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달에 묵혀둔 싹도 나지 않은 감자를 썰어 뭉근한 찌개를 끓입니다. 껍질을 깎는데 내 마음의 긴 어떤 것들의 일부가 줄줄이 딸려나갑니다. 요리란 것은 무엇일까요. 파 기름을 내기 위해 팬을 긁을 때나 장을 잠긴 물에 풀어 곱게 개는 것은. 저녁이 무연한 찌개를 끓이게 만듭니다. 배고픈 것들이 들썽입니다. 몸이 싱거워 짜져야 할 것들을 썰어 넣습니다. 도마에 비가 내리고 국이 잔뜩 애를 닳아하고 있습니다. 흰쌀밥이 허기진 마음에 모락모락 김을 내며 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