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력이 함께하길

일의 언어: 말에서 본질을 찾다

by 견과류

"직장인이 되려고 태어났는가아가아가아?"

(책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마루야마 겐지)

이상한 사람이다. 회사 복도에 왜 저런 사람이 있지? 목소리 에코는 또 뭐야? 무시하고 지나가니 좀 당황한 듯 보인다. 다급하게 다시 말을 건다.

"고뇌하는 자여자여자여. (안 사요) 아니 그게, 나 '신'인데?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실은 악마. (뭐야) 잠깐만, 빨리 퇴근하고 싶지? (네!) 역시... 내가 너에게 단 한 가지 능력을 주겠다아다아다아. (한 가지요?) 응, 한 가지만 골라야 해. (음... 그럼 '실행력'이요) 역시... 내가 너에게 실행력을 주겠다아다아다아. 대신 너는 나에게 영혼을 팔아야 해. (싫은데요) 왜? (당연한 거 아녜요?) 하긴... 그럼 갈게. '실행력'이 함께하길하길하길."

그리고 사라졌(어야 그나마 신이든 악마든 믿겠는데, 비상계단으로 잽싸게 내려갔)다.



악마가 단 한 가지 능력을 주겠다고 하면, 나는 1초 만에 '실행력'이라고 답할 것이다. 영혼을 파는 대신 나는 사전(과 책)을 팠다. 본질은 언제나, 말속에 있으니까.





#실행력


발음 [실행녁] / 활용: 실행력만 [실행녕만] / 명사
자기의 생각을 실제로 행하는 능력. (표준국어대사전)



실행력은 '실제로 행하는 능력'이다.

실제로 행하는 것은 '거짓이나 상상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행하는 것이다. 흔히 어떤 일을 실행하기까지 다섯(또는 여섯) 단계를 거친다. '(계획-)분석-설계-개발-실행-평가' 순으로 일을 진행한다. 애디(ADDIE) 모형 또는 워터폴(Waterfall) 프로세스라고 한다. 둘은 미묘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큰 틀은 같다. 실행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여러 단계를 거친다. '거짓이나 상상(가설)'에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실행은 그 가설을 검증하는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현실'은 상상과 다르다. 빠르게 변한다. 가설을 설정하는 순간은, 그 순간의 현실과 맞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분석하고 설계하고 개발하는 사이, 현실은 변한다. 실행하려고 하면 이미 상황은 달라져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새로 가설을 세운다. 그리고 다시 분석하고 설계하고 개발한다. 실행하려고 하면, 또 상황이... 또 새로 가설을... 결국 실행을 못한다. 실행의 속도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단 '실제로 해 나가야' 한다.

요즘 시대를 'VUCA'의 시대라고 한다. 쉽게 변하고(Volatility), 불확실하고(Uncertainty), 복잡하며(Complexity), 모호한(Ambiguity) 시대라는 거다. 실제로 그렇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생각만으로는, 상상만으로는 아무것도 실행할 수 없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시대니까. 일단 뭐라도 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뭐라도 된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실행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실행의 속도를 높이려면 프로세스를 단순화해야 한다. '실행-수정', 그리고 이를 반복한다. 바로 애자일(Agile) 프로세스다. 애자일은 '날렵한, 민첩한, 기민한'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다. 기민하다는 것은 '기회에 민첩하다'는 말이다. 기회의 다른 말은 '문제'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라는 '문제'는, 민첩하게 대응할 때 '기회'가 된다. 애자일은 곧 '기회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실행력'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일단 실행한다. 그리고 수정한다. '미친 듯이 심플(캔 시걸-애플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책 제목)'하게. 그래야 실행할 수 있다. 그래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실행의 대상은 '자기의 생각'이다.

생각은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즉 자기 스스로 헤아리고 판단하여 즐겁게 행하는 것이 실행이다. 그래야 일이 잘되기도 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하거나, 남이 시키는 대로 하거나, 어쩌면 둘 다인 경우(하아...)라면 실행이 잘될 리가 없다. 실행을 잘하려면 두 가지 중 하나여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하거나. 어떻게 하건 주체는 '자기'여야 한다. 실무자라면 자기 일을 주도적으로 즐겁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리더라면 팀원의 주도성, 자율성을 확장해주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실행이 잘되고, 일이 잘되고, 회사가 잘된다.


능력은 '일을 감당해 낼 수 있는 힘'이다.

지금 내 일이 감당하기 힘들다면, 일을 줄이거나 힘을 키워야 한다. 일을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슬프지만 진실. 그렇다면 일을 감당해 낼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너무 많은 계획과 생각, 복잡한 프로세스를 버리자. 미친 듯이 심플하게.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자. 애자일 하게 실행하자. 능력을 키워 일을 너끈히 감당해 내자.



부디, 실행력이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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