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초등교사가 되고 정말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다.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학생들을 보면 ‘이걸 모른다고?’와 ‘이걸 안다고?’라는 물음이 양립한다. 소주 이름은 알면서 의자에 옷 거는 법은 모르는 아이들 때문이다. 자기 부모님이 무슨 음료를 즐겨하시는지 다 말해준다. 난 묻지 않았다. 정말로. 나는 자기 아빠가 몰래 담배피러 간다는 얘기를 할 때쯤 끊어주기까지 한다.
그 혼란은 학부모들을 만날 때도 찾아온다.내가 공무원인 건 알면서 나도 세금내는 건 모르는 것처럼 얘기하는 분도 계신다. 분명 내가 세금을 더 많이 낼 것 같은데 말이다. 내가 교실에 몇 시쯤 들어오는지는 아시면서 아이들이 수업시간에도 시끄럽다는 거에 새삼 놀라시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난 가끔 교실이 조용할 때 놀란다. 물론 티내지 않고 속으로 즐긴다.
처음 학부모들과 소통했을 때는 ‘왜 자기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이렇게 대하지?’ 싶었다. 그러다 ‘설마 이게 무례한 걸 모르는 건가?’ 란 생각이 들었고 여러 사례들을 통해 확신으로 변했다. 담임 선생님께 어떻게 연락해야할지 몰라 나한테 물어보는 지인들이 많아질수록 특히 그랬다. 하긴, 누가 말해주겠는가. 나는 옆반 선생님들을 통해 학부모와의 소통 기술을 익혔지만 학부모들은 찾아봐도 뉴스와 커뮤니티로 보는 게 대부분일 거다. 보면서 ‘와, 저건 심했다’, ‘저 정도는 아니지’ 하고 안심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다. 그들의 하위호환(아니 상위호환일까?)들이 학교에 차고 넘친다는 건 모를 거다. 자신이 그들 중 하나가 될수도 있다는 것도 말이다.
요새 학부모 민원의 심각성이 강조되긴 했지만 학교에서 전체적으로 하는 학부모교육은 너무 가식적이다. 그런 형식적인 교육만으로는 교사와 학부모 사이를 튼튼하게 연결할 수 없다. 계속 이랬다가는 학교에 ‘당장 사과하세요’라고 소리지르는 학부모와 ‘그 학부모 또 전화왔어’라고 한탄하는 교사만 남아 있을 거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가 틀어지면 학부모는 학교와 교사를 의심하고, 자신의 아이를 바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교사는 학생의 문제행동에 대해서 학부모에게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게 된다. 사실 이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아이이다. 불편한 학부모가 있다면 아이 뒤에 그 학부모가 자동투시돼서 보인다. 아이를 이뻐하려고 해도 실수했다가 책잡힐까봐 망설여진다. 새로운 것 좀 해보려 해도 괜히 뭐 하나 잘못되면 연락올까봐 선생님들이 접은 활동들이 산을 이룰 거다. 아이가 잘못을 해도 나만 자기 애 혼낸 못된 사람으로 만들 게 뻔하니 내버려두게 된다.
교사는 더 자유롭게 교육하고 싶고, 더 진솔한 얘기도 나누고, 시켜주고 싶은 것도 많다. 학부모도 내 아이가 선생님과 잘 지내고, 즐겁게 수업을 듣고, 좋은 사람으로 크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 절대적인 신뢰가 있어야 한다. 사실 무엇보다 내가 여러분의 협조와 믿음이 필요하다. 학기 초 학부모들께 드리는 편지도 쓰고, 학부모총회 때 안내도 해봤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1년을 보낼 사이라 직설적으로 얘기하지 못한 것도 많다. 그래서 서로가 누구인지 모를 사이에서 솔직히 털어놓고 싶었다. 여러분도 도대체 어떻게 우리 아이 담임 선생님과 얘기해야할지 막막할 때 많지 않은가! 이렇게 하면 진상이려나 싶어 고민해 본 적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교사도 학부모도 원하는, 내가 당신 아이의 담임교사가 아니기에 툭 까놓고 말하는 진짜 교사 대하는 법을 얘기해보자! 앞으로 나를 이렇게 대해주길 바란다는 흑심을, 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잖아요라는 소망을 품고 쓸 것이다. 그쵸? 우리 아이를 위한 파트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