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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팔이 누나 Sep 12. 2020

굳이 해야 하나 고백

다 필요 없고, 손잡으면 오늘부터 1일인 거다

고백, 할 생각 없어요?

각 잡고 고백받아본 때에 대한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요즘이다. 처음엔 내 눈이, 그다음엔 내 마음이, 그다음엔 내 손끝이 순차대로 상대방을 향하고 있음을 느꼈을 때 우리는 이미 사귀고 있었다. '오늘부터 1일'이라는 말이 필요가 없었다. 아니, 말은 오히려 그 순간의 달콤함을 깨는 갑분싸 요소가 되기도 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처럼 상대방의 암묵적인 동의는 말이 할 수 없는 많은 의미들을 대신 전달해준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모니터에 그 사람의 얼굴이 아른거리고, 그 사람이 쓰는 향수가 자꾸 코끝에서 머물러 상대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을 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젠장, 사랑에 빠져버렸잖아 나, 이걸 어찌해야 하나?'


근데 그거 고백을 꼭 뭐 해야 하나?

'우리 매일 연락하죠?', '응'

'우리 만나면 즐겁죠? 손 잡죠?', '응'

'그런데 꼭 고백을 들어야만 사귀는 거예요?', '네... 니요?'


고백이 뭐냐 하면 그니까 '너는 내 남자 친구고 너는 내 여자 친구야' 이걸 정의 내리는 거다. 웃기게도 이 과정은 단 한 번의 고백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자 친구 남자 친구는 애인으로 업그레이드되고, 피앙세가 되고, 뭐 기회가 닿으면 와이프와 남편으로 레벨업을 하는데, 이 모든 절차에는 감동과 눈물 콧물을 수반하는 고백의 절차를 또또또 또또또또 거쳐야만 한다고 우린 교육받고는 한다.


감동은 분명 좋은 것이다.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러하다. 하나 상대를 위한 감동을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과정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고민의 단계도 스트레스지만, 준비한 결과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 하나하나가 더 스트레스일 거다. 그러기 때문에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대의 노력에 대한 결과를 좀 더 제대로 잘 인정해주고, 충분한 의사표현을 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가 Yes 던 (정말 슬프지만) No 던 상대방의 노오오오력에는 충분한 박수를 보내주자. 당신은 누군가한테 진심을 다해 고백해본 적이 있는가? 밥을 아무리 든든하게 챙겨 먹고 나간다 해도 누군가한테 고백하는 과정은 10km를 전력 질주한 것만큼이나 칼로리를 한방에 소모시키는 큰 일이기 때문이다. 그니까 가능하면 제발, 모두들 Yes를 해 주자.  


내가 왜 싫어요? 이렇게나 매력적인데

그럼 어디 한번 싫어할 마음으로 좋아해 봐요 쫌

그러니까, 우리의 고백은 무조건 Yes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경우의 수에 따라 No를 들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좌절하지는 말자. 지금 이 순간은 No 일수도 있지만 그 후는 모르는 거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삼세번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데, 이 숫자가 가진 마법 같은 효과는 모든 상황에서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첫 고백 때는 상대가 얼떨떨해서 No를 외치더라도, 두 번째 세 번째에는 마음이 바뀌어 Yes라는 카드를 조심 스래 꺼내들 수 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이 삼세번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얻을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용기에 눈치 한 스푼도 끼얹도록 하자. 상대의 마음을 사는 일은 내가 나로서 괜찮으니까 날 받아들여라!라는 불도저 같은 태도로 일관할 때보다는 '내가 여기에 네가 좋아할 만한 요소 하나 더 추가해봤어, 이런 난 어때?'라고 다시 심기일전하고 도전할 때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의 시대로 사랑하기 더욱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핑계일 뿐!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한다 해서 우리의 마음마저 거리두기까지 실천할 필요는 없다. 마음에 둔 누군가가 있다면, 어떠한 수단을 통해서라도 마음을 전달해보자. 진심으로, 진실함을 담아서. 하지만 이 글을쓰는 나도 알고 있다, 현실이든 판타지든 고백 정말 어렵다는걸. 그게 뭐라고....참눼참눼! 


인생 꽃길은 원래 비포장도로 깔기로 시작한다.

오늘도 고민 많은 당신이 마음의 돌을 내려놓고 예쁜 사랑만 하길 바라며,  

10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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