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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팔이 누나 Nov 06. 2020

30살 넘어도 안 괜찮아요

우리의 연애는 늘 베타 테스트고, 버그는 계속 나오기 마련이죠

그니까, 서른 살을 넘으면 이별에 초연해진다는 말을 도대체 왜 하는 거죠?


사람의 뇌에는 한계효용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좋은 감정도, 싫은 감정도 어느 순간 되면 게이지가 가득 차 덜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우리의 연애에는 사랑해! - 자기 미워! - 헤어져! - 엉엉 젠장 - 다시 만나거나/진짜 끝의 레퍼토리가 끊임없이 계속되는가 보다. 몇 번을 반복해도 연애의 시작은 늘 달콤하고, 이별의 끝은 씁쓸하다. '서른 살이 넘으면 이별도 금방 극복하나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니요, 졸라 아프고 괴로워요, 다만 쪽팔리기 싫어서 감정 표출을 덜 할 뿐이죠'라고 얘기하고 싶다. 사실 그게 답이니까. 연애의 시작이 불꽃놀이 팍팍 튀기는 스파크 없이는 거의 불가하듯 (따듯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뜨뜻미지근한  연애로 시작하는 위인들이 더러 있기는 하다), 연애의 끝에 느끼는 고통이 면치기 하듯 싹둑하고 잘라져 나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진 않을 것이다. 있다면 그건 덜 사랑했기 때문이니, 너넨 나! 쁜! 사! 람!


연애는 늘 달콤하고 이별은 늘 아파요, 그리고 시간은 절대로 답이 되어주지 않더라고요


친구들 중 결혼을 나름 일찍 한  친구는 나의 단골 연애상담사다. 이 친구가 기억하는 나의 흑역사 때문이라도 나는 반드시 얘보다는 하루 더 늦게 세상을 떠나려고 한다. 판도라의 상자 같은 이 친구는 내가 헤어질 때마다 딱따구리 마냥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라고 하는데, 아마도 연애를 한 기억이 아주 전생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저 말을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아팠던 감정은 계속해서 똑같이 아프다. 수술을 하면 흉터가 남듯,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준 상처의 기억은 마음 어딘가에 예쁘지 않은 생체기를 남기기 마련이다. 내 인생에 썩 좋지 않은 기억을 남겼던 누군가는 나에게  '야 여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어차피 전 남자 친구 싹 다 잊잖아'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글쎄요 이거 남녀차별인가요? 정작 본인도 과거 여자 친구의 기억에서 허우적대는 주제에? 감정을 느끼는 동물이라면 치매가 오기 전까지 그 어떤 감정의 기억을 지우개 지우듯 잊어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코끝을 스치는 가을 냄새에, 귓가에 들려오는 익숙한 노랫소리에 한 번이라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 있다면 손을 들어보시라고요! 시간은 답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시간한테 '해결해줘'라는 무리한 부탁 따위는 하지 말자. 차라리 정수를 떠놓고 기도를해!


절대는 절대 없다. 그러니까 절대라는 말은 절대 쓰지 말아야 하는데...


남자 사람 친구 중에 상남자라고 본인을 표방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얘는 특기 중 하나가 '절대 그럴 일 없어!'라고 하는데, 약 10년 이상을 지켜봐 온 결과 이 친구는 절대 그럴 일이 있기만 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헤어진 연인은 두 번 안 돌아보겠다더니 바짓가랑이 붙들고 매달리지를 않나, 전 여자 친구 사진은 다 지운다면서 모두 클라우드에 보관해놓고 술 취하면 꺼내서 보여주지를 않나, 소개팅할 때 별로라며 허세 부리더니 지가 더 좋아서 절절 매지를 않나. 센척하는 모습이 아주 귀엽기 그지없다. 절대라는 말을 모두 지킨다면 우리 모두 아주 위대한 위인이 되어 있을 거다. 그러니 절대라는 말은 가능하면 절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어제와 오늘의 나는 또 다른 인간이기 때문이다. 짜증 나게도, 내 것임에도 불구하고 감정 회로라는 녀석은 내가 만들어낸 의지를 따라가질 못하고 시시각각 바뀌는 변덕쟁이다. 여어, 내 감정 씨 듣고 있나? 양심을 좀 가져봐 양심을!


죄목은 '러브'  


그니까 우린 결국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해졌던 죄 밖에 없다. 사랑과 이별에 죄목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내가 더 많이 사랑한 죄~ 널 너무도 많이 사랑한 죄~' 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연애를 계속해야 한다. 상처를 받더라도, 상처를 주더라도 과거는 과거로 미뤄두고 새로운 설렘을 계속해서 충전해야 한다는 거다. 왜냐고? 사람은 결국 혼자 살 수 없는 동물이니까(오해하지 말 것, 이 말은 결혼을 권장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사랑은 주던 받던 나누던 좋은 거니까!   


그럼 오늘도 우리 모두가 더 예쁜 사랑을 하길 바라며,

12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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