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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팔이 누나 Jun 21. 2020

당신은 지금 사랑하고 있습니까?

알면 알수록 더럽게 어려운 사랑이라는 감정

사랑해라는 단어를 쉽게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에 부담을 느끼고 1년에 한 번도 겨우 쓸까 말까 하는 사람도 있다. 사랑에 상처 받기를 반복하기 지쳐, 연애 고자가 되어버린 30대 중반들에게는 사랑해라는 말이 더욱 어렵게만 느껴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에는 유통기한이라던가, 기대와 실망 등의 여러 가지가 버무려져 있어서 아무리 소중하게 여기고 아껴줘도 어느 순간 그 감정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사랑해라는 단어에 더욱 집착하고는 한다. 사라진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 서로 간에 쌓인 불만과 불안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감정선 상의 일치감을 만들자는 무언의 압박 차원으로 서로 '사랑해'를 이야기하며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고자 무던히도 애쓰는 걸 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사실은 두 연인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상황에 대한 답이 되는 말, 그래서 더욱 가볍게 쓰일 단어가 아닌 사랑해라는 말. 


어쩌면 연인들이 싸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 '사랑해'를 말하고 안하고의 차이 아닐까, 표현하면 모든 상황이 스무스할 것을, 30대 중반은 고민 고민하다 결국 입을 꾹 닫아버림으로써 해당 상황을 회피하려고만 한다.  그냥 지를 수 있던 패기 따위는 개나 줘버린 지 오래, 30대에게 사랑해가 너무나도 어려운 이유는 결국 그 말에 따른 책임이 너무나도 무섭기 때문이다. 


"네가 어떤 모습이든 사랑할 자신이 있어"

사랑해를 이야기할 때는 이 말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의 영원함이 아니라 이 사람을 빛나게 하는, 어쩌면 당신이 반하게 된 겉모습적인 요소 즉 직장을 잃어도, 사기를 당해도, 주식으로 자산을 홀랑 날려도, 크게 다치거나 장애를 입어도(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작아지더라도 사랑할 자신이 있어야 비로소 사랑해라는 말은 진심이 된다고 생각한다. 30대 중반이 되니 남자한테 내가 어떤 모습이든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외치던 20대와는 달리, 나 역시도 남자가 어떤 모습이든 사랑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며 그래서 사랑해라는 말은 조금 더 신중하게, 조심스럽게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마음이 더 크다고 내가 덜 사랑한다는 건 아냐"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상대방과  동시에 첫눈에 '뿅' 하며 불같은 사랑에 빠져들 확률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어느 한쪽이 불을 지펴 오르며 다가오자 호감만 있던 상태에서 얼떨결에 눈떠보니 연애라는 것을 하고 있는 상태로 발전됐을 확률이 더 크다. 연애를 하고 있는 연인이라면 한 번쯤은 상대방의 감정이 나와 동일선상에 있지 않은 듯한 마음에 불안함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감정의 동일선상을 요구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나의 불안감을 잠재워줘라는 구조신호와도 같다. 마음이 크지 않다고 사랑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해석은 아니다. 우리가 엄마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엄마 아빠가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 크기보다 작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다는 공식이 성립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표현을 많이 함으로써 사랑한다는 감정을 상대에게 확인시킬 수도 있지만 모두가 다 똑같은 표현 천재는 아니기에, 묵묵히 지속적으로 옆을 지키는 것이 본인 기준으로써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크기가 어쨌든 저쨌던 지금 연애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당신을 (언젠가는) 사랑하기로 암묵적인 동의를 한 상태이기에 너무 걱정하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고 그 과정을 즐기라고 전해주고 싶다. 


"사랑에 열정이 없다면 그건 뭔 개소리죠?" 

매일 보고 싶던 때는 이미 끝났다. 퇴근하자마자 달려갈 수 있는 체력은 20대 때의 애인에게 다 줘버렸다. 서운하지만 이것이 사실이다. 30대 남자, 여자는 귀찮고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열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 표현하는 방법을 까먹은 표현 고자가 되었을 뿐이다. 이 글을 쓰는 내가,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지금 네가 그렇다. 사랑에 열정은 있지만 표현법을 더욱 에둘러서 아껴서 전달하게 되었을 뿐인데 우리는 이 과정에서 열정이 있느니 없느니 잔소리를 하며 상대방의 마음을 긁어서 확인하려는 절차 a.k.a 닦달하기를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한테 피드백이 없다면? 아주 그냥 미치는 거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다 함께 열정을 불 지피기도 전에 혼자서 다 타버린 마음을 들고 '나 상처 받았어, 우리 헤어져'라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면 당장 닦달을 멈추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말들을 기록해보는 건 어떨까. 기록을 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된 생각을 다시 마음속에 넣으며 추후 데이트를 할 때 하나씩 꺼내며 '나는 이래, 너는 어때'라는 식으로 대화를 해나가다 보면 둘의 어긋나 있던 마음의 열정이 차근차근 동일한 선에 다다르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아님 말고!)  


"그렇다면 30대의 사랑에서 순수한 의미의 사랑하는 없는 걸까?"

글쎄, 결론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순수한 의미의 사랑이 있기에는 머리가 너무 크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늦었다고 하기에도 너무 억울하니까 우선은 있다고 하겠다.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아주 조금이라도 노력하고 싶어 지는 마음은 순수한 의도에서 발현된 것이니 말이다. 대한민국 평균 연령이 40살이 된 현재, 30대까지는 어린아이라고 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기에, 조금은 덜 재고 덜 따지는 마음 정도는 가져돼 되지 않을까? 그럼 오늘도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해나가길 바라며 


1편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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