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창에서의 우리 대화는 냉랭했고, 통화하면서도 내가 서운함을 토로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J의 반응에 나는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나 별로 안 좋아하지?'라는 질문을 던졌고, 돌아온 대답은 '그건 아닌데...'였다. 나만 붙잡고 있던 관계였을까... 눈물이 차올랐지만 내가 내뱉을 수 있었던 말은 '내일 보자'였고, 성급히 통화를 마무리했다.
J의 근무시간은 9 to 6인 반면, 나의 근무시간은 1시-8시 반이다. J로부터 퇴근한 후 '운동 갈 거고, 끝나고 기다릴게'라는 연락을 받았다. 약속은 9시 반 정도로 잡았다. 그리고 퇴근하면서 오빠한테 연락을 남겼지만, 식당 앞에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 연락이 안 됐다. J는 잠들어서 약속시간에 1시간이나 늦은 적이 한 번 있었다. 그래서 잠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전화로 깨울 수 있길 바라며 전화를 몇 통 했고, 비몽사몽 전화를 받은 오빠는 예상했듯이 "잠들었었어"라고 말했다.
화가 났다. 오지 말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얼굴을 보지 않고 또다시 소통의 부재로 오해가 생길까 봐 '먼저 주문하고 있을 테니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와인 한잔을 이미 다 비우고 파스타를 먹고 있던 도중 J는 도착했다. '많이 기다렸어?'라고 물어본 그에게 난화가 났지만 왜 늦었는지 물어봤다. 운동하고 피곤해서 잠들었는데, 핸드폰을 다른 방에서 충전해서 전화를 늦게 받았다는 J의 답변은 내 화를 더 돋웠다. 잠들 수 있지만 저녁 약속을 했는데, 벨소리를 못 듣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못한 거에 '날 별로 신경 쓰지 않는구나' 느꼈다. <He made me feel less-than>. 난 J를 많이 좋아했지만 그동안의 서운함이 폭발하면서 내가 더 이상 아파하지 않을 방법은 '이별'이라고 결론 내렸다.
J는 나의 이별 통보가 너무 갑작스럽다고 했다. 우리 관계가 처음보다 불안정한 걸 느꼈지만, 오늘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고 했다. J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내가 다 맞춰주다가 최근에 내가 삐그덕거린 거라 쉽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달랐다.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기 때문에 때론 괜찮지 않지만 거짓된 '괜찮다'로 상대방을 안심시키니깐.
난 J에게 "많이 좋아했어. 매 순간 곁에 있고 같이 추억을 쌓고 싶었는데... 괜찮다고 거짓말해서 미안해..."라고 이별을 통보했다. 내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걸 본 오빠도 눈물을 흘렸고 아무 말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게 기다려줬다. 어쩌면 시작부터 확고한 결심이 서지 않았던 J은 연애하는 내내 그 마음을 똑같이 간직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해서 시작한 관계였고, 감정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상처받았던 건 나니깐. 오빠는 변하지 않은 채 연애를 시작하기 전 '걱정이 앞섰던' 남성 그대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