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기본이 중요하다
3월이 되어 내 아이가 학교에 갔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그렇게 일 년이 지났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엔딩인가! 교사 입장에서 가장 좋은 학부모는 아무 연락 없는 학부모다. 내가 연락할 일도, 먼저 연락하지도 않고 종업식을 맞이하길 바라지만 역시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출결이나 교내 다툼 등으로 연락할 일이 생기고 늘 전화기 위로 손을 들었다 멈칫한다. 그건 학부모도 마찬가지일 거다. 불편하지만 해야 하는 그 연락,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화 내용은 차치하고 먼저 형식부터 살펴보자. 무슨 내용이든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 받는 이도 유쾌하게 대답할 수 있다.
첫 번째, 시간을 지키자. 보통 초등학교는 오전 8시 20분부터 4시 20분, 8시 30분부터 4시 30분, 8시 40분부터 4시 40분 이 셋 중 하나의 시간으로 운영된다. 교사는 점심시간도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기 때문에 휴식 시간 없이 8시간을 근무한다고 보면 된다. 설마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교사 없이 알아서 질서 정연하게 급식실로 갔다 아무런 갈등 없이 운동장에서 사이좋게 뛰놀다 돌아오는 그런 이데아를 꿈꾸지는 않겠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니 가장 보수적으로 8시 40분부터 4시 20분까지는 근무 중이라고 잡자. 이 외의 시간에는 연락해서는 안 된다. 퇴근하고 저녁 먹는데 이메일 확인해서 처리하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나? 감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근무 중이 아니니 안 되는 거다. 전화는 아예 하지 말고 문자(하이클래스나 클래스팅의 메신저 등)를 남겨놓더라도 즉각적인 답장은 바라지 말자. 정말 급한 일이 있다고? 당신의 아이가 병원이나 경찰서를 가도 저녁에 교사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보호자인 부모가 나중에 내용을 알려주면 된다. 갑자기 장례식장을 가야 한다고? 출결 처리도 다음날 학교에 가야 가능하다. 조금 늦게 알았다고 해서 출석이 결석으로 바뀌거나 무단결석이 출석인정결석으로 처리될 수는 없다. 어떻게 처리되나 빨리 알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나 미리 안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진 않는다. 내가 이 말을 하는 건 밤 10시에 다음 날 못 온다고 연락해 놓고 왜 바로 답장이 안 오냐고 전화하는 경우를 겪어봤기 때문이다. 다음날 오후에 알아도 답장 내용은 똑같으니 기다리자.
그럼 이 시간이면 바로 전화를 걸면 될까? 아니다. 당연하지만 교사의 최우선 업무는 학생 지도와 수업이다. 내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이라면 되도록 연락하지 말자. 교사는 지금 당신의 아이와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 점심시간이라도 학생들을 지도 중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갑자기 아이가 바로 조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교무실에 연락하면 된다. 교직원끼리의 소통이 가장 빠르다. 급한 일이라면 교직원이 직접 교실로 찾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하교 시간이 지났다. 교사와 소통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 됐다. 내가 전화를 걸면 교사가 바로 받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수업 종료 후에도 수업 자료 준비, 교직원 회의, 연수 등의 일정이 있고 출장이나 조퇴 등의 복무가 있을 수 있다.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는다면 문자를 남겨두자. 그리 긴박한 일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문자를 남기는 것도 좋다. 그리고 간혹 상담을 근무 시간 외에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다 바쁘다는 거 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은행한테 나 퇴근하고 가야 하니 그때까지 혼자 문 열고 지키라는 사람 없지 않은가? 월차를 쓰거나 잠시 비는 시간을 이용해서라도 다 가지 않는가. 그렇다고 4시 30분에 상담하자고 하는 건 아니겠지? 소요시간을 고려해서 3시 반에서 늦어도 4시까지는 생각해야 한다. 우리 학교 운영 시간 내에 소통하자.
둘째, 첫인사와 끝인사를 하자. 정말 기본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다. 전화나 문자나 상관없다. ‘안녕하세요, 00이 엄마입니다.’처럼 인사와 자신을 밝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짜고짜 ‘오늘 00이 못 가요.’라고 해놓고 내가 알아서 ‘아, 네 00이 어머니시군요.’라고 대답하기 바라지 말자. 담임교사에게 오는 문자가 ‘오늘 00 이가 사고를 쳤습니다.’부터 시작하면 부모도 기분 상하지 않는가. 그리고 대화가 마무리될 때는 ‘감사합니다.’,‘네, 확인했습니다.’,‘알겠습니다.’ 등의 끝인사를 하자. 물어봐놓고 대답했더니 나중에 1만 사라져 있을 때가 꽤 많다. 바빠서 바로 확인을 못했더라도 ‘늦게 확인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남기는 게 훨씬 낫다. 나도 반면교사 삼아 인사를 빼먹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아, 내가 등교를 하지 않아 문자를 했는데 한참 뒤 엄마도, 자기도 늦잠 잤다며 오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그리고 학부모에게서는 오후에야 ‘oo이 등교했습니다.’라고 문자가 와 있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거기에는 답장을 하지 않기도 했다. 이러시면 안 된다고 말해도 똑같아서 포기했던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포기하면 교사가 아이를 붙잡고 있던 손도 느슨해진다.
셋째, 상담을 원한다면 용건을 미리 말하자. ‘선생님 시간 되실 때 전화 주세요’라고 남겨놓고 사라지는 분들이 있다. 그걸 보고 나면 무슨 생각이 들 것 같은가. ‘이따 3시에 전화하면 되겠네’라고 미소 지으며 화면을 끌까? 그럴 리가 없다. 뭔데? 누구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가 오늘 시간이 안 되는데? 그 사이 학생의 며칠간 생활이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간다. 저번에 싸운 그거 때문인가? 그건 화해하고 끝났는데? 걔랑 사이가 요새 예전 같지 않던데 그건가? 학습 문제인지 교우관계 때문인지 어떤 학생과의 일인지는 알아야 교사도 제대로 된 상담을 할 수가 있다. 학부모가 학생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 하나만으로는 아무런 판단을 할 수도, 해서도 안 된다. 학생 간 갈등 때문이라면 언제, 누구와의 일인지 간략하게만 얘기하고 관련 학생들과 상담해 줄 것을 부탁하면 된다. 자세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면 더더욱 교사가 사전에 진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꼭 용무를 먼저 밝히자.
넷째, 약속 없이 찾아오지 말자. 수업 중에 창문 너머로 외부인이 보인다. 딱 봐도 누군가의 학부모다. 기웃거리며 내가 나오길 기다린다. 내가 눈이 마주쳤는데도 나가지 않으면 똑똑 문을 두들긴다. 작게는 자녀의 소지품을 전하러 온 것부터 시작해 크게는 어제 있었던 상담 내용이 불쾌해서 왔다는 것부터 참 다양한 용건들이 있다. 여기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게 있다. 학부모는 외부인이다. 교직원도 학생도 아니다. 학교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사람인 거다. 요새는 배움터지킴이 분이 계셔서 덜하지만 여전히 담임선생님을 뵈러 왔다면서 나와는 얘기한 적도 없이 찾아오는 분들이 있다. 교사가 후에 확인하더라도 ‘~ 때문에 잠시 교실에 들러 ~ 좀 전하고 가겠습니다. 수업 중 죄송합니다.’라고 연락을 남기는 게 좋다. 나는 담임선생님과 정말 간단하게만 얘기하고 갈 거다? 그건 순전히 말하러 온 쪽의 생각이다. 당신과 대화하는 사이 다른 학생들에게 안전사고가 일어난다면 당신이 책임질 수 있는가? 당신과 얘기하기 싫은 게 아니다. 물론 우리가 좋은 일로 대화하는 경우는 드무니 대화할 일이 없는 게 더 좋긴 하다. 그래도 학생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함께 의논할 사안이 있고 기꺼이 협조하고 싶다. 하지만 교사도 교사의 일정이 있다.
그건 학생의 하교 후에도 마찬가지다. 안타깝게도 교사는 수업만 하지 않는다. 나도 정말 수업만 하고 싶다. 학생들이 간 후에야 교사의 업무가 시작된다는 말도 있다. 행정처리 하느라 수업 연구를 할 시간도 모자란데 학부모가 말할 게 있다고 찾아오면 반갑게 맞이할 수가 없다. 업무를 보고 있는데 다른 업무가 예고도 없이 끼어들어온다니 일단 하고 있던 일이 우선이다. 상담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하더라도 교사가 여유를 가지고 충분하게 상담할 수가 없다. 그 교사의 웃음 뒤에는 오늘까지 처리해야 할 공문들과 제출해야 할 파일들이 산더미이다. 심지어 회의실까지 가기도 싫은 교직원 회의와 이걸 왜 하나 싶은 의무연수까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제발, 우리 약속 잡고 만나자. 그래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작은 이야기 한 토막+
진로에 대한 수업을 한 날이었다. 점심시간에 줄을 서 있다 한 아이가 내게 물었다.
“선생님은 꿈이 뭐예요?”
“.....”
“.....”
“선생님은 꿈을 이뤘지. 선생님이잖아.”
“.... 아!”
빨간 파마머리가 인상적인 귀여운 아이였다. 그때는 영대였던 너도 지금은 십 대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