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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팔이 누나 Aug 16. 2020

굿모닝, 잘 잤어요?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것, 당신의 소소한 일상이 궁금하다는 것

‘그 남자는 저한테 할 말이 참 없나 봐요’

후배의 한숨 섞인 날카로운 목소리는 나를 비롯한 모든 인생 프로참견러 선배들의 귀를 기울이게 했다.

‘왜 왜 왜? 뭐라고 하는데?’

‘아니 저한테 맨날 하는 말이 잘 잤냐, 밥 먹었냐 밖에 없잖아요’

 

후배의 고민에 나도 모르게 동조하며 '아 그렇지, 당연한 거 물을 거면 왜 물어봐?'라고 고개 끄덕이던 나와, 

어떤 말을 해줘야 남자의 심리를 대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남자 선배들 사이의 정적을 뚫고 

후배를 지긋이 바라보던 선배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A 가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꼭 화려한 미사여구를 덧붙인 말로 너한테 말을 걸어야만 애정이 느껴져? 

너의 사소한, 당연하게 보내는 일상이 궁금한 거 그 자체가 얼마나 큰 애정표현인데?"


순간 나는 머리를 '쿵' 하고 맞은 느낌이 들었다. 굿모닝과, 잘 잤어요, 밥 먹었니 등을 묻는 일은 너무나도 진부하고 할 말 없을 때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상을 묻는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관심인지는 당연함이 상실되었을 때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하고도 소소한 일들이 누군가한테는 끊임없이 궁금해지는 것이 된다는 것은 나라는 존재가 이 사람의 일상에 아주 깊이 침투되어 있음을, 이 관계에 확신이라는 씨앗을 심어주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여자는 말, 남자는 행동 

흔히들 여자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지배적이기에 '행동보다는 말'이라고 하지만, 남자는 이성이 앞서기에 '말보다 행동'이라고 한다. 쌔고 쌘 연애 책들에서 항상 나오는 구절은 좋은 남자를 판별하려면 행동을 보라고 하는데도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어서인지 아니면 어차피 알려줘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는 답. 정. 너. 결. 정. 체 인지 연애 초반에 해피 해피, 핑크 핑크 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남녀는 이런 사소한, 소소한 차이에도 불만을 가지고는 한다. 심지어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생각하며, 글로 적고 있는 나 조차도 그렇다. 왜 우리는 알면서도 끊임없이 바라는가? 타인을 좋아하는 감정이란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요소가 꼭 한 스푼씩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연애를 한다 

결국 며칠 뒤 후배는 '잘 안됐어요, 성격차이죠 뭐'라고 한숨을 지었다. 

긴 이야기를 짧게 줄여보자면 바라는 게 많은 여자와, 이런 여자에 대한 부담만 남은 남자의 강렬하고도 짧은 연애였던 것 같다. 연애의 끝은 이별 아니면 결혼인 30대의 나이에서도 이별이란 참 씁쓸하고 아프다. 특히나 깊은 감정으로 발전되지 않은 연애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 내가 뭐가 모자라지? 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 학대만 남기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좀 더 긴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더라면 이 연애의 결론은 달라졌을까? 조금만 더 어렸더라면 재회라도 꿈꿔보겠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고 느끼는 30대의 대부분은 재회보다는 다른, 잘 맞는, 인연을 기대하는 쪽으로 기우는 듯하다. 맞는 답이란 없다고 본다. 재회든, 새로운 연애든 결국 '또 다른 연애'를 하는 과정만이 이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에 대한 내 마음이 남아있음을, 

아니면 타인에 대한 마음이 생긴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답은 제목에 쓰여있다. 

'그 사람의 소소한 일상이 궁금한가?'

그렇다면 당신의 마음은 Yes라는 것. 


다음 행동에 대한 지침을 주자면 '마음 가는 대로 하세요, 후회 없게' 


3편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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