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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팔이 누나 Jan 30. 2023

강아지 목줄만 봐도 그 강아지의 환경을 알 수 있다

 강아지를 키우려면, 가급적이면 돈도 시간도 많은 편이 좋겠다

사랑으로만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

아니, 사랑이 본질이긴 한데, 사랑만으로 먹고살기에는 환경이 너무나도 변했다.

최근 다녀온 일본 여행에서 상당히 충공깽 (충격과 공포의 깽판?)스러운 장면을 목격했다. 어쩌다 일본의 한남동이라고 할 수 있는 동네인 '아자부주반'에 며칠 지내게 되었는데 이 동네의 수준 때문일까, 지나다니는 모든 반려견과 보호자의 차림새와 펫 편의시설 수준 그리고 가격에 매우 크게 놀랐다.


최근 나오는 뉴스들에 따르면 자녀를 안 낳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지출의 부담'을 언급한다고 한다. 자녀를 키우지는 않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서도 충분히 이해가 될 법도 한 게, 덕팔이에게 들어가는 고정지출을 계산해 보니 고정비 (사료, 간식, 배변용품구매)와 변동비 (예방접종, 교육, 외출, 기타 용품구매)를 합쳐 월평균 20만 원씩은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반려견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반려견의 목줄, 액세서리, 간식을 보며 해당 반려견의 집안 수준을 파악하게 되는 모습을 보며 적지 않은 현타를 느꼈다. 어쩌면 나부터 강아지를 키우는 일은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느끼기 시작한 거 같다.   


반려견을 키운다는 것은, 내 소득이 매월 일정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

매월 2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은 나름의 반려견 1마리 양육의 평균값을 잡은 것이다. 20만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서울 기준 13~15평 오피스텔의 관리비가 20만 원 수준이며, 월 대중교통비와 통신비를 합친 금액도 이에 상응한다. 극단적으로 비교를 해보자면 은퇴에 필요한 돈은 월 200~300선이라고 하는데 20만 원의 경우 1/10 ~ 1/12 수준이니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당장 내일부터 수입이 없거나, 200만 원 미만의 수입으로 월 가계소득이 변동된다면, 반려견을 키우는 비용은 사실상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반려견을 양육한다는 것은 실제로 부양가족이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여길 수 밖에!


반려견용품은 비쌀수록 티가 난다

반려견용품은 패션과 같아 비쌀수록 티가 난다. 비단 의류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용품인 식기, 하네스, 네임텍에서 그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은 본인의 안전을 최대한 스스로 챙길 수 있지만 반려견의 경우 용품을 구성하는 재질에 따라 안전이 좌우되다 보니 안전성이 인증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안전성 인증을 받은 제품들은 당연히 소재부터 비쌀 수밖에 없고, 그 결과 하이엔드 브랜드가 될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 하나, D 링 하나 모두 신중한 선택을 통해 결정된 제품일 테니 말이다.


가장 가치 있는 목줄은 자주 나가줘서 낡은 목줄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견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주인과 함께하는 양질의 시간이 아닐까 한다. 이 양질의 시간이라는 것은 함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닌 교감하고, 산책하고,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함께하는 양질의 시간은 사람과의 교감과 마찬가지로 다른 것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바쁘다 바빠 현대인에게는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많이 없다. 퇴근하고 와서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낮 동안 밀린 친구들의 대화창을 읽으며 답을 하기도 바쁜 현대인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반려견에게 투자한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껏 이미 완성된 반려견 가족들도,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수많은 반려견 가족들도 가급적이면 모두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많았으면 한다. 그래서 반려견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더 많은 애정을 쏟아주고, 더 최선의 제품을 사줄 수 있었으면 한다. 미용이나 옷은 처치하고서라도 기본적인 환경에서의 최선을 다해줄 수 없을 정도로 여유가 없다면 반려 견 가족이 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르고, 그 무리의 끝은 좋지 않은 결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니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면, 키울꺼라면 그 당사자는 반드시 성공 하였으면 좋겠다. 풍요로웠으면 좋겠다. 나 또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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