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찌르는 장난감 칼

교사들 사이에 전해지는 전설의 대사들

by 송가윤


자, 한번 상상해보자. 집에 가족이 아닌 사람이 찾아왔다. 친하진 않지만 건너서 아는 지인이다. 문을 사이에 두고 불편하지만 최대한 정성껏 대화를 했다. 하지만 깊은 얘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속깊은 대화를 하려니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다 상대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 어떡하겠는가? 목소리는 안 커도 조곤조곤 나를 위협하는 말들을 하면? 당장 문을 닫고 싶을 거다. 문틈에 발을 끼워넣어도 더 이상 정상적인 소통은 불가하다. 이런 상황이 우리 아이들이 커가는 학교에서 펼쳐지고 있다.

학부모의 위협용 말은 아이들의 당근 칼과 닮았다. 아무리 진짜 칼이 아니라 가짜 칼로 위협해도 찔리면 따끔하다.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드는 말들. 그 말들만 참아도 우린 더 편해질 수 있다. 제발 이런 말을 삼가주라.


첫째,‘애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통역이 필요했다. 하지만 전국 어머니들끼리 대사를 공유하시나 싶을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아마 ‘아이 아빠가 평소에는 바빠서 학교 일에 잘 관심이 없는데 이번 일은 알려야겠다 싶어서 말을 했어요. 그랬더니 아이 아빠도 화를 내더라고요. 저만 기분 나쁜 게 아니라 이건 정당한 감정인 것 같아요. 저희 집에서는 이 일을 크게 받아들이고 있으니 선생님께서도 중요하게 다루어 주세요’를 줄인 거라 생각한다. 설마 의도가 ‘당신보다 힘쎈 우리 애아빠가 화났어. 당신도 무섭지? 말 안 들으면 우리 애아빠가 나설 거야.’는 아닐 거라 믿고 싶다. 어떤 마음으로 하는 말인지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거다. 하지만 이 문장을 ‘자신의 아이가 피해자인데 상대 아이의 대처가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일 때만 들어온 교사는 그리 좋게 받아들일 수 없다. ‘일 키우기 싫으면 알아서 잘해‘라는 경고로 들린다.

사실 나는 아이 아빠가 화가 났든 말든 상관없다. 학부모의 감정에 따라 지도 방향이 달라지는 게 더 이상하다. 외부 압력으로 판단 결과가 바뀌는 게 잘못된 거라는 건 성인인 당신과 내가 더 잘 안다. 게다가 교사 입장에서는 아이 아빠와 얘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이 아버님과 대화할 때 오히려 더 솔직하고 간단명료해 지는 경우도 많다. 막상 “아버님과 통화해보겠다”고 제안하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고요.”라며 손사래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쨌든 우리 반 애가 ‘우리 엄마한테 이를거야!’라고 하는 장면이 떠오르게 만들지는 말자. 아이 아버님 얼마든지 함께 대화해도 좋은데 그걸 ‘겁주기용 무기’로 쓸 필요는 없다. 괜히 어머님 못지 않게 다정하고 합리적인 아이 아버님을 험악한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다. 무엇보다 남편은 당신의 윗사람이 아니라 동반자이지 않은가.


둘째, ‘제가 성격이 나빠요.’ 요새는 성격 안 좋은 것도 자랑이 되는 시대인가보다. ‘나한테 단점을 미리 말하고 양해를 구하는 건가’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나 잘못 건드리면 폭발할거야. 너 조심해’ 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본인이 폭탄이라고 호소하는 중에 ‘어머, 저도 성격이 안 좋은데 다행이네요~’라며 동료가 되고 싶은 마음을 몇 번이나 참았는지 모른다. 만만한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 괜히 하는 말인 거 다 안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 교사들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다. 성격 안 좋은 사람보다 친절한 사람에게 더 잘해주고 싶고, 아이도 부모를 닮았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 많이 겪어온 사람들이다.

혹시 진짜 성격이 안 좋으신 거면 참으시라. 당신 아이가 반나절을 보내는 공간이다. 꾹 참고 집에 가는 길에 운동장에서 소리 한번 지르고, 주차된 차에서 손잡이 꽉 잡고 머리도 흔드셔라. 늘 내 모습이 ‘우리 아이의 자기소개서’가 된다는 걸 잊지 말자.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다음 글에 이어서 쓸 테니 웃으며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작은 이야기 한 토막+

1학년을 처음 맡은 3월 첫 주, 가장 어이없었지만 1학년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말을 들었다.

“자, 이제 수업해야지. 국어 책 꺼내자.”

“선생님!”

“응?”

“필통도 꺼내도 돼요?”

“....”

“....”

“응. 꺼내도 돼.”

“네!”

그 아이는 웃으며 가방 지퍼를 열었고 야무지게 필통을 꺼냈다.

나는 속으로만 되뇌었다.

’내가 안 된다고 하면 안 꺼낼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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