위가 바위 위에서 쉬고 있는 서열 1위를 뒤에서 몰래 덮쳐 서열싸움을 하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비슷한 의미로 늑대에 뿌리를 두고 있는 강아지 역시 오래전에는 야생 생활을 해왔던 만큼 본능적으로 서열에 대한 의식과 조망권, 편안한 자리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데, 우리 집에서 전망 좋고 편안한 자리는 소파와 침대가 되는 것이다.
사춘기를 접하지 않은 아직 어린 강아지들은 무리 사회에 대한 규칙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갓 입양된 새끼 강아지는 침대 위든 소파 위든 그것에 큰 의미를 두지 못하지만, 성장하면서 입양된 가족에 무리 근성이 생기고 사춘기가 시작이 되는 5개월령부터는 규칙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물론 해당 강아지가 서열이나 경계에 예민하지 않은 무던한 강아지일 수 있지만, 집 안에서의 규칙은 강아지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고 처음부터 유지된 규칙이라면 강아지도 거부감 없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식구들 모두가 지켜줄 수 없는 규칙은 있느니만 못할 수 있으니 가족들이 동참할 수 있는 조건이 된 후에 이행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