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리더쉽의 털보 아저씨 - 2편]
차를 타고 우선 인근 경찰서에서 가서 수렵면허를 보여주시곤 총을 받아서 산으로 향했다. '임로길' 이라 하여 산으로 올라가는 만들어 놓은 길을 차를 타고 최대한 올라갔다. 임로길 끝에 도착하자 걷다가 산에서 잘못되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 싶은 곳이었다. 아저씨의 눈빛이 진지해지셨다. 문을 열고 한마리씩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오늘도 다치지 말고~" 하면서 개들을 풀어줬다. 그 때, 털보 아저씨가 질문을 하나 툭 던지셨다. "개가 궁금해서 왔다고 혔지? 견사랑 개들이 어떻게 다른거 가텨?" 나는 대답했다. "사냥을 하러 온 걸 아는 느낌인데요. 진지해진 거 같아요. 또 견사보다 차분한거 같아요" "어쭈구리? 제법이여?" 하시며, 털보 아저씨는 사냥하는 개들은 사냥이 가벼운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고 했다. 흥분이 많은 개는 힘을 엉뚱한데 쓰고 신중하게 추적을 못한다고 하셨다.
개들 중 대장이가 먼저 눈에 띄었다. 아주 신중히 냄새를 맡는데, 수 많은 냄새중에 멧돼지 냄새를 찾는 중이라 했다. 대장이가 냄새 맡은 곳을 유심히 살펴보라던 아저씨는 대장이가 지나간 자리에 나를 이끌어 보여주셨다. 대장이가 냄새를 맡고 쭉 걷고 이동한 곳에는 멧돼지 발자국이 그대로 있었다. "아직 따순 발이여" 대장이는 그 멧돼지 냄새 가운데서도 아무 멧돼지 냄새나 맡는게 아닌, 사냥 가능성이 높은 최근에 지나간 멧돼지 냄새를 정확히 안다고 했다. 아저씨는 그 발을 따순(따뜻한) 발이라 했다. 거기서 가장 최근 멧돼지 냄새를 찾고 있다는게 충격적일만큼 신기했다. 대장이는 냄새를 쭉 맡더니 어느 순간 냄새를 하나 하나 따며 추적하듯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책에서 개의 후각은 사람에 비해 발달 되있다는 걸 백 번 읽는거보다 대장이를 한 번 보니까 대번에 실감됐다.
견사에서 애교피우며 엉덩이를 들이밀던 대장이가 전혀 아닌 다른 개였다. 마치 무대 밖에선 허당 같다가 무대에 오르면 기가막힌 무대를 하는 가수 같은 그런 느낌. 그러자 나머지 나비, 리타가 대장이를 신뢰하듯 따라 붙었다. 뒤이어 타이슨, 탱크도 따라붙었다. 개들이 어느새 보이지도 않았는데 쭉 산을 걸어가고 있으면 중간에 한번 와서 아저씨의 위치를 확인하고 다시 수색을 나가고 반복했다. 산에서 눈에 보이지 않을만큼 수색을 나가서 다시 돌아온다는게 현재 나와 있는 훈련 이론으로는 이해가 안되는데, 이 개들은 능수능란하게 그걸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30분쯤 지났을까. 아주 멀리서 미세하게 무슨 소리가 났다. '쉿' 하고 손가락을 입에다 갖다대셨다. "걸었다." 개들이 멧돼지를 발견하고 어딘가에서 묶어둔단 의미였다.
털보 아저씨는 그 상황에서 침착하게 자신을 따라오라 하셨고, 나는 난생 처음 등산길이 아닌 산을 뛰었다. 아저씨가 설명 안해주셨으면 산에서 5km는 뛴 것 같다고 썰을 풀었을 것 같다. 아저씨는 1km 정도 뛴거라고 했다. 산과 일반 평지는 같은 거리여도 힘든게 엄청 차이난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개들이 멧돼지를 사냥하는데 꼭 파트너가 되어야 하는 이유라고도 하셨다. 산이 거기서 거기같은데 아저씨가 가는 곳을 뒤따르니 짖는 소리는 점점 크고 선명하게 들렸다. 아저씨는 그 산에선 멧돼지가 개들보다 빠르다고 하셨다. 그 와중에 아저씨는 "그니깐 달리기 못허는 친구한테 돼지같다고 허지말어~'" 농담을 날리셨다. 암벽이나 막다른 곳으로 몰지 않으면 개가 뛰어서 잡을 수 없어서, 개들이 산의 지형을 알고 몰아서 상대한다고 했다. 무식하고 힘쎄고 사나운 개는 사냥을 할 수 없다는 아저씨의 말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거의 엉금 엉금 기어간 산을 멧돼지는 시속 40km/h 이상으로 달린다고 하니, 갑자기 그 속도로 나에게 달려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짖는 소리가 들리는 곳에 도착해서 암벽 밑을 내려다봤다.
먼저 선발대로 나섰던 대장이, 나비, 리타가 멧돼지를 암벽이 뒤인 곳에 몰아놓고 세방향을 둘러싸고 컹컹 자신감 있는 짖음을 하고 있었다. 멧돼지는 킁- 킁- 소리를 내며 대치하고 있었다. "와..." 야생 멧돼지는 처음봐서 넋이 나가있는데, 아저씨는 동네 고양이 보듯 '똘돼지네" 하셨다. 작은 돼지란 뜻이셨다. 개들을 보고 공격 자세로 털을 가득 세우고 있고 공포심에 착각을 일으켜 300kg는 되보였다. 나중에 그 멧돼지가 150kg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좀 민망해졌지만. 선발대들 3마리가 멧돼지를 세방향으로 포위하여 묶고 있으니 후에 뒤따라오던 탱크 타이슨이 왔다. 그러자 개들 무리의 자신감이 커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대장이가 먼저 나서서 멧돼지의 후방 뒷다리를 살짝 찝어 무게 중심을 흐트러뜨렸다. 그러자 나머리 네마리가 동시에 달려들어 말그대로 멧돼지를 묶었다. 그 순간 "꾸웩!" 하면서 멧돼지의 신음소리는 산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는 다섯마리의 사냥개들을 더욱 흥분 시켰고, 눈빛이 아예 다른 개들 같았다. 견사에서 엉덩이나 들이밀고 발그릇에 발을 빠뜨리던 개들이 전혀 아니었다. "철컥." 아저씨가 총을 장전을 하자 개들 5마리가 동시에 아저씨를 힐끗 쳐다본다. 사냥을 할 때 무리의 리더가 대장이에서 털보 아저씨로 옮겨지는 순간이였다. 그 장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게, 개들이 마지막을 해결하는 리더를 보는 표정이였다. "탕!" 멧돼지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산은 거짓말이라고 한듯 다시 조용해졌다. 속으로 다음엔 멧돼지로 태어나지 말고 평온하라고 명복을 빌어줬다.
멧돼지의 숨이 멈추고 나서 달려드려고 망설이는 개들에게 "그만. 가자" 이 한 두마디에 개들은 그만뒀다. 이 때도 아저씨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차에 타라고 했을 때처럼 아저씨는 리더로서 명확하게 해야할 것을 알려주셨다. 아저씨는 똘돼지는 산에 두고 와도 된다며 내려가자고 하셨다. 산에 내려오셔서야 "볼만혔어?" 하고 분위기를 풀어주셨다. 고향역을 부르고 순대국을 깍두기와 흡입 하시던 털보 아저씨로 다시 돌아오신듯했다. 견사에 돌아와서 개들에게 돼지를 푹고아서 끓인 고기국과 사료를 섞어주었다. 아저씨는 저녁으로 삼겹살을 고속버스 의자에 앉기 힘들 정도로 사주셨고, "사냥하고 개에 빠지면 나처럼 되니까 너무 빠지진 말고. 공부 열심히하고 머리 식히러 종종와" 하셨다. 그 이후로도 털보 아저씨를 종종 만나뵈었고, 그 때 배운 리더쉽은 개를 대할 때 너무나 큰 경험이 됐다.
왜 나는 털보 아저씨를 보고 리더쉽을 느꼈을까? 현대의 개들은 집이든, 산책할 때든 개들이 느끼기에 수 많은 불안하고 두려운 자극을 마주친다. 그것을 마주쳤을 때 리더쉽있게 내가 먼저 판단해주고 해결해주는 보호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수 많은 개들은 불안, 공포, 흥분 속에 산다. 대부분 아저씨처럼 해야할 것을 명확한 태도로 정확히 이야기 해주지도 못한다. 털보 아저씨는 개들에게 리더를 넘어선 슈퍼 히어로였다. 도시에서 만나는 일반적인 자극과는 차원이 다른 산과 멧돼지. 개들이 느끼기에 생명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멧돼지를 마지막에 처리할 수 있는 사람. 긴장이 되어도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고 당당하게 분위기를 끌어주는 사람. 털보 아저씨는 리더를 넘어선 슈퍼 히어로였다. 그 이후로 만난 사냥꾼 아저씨들과 사냥개들의 신뢰는 내가 본 개들과 인간 관계중에 가장 돈독해보이는 것중에 하나였다. 개들이 사냥을 나가서 다쳐서 산에서 응급 치료를 할 때나 그 상처를 살펴보려고 안아줄 때 개들은 아저씨들을 물거나 거부하지 않았다. 리더가 해주는 것을 개들은 온전히 믿었다.
리더쉽을 갖추는것을 어려워하는 보호자님들께 이 말을 하고 싶다. "보호자님, 걱정 마세요. 그래도 만나는게 멧돼지는 아니잖아요." 멧돼지를 앞에 두고도 개들을 진두지휘하며 총을 철컥 장전하던 아저씨의 행동과 눈빛은 아직도 내가 기억하고 있다. 그 속에 개들에게 평온함을 줄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