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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팔이 누나 Aug 29. 2020

나 왜 사랑만 하면 비굴해질까?

비글미 넘치는 줄로만 알았던 내가 비굴해질 줄야  

"사랑이란 감정은 뭉텅이로 훅 들어오는 거지, 뭘 또 그렇게 조각조각 찢어서 들어오고

그래? 그게 사랑이야? 그게 네가 말하는 사랑이야? 넌 그럴지 몰라도 난 안 그래"

- 또 오해영 대사 中  (아마도 그녀는 '불안형')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총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살아온 환경, 부모 그리고 친구와 형성해온 애착관계에 따라 어떻게 마음을 주고받는지를 나누는 유형을 얘기한다. 여기에 사랑을 정의하는 3가지 요소: 정열, 이성, 친밀감까지 더해지면 연애 유형은 총 12가지로 재분류가 된다. 복잡하고 복잡한 이 개념을 오늘은 챕터 1 '애착 유형'으로 먼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애착 유형에 따른 분류를 간단한 한 줄로 설명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회피형 : 도도한 고양이. 가까이 가면 도망가고, 멀리 가면 다가와서 존재감을 알리고 싶어 하는 타입.

불안형 : 비에 젖은 강아지. 작은 칭찬에도 꼬리가 빠질 것처럼 흔들고, 상대의 부재에 취약한 타입.

혼돈형 : 때로는 고양이, 때로는 강아지. 도발과 소심을 오가는 타입. 불안형에서 혼돈형이 되는 경우가 다수.

안정형 : 묵묵한 소. 난 항상 여기 있어, 어디 가지 않아. 두려워하지 마, 너의 그 마음 내가 다 이해하니까.


연애를 함에 있어서는 안정형 > 불안형 = 회피형 = 혼돈형 순서가 가장 좋다고 한다. 결국 안정형을 제외한 나머지는 연애하기에 너무나도 부적합하다는 뜻!  안정형이 연애하기에 좋은 이유는, 본인의 마음의 중심이 많이 정립되어 있다 보니 연애를 함에 있어서는 상대를 동일선상인 50:50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외에 나머지 유형의 경우는 상대를 나보다 훨씬 아래에 두거나 (회피형), 상대를 신격화하다시피 하거나 (불안형), 상대를 위로 뒀다 아래로 두었다 정신없게 하거나 (혼돈형) 하기 때문에 연애를 함에 있어 상대에게 친밀감 형성은커녕, 혼란만 야기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심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애/이별 상담 게시판에 가면 가장 흔하디 흔하게 보이는 단어가 바로 회피형이다.

- 회피형이랑은 죽어도 연애하지도, 재회하지 마세요

- 회피형이랑 사귀었다 제 시간만 날아갔네요

- 상대가 회피형이었어요

- 회피형과 사귀다 제가 회피형 되었어요


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글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불안형 내지는 혼돈형이다. 불안형은 조금만 칭찬해줘도 바로 안정형이 되는데 정작 안정형과 만나면 지루해하고, 자극적인 매운맛을 찾아다니다 보니 회피형과 만나게 되는데 (불안형과 불안형은 만날 수 없다고 한다. 사실 잘 모르겠다. 전문가가 있다면 제보를 바람!) 회피형 특성상 마음을 줬다 뺐었다 알 수 없게 행동을 하니 칭찬에 목마른 불안형들은 정작 회피형이 간에 기별이 가게 칭찬을 해줘도 이에 대한 불안감이 발동해서 상대를 못 믿겠다는 듯이 행동을 한다.


이 과정을 전형적인 불안형에서 혼돈형이 되는 과정이라고 일컫는다. 간혹 가다 안정형이 회피형한테 잘못 걸려들어 중심을 잃고 불안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봤다면 이해하겠지만 회피형은 최악이며, 복구 불가이며, 이 지구 상에서 사라져 주는 것이 인류 역사를 위해 대대손손 길이길이 득 되는 바라고 본다. 회피형이 된 데는 분명한 사연과 이유가 있겠지만 가능하면 회피형들끼리 서로 만나 서로 괴로울 수 있도록 런닝맨처럼 이름표를 붙이고 소개팅과 싱글 마켓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하는 대사가 잔뜩 담겨있는 드라마는 바로 '또! 오해영'. 안정형의 극치라 본인 주장도 또박또박 잘 하지만, 상대를 위한 마음도 뭉텅뭉텅 통 크게 잘 내어주는 여주인공인 오해영이, 가족관계의 트라우마와 전 여자 친구가 남긴 상처로 인해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 똥멍충이 표현 고자 박도경을 만나 숱하게도 많은 마음고생을 겪으며 불안형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잘 그려낸다. 그녀가 한 명대사 중의 일부에서 공감되는 불안형 유형의 대사를 몇 가지 가져와보자면  


"우리 서로 대따 좋아 죽는 주 알았는데 나만 100인 거 같아서,

나는 100으로 시작해서 계속 100인데 너는 89인 거 같아서

혹시 지금 89도 안된다면 솔직히 말해줘, 그럼 나도 너한테  맞춰볼게

너의 속도에 맞춰줄게 표현해줘 표현해달라고!"


"내가 요즘 가장 원하는게 죽는건데, 내가 원하는건 항상 안이루어지거든요.

그니까 난 안죽어요"


그리고 대망의 명대사


"나 생각해서 일찍 일찍좀 다녀주라!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


아주 징징의 극치이다. 나 좀 이뻐해 달라고, 나 좀 봐달라고 얘기하는 거고, 오히려 이렇게 말을 함으로써 본인이 불안형이라는 걸 회피형에게 어필하고, 결국 박도경에게 '나도 100이야'라는 말을 들음으로써 본인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제대로 본인 마음속의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만 판단해 볼 때 그녀는 완전 불안형까지는 아니고 안정에서 불안으로 가는 그 사이 어디쯤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위와 같은 말을 상대에게 했었던 적이 있다. 네가 100이 아니라면, 네가 100이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적어도 우리가 연애라는 것을 하기로 한 마음에 동의해준 것 만으로 난 너에게 충분히 감사하다고. 이때의 감정 흐름 과정을 통해 본 나는 안정형에서 불안형 그리고 이윽고 회피형으로 이어지는 상당한 요동선을 겪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나 스스로는 나와 동일선상의 피드백이 돌아오지 않는 과정을 감당하기엔 충분히 튼튼하지 않은 “안정형을 모방하고 있는 혼돈형” 이었는지도 모른다.


큰 틀 안에서 보면 결국 사람 관계의 일축일 뿐인 연애. 그러면서도 막상 사랑에 빠져버리면 인생의 90%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리는 관계가 되는 연애. 그러기 때문에 우리의 연애는 더욱더 안정적이고 건강해야만 한다. 건강한 관계는 본인의 자기중심이 잘 정립되어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연애를 시작함에 있어서도, 유지를 함에 있어서도, 재회를 함에 있어서도 모두 동일하다. 타고난 회피형, 불안형이더라도 노력을 통해 안정형이 될 수 있다고 하니, 만약 다음에 좀 더 제대로 된 연애를 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마음속에 있는 '아몰라 지금 당장 외로우니 연애가 하고 싶어!'라는 비상버튼의 알람을 꾸욱 누르고, 나란 사람은 어떤 유형인지를 먼저 파악해보는 과정을 거치는 건 어떨까?


그럼 오늘도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연애를 하길 바라며

6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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