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팔이 누나 Aug 24. 2020

너 참 사람 형편없게 한다

연애에서 을이 되지 않는 방법 아시는 분?

시작은 동일했으나 그 끝은 '갑'과 '을'일 지어다?

이란 단어는 업무상 계약서에서만 존재하는 줄 알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 한쪽의 감정이 더 큰 경우는 드라마에서나 있는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더 많이 사랑해서 미안해라는 말 같은 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이야기했었다. 

적어도 내 20대의 연애에서는 그랬다. 


20대 이후의 연애에서 나는 처음으로 갑과 을이라는 위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많이 좋아한 자가 승자라고 위풍당당했던 나의 자존 갑(甲)은 

더 많이 좋아하는 자가 약자이자 을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며 한없이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놈의 연애관 차이 

연애라는 감정은 참 치사하다. 같은 연애관을 가진 사람들을 한데 모아놓고 '자 이제 연애하렴! 찐하게 사랑하렴!'이라고 해주면 좋으련만 하필이면 100건 중 1건을 제외하고서는 극과 극의 사람을 붙여놓고 불을 지핀다. 처음엔 달라서, 다름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즐거운 연애가 이윽고 달라서, 다름에서 오는 현타 때문에 식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괴롭기 그지없다. 짧던 길던 연애 하면서 더 좋아했던 한쪽에겐 재생 불가의 잿더미를, 그리고 덜 좋아했던 다른 쪽에겐 아직은 쓸 수 있는 불쏘시개를 남기고는 사라진다. 사전에 연애관 차이를 미리 알고, 좁히고 시작하면 좋겠지만!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사랑이라는 사치에 빠지는 기적 같은 일을 경험하는 일 자체가 흔치 않기에 '우리 한번 알아가 볼까'는 늘 연애의 시작 이후로 밀리고는 한다. 게다가 삼프터 이후에 사귀지 않는 것은 더 이상 발전의 여지를 두지 않는다는 국룰도 있지 않던가! (누가 만든 법칙인지 몰라도 딱밤 때려주고 싶다) 


존버와 타이밍의 차이

온라인에 산재되어있는 연애 지침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상대가 먼저 고백하게 하세요', '삼프터 전에는 사귀지 마세요', '헤어지더라도 먼저 연락하지 마세요' 등등 하.지.마.세.요 라는 지침이 가득가득하다. 아니, 우리의 인생은 원코인인데 저런 모든 밀당 과정들을 다 거치는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나? 저런 글을 읽고 고민을 하는 동안 당신에게 주어진 기회라는 시간은 이미 저 멀리로 날아가고 있다. 이어질 수도 있을 법한 인연이 '고민'을 하는 과정 중에 희석되어서 사라지게 되는 경우의 수가 정말 얼마 나도 많은지는 당장 우리 주변을 둘러만 봐도 알 수 있다. 


'야, 고민하지 말고 얼른 고백해'

'아냐, 좀만 더 고민해보고...' 


'야, 그렇게 고민할 거면 그냥 다시 만나자고 해봐' 

'아냐... 기다리면 연락 오겠지'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는 건 좋은 타이밍을 기다리는 거랑 다르다.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삼십몇 년을 살면서 본 결과 기다려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간장, 된장, 고추장뿐 인간관계는 존버보다는 존버를 뚫고 용기를 내었을 때 비로소 더 효과적이라는 케이스를 수도 없이 접해왔다. 


결국 갑과 을은 마음가짐 차이

혹시나 이 글을 읽게 되는 독자가 있다면 제목에서 '너 참 사람 형편없게 한다'라고 어그로를 끌어서 미안하다고 하고 싶다. 사실 이 글을 통해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을' 이 되는 것은 결국 본인 선택의 문제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연애의 진가와 사랑의 참 감정은 많이 겪어봐야, 많이 헤어져봐야, 많이 헤어졌다 붙어봐야 알 수 있는 것. 그러니 지금 당장 본인이 을의 입장이라고 너무 늪에 빠져 허우적대지는 말자. 마음가짐을 갑으로 고쳐먹고 임해야 새로 시작하는 연애던,  다시 시작하는 연애던 튼튼하게 지켜나갈 수 있다. 게다가, 우리 스스로가 스스로를 사랑해주지 않으면 누가 우릴 이만큼 사랑해주겠는가!? (고백하건데, 사실 이 글은 나 스스로에게 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오늘도 사랑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더욱 행복해지길 바라며 

4편 The End :-)    

매거진의 이전글 굿모닝, 잘 잤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