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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팔이 누나 Sep 24. 2020

적당히 할 거면 시작도 안 했지

마음에 유통기한 같은 거 있다는 소리는 하지 마시죠?

개인적으로 제일 싫어하는 연애상담 관련 답변은 '헤어져'다.

'너랑 맞지 않아, 헤어져'라는 말을 들으면 내 안의 반골기질은 바로 시동을 걸고 드릉드릉하며 다음과 같은 답들을 쏟아내고는 한다.


'너는 이게 헤어짐을 논할 고민으로 들려?'

'내가 언제 헤어지고 싶데? 고민 있뎄지'

'그렇게 다 헤어지면 난 어디서 누굴 어떻게 언제 만나나?'


연애상담을 친구한테 한다는 것은 참으로 미련하고 바보 같은 짓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당신의 여자 친구/남자 친구와 온전히 100%의 감정을 나눠본적 없는 말 그대로 '타. 인'이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타인은 당신이 아니다. 타인의 경험은 당신의 경험을 대신할 수 없다. 타인은 당신이 교류했던 그녀 또는 그와의 소통방법을, 그 안에서 오간 미세한 감정의 떨림을 한 톨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당신의 문제는 친구든, 동료든, 점술가든, 사주팔자 보는 사람한테든 토로해봤자라는 거다. 그러니까 애꿏은데 돈 쓰고 시간 쓰지 말고 생각은 하면 할수록 복잡해지니 차라리 따듯한 우유 한잔 마시고 자라 이거다.  


좋아하는 마음의 유효기간은 통상적으로 3개월이에요

이게 무슨 개가 풀 뜯어먹는 소리죠? 삼프터 후에 사귀는 게 국룰인 거처럼 연애 3개월 후에는 서로가 지겨워져야 하는 것도 국룰인가요? 마음이란 거가 은박지도 아니고 어떻게 한순간에 확~커졌다 한순간에 확~쪼그라드나? 어이가 없다. 정말 치명적인 계기가 없는 이상 마음이란 녀석은 생각보다 우직하게 버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명확한 통계의 근거조차 없는 소리에 괜히 본인의 마음을 대입하며 불안해하지 말자.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면 좋아하는 마음은 시간을 투입할수록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오히려 더 커지기 마련이다. 지금 본인의 마음이 변한 것 같다면, 차라리 솔직하게 상대방과 논의를 해보자. 적어도 연애를 하기로 동의했다면 내 감정의 변화에 대해서는 상대방도 알 권리가 있으니 말이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세요, 정직하게

우리는 하루에도 무수한 거짓말을 하고 산다. 쉽게 얘기하자면 타인의 기분과 감정을 맞춰주기 위해서 마음에 없는 말들을 내뱉는 학습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본인의  감정에까지 거짓말할 필요는 없다. 본인이 좋아하면 좋은 거고, 아닌 거면 아닌 거다. 싸움의 대부분은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서 에둘러 전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미~묘한 오류가 발생해서 생긴다고 한다. 그러니 거짓으로 본심을 포장하다 추 후 터트리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상대방한테 내가 솔직한 마음을 제대로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먼저 연습해보는 건 어떨까? 노답인 상황에서는 오히려 대놓고 그 상황에서 느낀 마음과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게 갈등을 해결하는 해결책이 되기도 한다.


보류하지 마요 세상에서 제일 좋은걸
그니까 누군가에 대한 마음이 단순 호기심 그 이상으로 발전이 되었다면, 그 사람의 생각만으로 하루 종일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바빠졌다면, 차라리 당당하게 얘기하자. '나 네가 너무 좋다, 이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랑인 거 같다'라고. 그리고 그 마음이 상대와 똑같지 않다고 해서 바로 접지 말고, 기출 유형을 살짝씩 변형해보자. '웅 그래, 너가 나와 같지 않다면 네 마음이 커질 때까지 함께 기다려줄게,  그동안 너가 괜찮다면 내 마음 표현받아만 줘'라고. 뭐 어때, 밤중에 집 앞에 불쑥 찾아가는 것도 아니고 매일 전화하는 것도 아니고 잊을만할 때쯤 한 번씩 마음을 표현해보는 것뿐인데! 그게 그렇게 피해 주는 일도 아닌데!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그 이상을 가지기도 힘든 세상인데, 바로 확 접어 버릴 정도로 적당히 할 거였으면 시작조차 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건 본인 마음에 대한 모순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 마음을 전달함에 있어서는 여유 넘치고, 당당하고, 패기 있었으면 한다.

쭈구리 같은 모습을 좋아해 줄 사람은 없으니까!


오늘도 우리 모두가 더 예쁜 사랑을 하길 바라며,

11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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