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거 있잖아요 그 사람만이 지닌 특이한 냄새. 뭔가 비슷한 느낌을 가진 향이 생각나려 하다가도 도무지 모르겠는 그런 냄새. 비누 향일까, 샴푸 향일까, 아니면 내가 맡아보지 못한 향수일까.
그 사람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간 그 한순간에 얼른 담아보려 숨을 흠칫 들이켜고는 몇 초가 지나서 다시 아쉬워지는, 학 종이 케이스 안에 담아두고 잊을만하면 뚜껑을 열어 한껏 들이마시고 싶은, 그렇지만 곧 달아날까 조바심이 들기도 하는 향기.
밤에 자려 누우면 문득 저 사람은 어떻게 하면 저런 향기를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그냥 왠지 모르게 나도 저 사람의 향기를 닮고 싶다 하는 욕심이 들기도 하지요. 그러고는 자꾸만 그려보는 그 사람의 얼굴. 어느새 하루가 그 사람으로 가득 차기도 하고.
몇 번 더 지나쳐 보면 알 수 있어요. 더,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고 한 뼘이라도 더 그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은 향기. 조금 더 긴 시간을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향기.
먼저 인사를 건네는 순간에는 괜히 심장이 떨려와요. 그 사람이 나를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가슴을 콕콕 찌르기도 해요. 쿵쾅대는 박동이 귀에서 무게를 재며 벌게지는 얼굴엔 정말 왜 그런지 알 수 없다는 듯이 속으로 묻기도 하죠. 야, 너 왜 그래?
마음에 드는 아이가 있으면 힐끔거리며 교실 창으로 넘어다보던 학창 시절. 복도 끝에서부터 저 먼 곳의 그 아이의 존재를 알아차리고선 괜히 손발이 어색해지며 지나쳐가는 소녀에겐 향기가 있었지요. 남들은 모르는, 오직 나만이 아는 그 향기가.
며칠 책상이라도 비면 어디가 아픈 걸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혹시 전학이라도 간 걸까, 혼자만의 걱정에 푹 빠져 우울해하기도 했지요.
그 사람의 향기를 느낀 순간은 신비로워요. 이 세상에서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다 그녀 주변으로 간 것 같은.
거울을 봐요.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의 마음에 들 수가 있을까, 머리를 매만지며 얼굴에 난 여드름이 잔뜩 미워지기도 하고 싱긋, 나름 선하고 매력적인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하고.
그 향기의 이름을 굳이 붙이자면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나날들’이었을까요? 알지 못하지만 손끝 마디마디부터가 소중해지는 존재의 향기.
향기를 맡아요. 어쩌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찾아오지도 않을까 하는 향기를. 짙어지다가도 잔뜩 취해버리곤 진실 되지 않게 사랑한다고 하는 날들이 많아져서 수명이 다 하기도 하는 향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