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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도윤 Jul 20. 2023

부정하는 것 보단 인정으로

일기쓰기

어릴 때는 흐지부지하게 살았다.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자세히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왔더니 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내가 누굴 만나도, 무엇을 배워도 나에게 맞는 건지 잘 파악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나를 알고 싶었다. 내가 누구인지. 나의 내면이 어떤지.





처음에는 일기를 썼다. 일기 쓰는 게 오글거렸다. 솔직하게 쓰지도 못했다. 일기는 나에게 어려운 존재였다.  그만 둘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딱 노트의 1/3만 채워보자'라는 생각으로 써 내려갔다. 초반에는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나열했다. 그러던 와중에 어느 하루는 내 마음이 울먹거리고 있었다.  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내 일기노트에게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때 처음으로 나의 마음을 보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하루 있었던 일들보단 내 마음을 써 내려가는 날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딱 1/3만 채워보겠다는 다짐을 넘어선지 오래됐다.  나를 알아가게 되니 일기 쓰는 게 힘들다는 생각은 없어지기 시작했다. 펜으로 쓰다 보니 손목이 아팠지만, 더 많은 생각들을 쓴다는 것이 재밌었다. 그리고 노트가 거의 채워졌을 때 노트를 다시 훑어봤다.


나는 긍정을 많이 생각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일기 노트를 보는 순간 슬픔과 아슬아슬한 내 마음이 가득했다. 그렇다. 긍정의 날은 부정의 날에 비해 적었다. 나에겐 충격이었다. 내가 긍정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니 슬픔이 많이 있다니.  그때 처음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본 순간이었다.


그렇게 착각하고 한동안 더 많은 슬픔을 느꼈다. 내가 나를 부정했다. 나는 부정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그저 이 슬픔이 빨리 날아갔으면 했다.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놀고 운동도 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슬픔은 날아가지 않았다.  왜이리 슬픔이 없어지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다. 아, 나를 부정하고 있어서 계속 슬픈 거였구나 하고 깨달았다.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부정하고 있을 때 더 많은 슬픔과 우울이 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착각과 자만심은 가지지 않기로 했다. 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 라고 인정했다. 나를 인정한 삶을 살기 시작했다. 무언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더 나아가 계단을 한 개 올라간 느낌이었다.



내면을 처음 보게 된 순간은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장점도 있을 테지만 단점을 더 집중적으로 보게 된다. 단점은 부정하기 쉽다.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할수록 나를 더 알아가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나의 단점도 인정해야 나를 더 알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단점을 인정하고 바꾸려고 노력한다면, 단점이 장점으로 바뀔 수도 있다. 나의 내면을 인정해야 긍정으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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