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도고



길을 걷다 버스 창가 자리에서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저것은 시다

시는 어디론가 가고 있다

슬픔을 내려놓으러 버스에 앉았냐고 묻고 싶었다

슬픔을 안고 가는 풍경은 어디냐고 묻고 싶었다


집 앞 담장에 앉아 담뱃재를 툭툭 털다 옆집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저것은 시다

씨앗의 울음이다

엄마가 늦도록 오지 않아 무서웠냐고 달래주고 싶었다

사실 사람이 제일 무서워,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늦은 저녁 편의점 앞에 앉아 컵라면을 들이켜고 있는 노인을 맥주를 마시면서 바라보게 됐다

그는 어제도 이 시간에 같은 자리에 앉아 막걸리 한 병과 컵라면을 비웠다

저것은 시다

늙은 시인의 고립된 밥상이다


라면이 지겹지 않냐고 묻고 싶었다

사실 당신이 컵라면을 먹지 않는 날은 언제요, 사실 컵라면을 먹는 당신 앞에 내가 앉아 있지 않는 날은 언제요, 하고 묻고 싶었지만


알람이 울렸다

어제는 내일의 시가 되었다


가로등이 빛난 자리엔 해의 그을음이 있었다

불에 탄

잿더미의 은어 같은 시들


그리곤 며칠 뒤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리곤 며칠 뒤면 다시 눈앞에 있다


그것은 시다

쉬워서 쉽게 말할 수가 없다


그것은 시다

그럼 아픈 것도 아름답게 아파질 수 있었다


나는 시처럼 사라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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