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팔이 누나 Sep 02. 2020

사귀고 있는데 외로워요

놀라지 말고 들어, 널 외롭게 하는 건 너 자신이란다

얼마 전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의 '썸/연애' 게시글에 올라온 제목을 보고 바로 웃음이 풋하고 터져 나왔다. 제목은 바로 '언니들, 남자 친구 어떻게 길들였어?'였고, 내용을 읽어보니 남자 친구가 길들여지지 않아 속상하다, 사귀고 있으나 외롭다, 이럴 거면 뭣하러 사귀었다 등등의 내용이었다. 뻔할 뻔자로 그 글의 끝은 '헤어져야 하나요?'라는 질문으로 귀결되었다. 나름 공감과 위로를 바라고 쓴 글이었을 텐데, 그 글에는 정말 무자비하게도 악플에 가까운 댓글들이 난무하였다.


연애 과정은 참 웃기다. 처음은 설렘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을 하지만 어느 순간 서로에게 참 많은 것을 바라고도 기대하는 관계로 발전을 하고, 그 바람과 기대가 부응되지 않으면 실망이라는 녀석이 비집고 들어서며 이별을 상상하게 된다.  연애를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세상을 온전하게 받아들인다라는 전제를 깔고 진행되어야 하는데 왜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망각하고 상대방의 특성을 바꾸면서 연애라는 것을 이어가려고 할까? 나 역시도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도 연애가 너무 서툴고 어렵다.


길들이다, 길들인다

한 끗 차이일 뿐인 이 두 단어는 너무나도 상반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상대를 길들이는 것은 강제성이 아닌 자발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고, 길들이는 것은 100%의 강제성을 띄고 있다. 벼락치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터지만, 강제로 학습된 것은 휘발성이 강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원치 않는 강요의 과정으로 길들여지면 그만큼 반항심리도 같이 커진다는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기도 하다! 이 과정을 쉽게 떠올리고 싶다면 어린 시절 여름방학숙제를 하던 때를 떠올려보자! 자유가 너무 달콤해서 일기 따위에는 억압되고 싶지 않아 막판에 영혼 1g 도 담기지 않은 31일 치의 일기를 한 번에 몰아 쓴 경험, 누구라도 있지 않나?


반대로 길들이다의 과정은 상대뿐만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상대에게 익숙해지기 위해 길들이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결국 상대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도 상대가 원하는 모습으로 길들여져야 한다. 결국 바뀌어야 하는 건 나 자신인걸 왜 몰라~


어차피 삶은 혼자다

죽는 순간 '저 쟤랑 같이 묻어주세요!' 하는 생매장 독려를 할거 아니라면 인생의 마지막은 어차피 독고 DIE. 나 홀로 온전하게, 내 삶을 즐기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받아들이다, 주변에 사랑을 좀 나눠주다,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과정을 우리는 배우고, 받아들이고, 수용해야만 한다. 그래야 삶이 완전해질 수 있다고 한다. 는 개뿔.... 나는 죽을 때까지 사랑만 받고 살다 가고 싶은데?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는 주부 커뮤니티의 '내 남자 이야기'를 당장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읽기는 하되, 그 공간에 당신의 남자 친구, 남편, 아빠 의 이야기는 털지 않았으면 한다. 남에게 나의 현 상황을 판단해달라고 글 쓰는 것은 대부분 기분 좋지 않은 결과로 돌아오기 때문!)


외로움은 인간의 필수 동반자라서 싱글일 때도, 커플일 때도, 결혼해서도, 아이를 낳고서도, 손주를 보고서도 늘 당신 곁에 항상 함께하는 동수처럼 떠돌아다닐 거다. 그러니까 이 외로움이라는 녀석을 못 받아들이고 힘들어하기보다는 잘 타협하고 타일러서 나의 좋은 친구로 만들어보는 과정을 연애, 결혼 전에 먼저 익히는 걸 추천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너도! 그리고 나도!


남에게 털어놔봤자 돌아오는 답은 변비같을껄

우리나라에서 커뮤니티라는 기능이 폭발적으로 커진 이유는 대나무 숲의 기능을 해서일 것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대상은 한정적이다. 아니, 그 한정적인 대상마저도 이야기를 들어줄 생각은 그다지 없을 것이다. 자기 이야기만 하고 싶어 하는 쪽은 사실 교감을 하는 능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인의 대부분은 교감능력 자체가 많이 결여되어 있다. 학교에서 더 좋은 대학을 가는 법은 수도 없이 많은 과목을 통해 학습하지만, 더 나은 친구가 되는 방법은 딱히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교성은 학습을 통해 체득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인간관계의 오류가 시작된다는 걸 어른들은 알라나 몰라~


여하튼 그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로 몰리게 된다. 사귀던, 헤어졌든 간에 온라인 공간 안에 수만 가지의 글을 토로한다. 대부분의 글은 '저 지금 이러이러 한데, 어떻게 할까요 님들?'이라는 내 마음의 답을 나도 모르겠으니 님들이 의견을 덧붙여주면 다수의 의견에 내 마음을 결정하겠다!라는 결정장애 총망라의  글들! 이 글에 대한 답변들을 취합해서 내린 결정을 과연 글쓴이들은 할까? 아니다. 자기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답이 아니기 때문에 실행으로 이어나가기가 어렵고, 또한 실행한다 해도 어버버버 거리며 바보처럼 끝날께 뻔한 뻔자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본인의 애정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면 더욱더 본인 스스로 생각을 해보기를 바란다.


정답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은 괴롭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타인한테 묻기보단 나 스스로한테 거짓말하지 말고 진실을 마주해보려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그럼 오늘도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연애를 하길 바라며

7편 끝 :^)



매거진의 이전글 나 왜 사랑만 하면 비굴해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