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받고자 대출한 책 2권
나와 연애하면서 J는 감정에 솔직한 편은 아니였다. 하지만 이별 당시만은 J가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어쩌면 내가 너무 많이 울고 있어서, 그래도 연인으로 지냈던 사람이 슬픔 감정을 토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J가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헤어지는 순간에는 이제는 남이 되어버린 내가 J의 마음속에서 어른거리길 믿고 싶었다.
그동안 쌓아둔 감정을 눈물로 정말 많이 쏟아낸 날이었다. 이별 통보 후, J한테 (마음에도 없던 말이지만) 먼저 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 마음을 어떻게 읽은 건지 J는 내가 자리를 뜰때까지 눈물이 살짝 맺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내가 진정할때까지 기다려줬다. 같이 시간을 보냈던 나에게 해준 배려였다. 비록 '좋아한다' '사랑한다'라는 사랑의 표현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지만... 그래서 더욱 잊는게 힘들지도 모른다.
헤어졌다. 네 글자를 눈물 없이 담담히 말할 수 있게 된 건 사랑했지만 이별을 겪은 남녀가 각자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를 펴낸 책을 읽고 묵혀있던 나의 감정을 모두 쏟아낸 이후다.
우연히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드라마 예고편을 본 후, 이 책이 너무 읽고 싶었다. 절판이라 책을 구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근처 도서관에서 대출했다. 감정이 절제되어 있는 남자 주인공 준코의 시점에서 전남친 J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아 정말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의 시점에서 같은 사랑 이야기를 읽었을 땐 난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계속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홍이의 이야기는 새벽에 읽었는데, 결국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출근했다.
헤어짐이 슬픈 건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만남의 가치를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그 빈자리 속에서 비로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p.109)
이별을 겪은 분에게 바로 이 소설 책을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진 않다. 남녀 각자의 시점에서 눈물샘이 폭발하게 될테니깐. 물론 감정을 완전히 쏟아내면서 마음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긴 했지만, 조금 더 늦게 이 소설 책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