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도시 속에서 개와 함께 산다는 것
차가운 도시 속에서 개와 함께 산다면 자연스럽게 활동반경이 많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강아지와 함께 외출하다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파지거나, 갑작스럽게 친구를 만나게 될 경우 애견 동반이 되는 장소 찾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견주로써 체감하는 애견 동반 장소를 찾는 꿀팁은 검색엔진보다는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방법. 불행 중 다행으로 내가 사는 도시 마포, 그중에서도 경의선 숲길까지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대흥은 애견 동반이 되는 장소가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많은 편에 속한다. 반려견과 함께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 다가오는 3월,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있는 동반 카페와 식당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 경의선 숲길은 마포구 연남동 가좌역에서부터 용산구 효창동 효창공원앞역까지 이어진 6.3km 길이의 공원으로 옛 경의선(용산선) 폐철길을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서울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 녹지 부족으로 다소 상권이 죽어있던 마포와 용산구 일대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북적이는 장소로 뒤바꿈 시킨데 큰 일조를 한 프로젝트라고 한다. 실제로 용산과 마포 모두를 오가며 살아본 결과 비즈니스 공간과 주거공간이 좀 더 밀집된 용산보다는 홍대에 인접한 마포 쪽 경의선 숲길이 좀 더 북적북적함을 느낄 수 있었다.
1. 강아지와 함께 갈 수 있는 빵집 '누아네'
누아네 빵집(https://www.instagram.com/noirne/)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까만 고양이 캐릭터. 대표님께서 직접 키우는 고양이라고 한다.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누아네의 이름은 까맣다를 뜻하는 프랑스어인 Noir에서 따온 것. 누아네 카페의 1층은 애견 동반 취식 공간과 클래스, 2-3층은 스터디를 겸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애견들을 위한 물그릇과 차가운데 눕지 말라고 코튼패드가 마련되어 있어 방문할 때마다 엄청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는 곳. 커피와 빵도 매우 맛있는 데다 퀄리티가 높고, 디저트는 먹기조차 아까울 정도로 디자인이 아름답다.
2. 테라스와 2층 애견 동반 공간이 마련된 카페 'KIHO'
서강대역 앞에 위치한 카페 키호는 까만색 벽돌 외관이 정갈한 느낌을 준다. 실내는 애견 동반이 어렵지만 실내만큼 넓은 테라스 공간과 2층에 위치한 캐노피 공간은 애견 동반이 되는 곳. 커피도 브런치도 맛있지만 무엇보다도 강아지를 사랑하는 매니저분이 계셔서 아이들이 오면 진심으로 반가워해주신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것은 매니저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그녀의 사소한 선행에 보호자들의 마음은 크게 움직인다.
3. 애견 동반 밥집 겸 술집 '양조 주택'
ㅇㅈㅈㅌ이라는 자음으로 쓰여있는 식당 양조 주택. 로스트 치킨과 파스타 그리고 막걸리가 유명한 이 곳은 실내도 실외도 모두 애견 동반이 가능한 장소. 덕팔이가 속한 까만 강아지 모임인 까뭉상사도 이 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내부는 다소 협소하지만 강아지 동반이 되는 장소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큰 위안이 되는 곳이다.
4. KIHO 옆에 위치한 카페 옆 카페 'WATCO'
요즘 말로 힙 그 자체인 카페 왓코는 소이 라테를 취급하는 곳이라 여름에 종종 방문하고는 한다. 바나나브레드와 토스트 등을 소소하게 판매해 간단하게 배를 채우기도 좋은 곳. KIHO의 테라스가 뾰족뾰족한 돌이라면 이곳은 동글동글한 자갈이 깔린 마당이 있다. 실내외 모두 동반 가능하지만 실내는 약간 어두운 감이 있어 방문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실외를 선호하게 되는 곳. 다소 무뚝뚝한 듯 보이지만 반려견 동반인들이 들어오면 바로 물부터 챙겨주는 츤데레 바리스타분들이 계신 곳.
5. 세상 가장 맛있는 파스타와 피자를 파는 '데이비드 식당'
한글로 '데이비드 식당'(https://www.instagram.com/david_sikdang/)이라는 글자가 크게 박힌 하얀 외벽의 이 곳은 100% 수제 도우로 만든 쫄깃한 화덕피자와 파스타를 파는 곳. 사장님과 매니저님의 강아지 사랑이 워낙에 커 밥 먹으러 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길을 걷다 데이비드 식당에 들려서 인사해달라는 말을 하실 정도다. 반려견을 데리고 다니다 보면 아무리 동반 식당이라 한들 맘 편하게 밥 먹기 힘든 곳이 더 많은데, 이 곳은 너무나도 마음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라 더욱 마음이 간다.
6. 강아지와 함께 가도, 함께하지 않아도 행복한 공간 '카페 포니테일'
노란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오는 카페 포니테일 (https://www.instagram.com/cafe.pawnytail) 은 귀여운 시츄를 키우는 부부와 여동생이 운영하는 공간. 워낙에 강아지를 좋아하는 분들이 연 공간이라 인테리어부터 공간 구성, 가구 하나하나에 반려견을 배려한 요소들이 묻어난다. 포니테일의 이름으로 직접 반려견 가구들을 제작도 하고,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제품들을 바잉 해서 판매도 하고 있다. 산책을 하다 포니테일을 지날 때면 귀여운 강아지들이 잔뜩 모여 유리문에 코를 박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잠시 머물며 지켜보게 된다.
7. 커피가 맛있고 분위기 있는 카페 'BIROSO'
포니테일 옆에 위치한 비로소 카페는 카페 공간보다도 더 큰 로스팅 기계가 시선을 사로잡는 곳. 1층에서 주문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큰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기분 좋은 광합성을 할 수 있다. 로스터리 카페기 때문에 갈 때마다 원두를 사 와야겠다고 늘 생각하면서도 까먹게 된다.
경의선 숲길의 봄은 햇살만큼이나 따듯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공간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이 곳이 반려견 동반 공간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보호자들이 더욱 노력해야 하는 부분. 한동안 숲길 곳곳에 비치되어있던 반려견 배변봉투가 사라진 것은 아마도 무언가 계기가 있었기 때문일 거라고 추정한다. 경의선 숲길을 이용하는 많은 애견인들이 최소한의 매너(리드 줄 하기, 똥은 치우고 가기)만이라도 잘 지킨다면 이 공간은 애견인, 비애견인 모두가 화목하게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