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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icaldh Sep 11. 2024

우리의 첫 만남

어대에서의 첫 만남

나는 J를 러닝크루에서 만났다. '키가 큰 사람이구나'라는 첫인상 이외에는 특별히 기억하는 건 없다. 나중에 우리가 연인이 되어 서로의 첫 만남을 각자 다르게 기억했다는 게 신기했지만, 내 기억엔 없지만 정기런에서 한 번쯤 스쳐 인사했을지도 있다정기런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페이스별로 나눠서 뛰고 스트레칭하면서 인사 정도만 한다. 뒤풀이를 가지 않는 한 이름조차 모른 채로 지내기도 한다.


내가 기억하는 J와의 첫 만남은 어린이대공원벙이었다. 트레일러닝 대회에 같이 참가했던 멤버 Y와 둘이 뛰기 위해 러닝단톡에 벙을 열었다. 어차피 둘이 뛸 생각에 참석자들을 신경 쓰지 않았지만, 세 명이나 참석을 눌렀고, 그중 J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Y와 러닝에 대해 많은 대화를 했었고, 첫 트레일러닝 대회를 나가고 나서 제대로 훈련해서 기록 단축의 욕심이 생겨 Y와 함께 뛰면서 팁을 얻고 싶은 마음에 벙을 열었다. J와는 가까워질 거라 상상도 못 했었다.


어린이대공원 붕어빵 코스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페이스 600으로 뛰었고, 난 그 당시 대회도 많이 나갔고, 자주 편에서 별로 어렵지 않다고 했지만, Y를 제외한 세 명은 힘들다고 했었다. 특히 J도 꽤 많이 힘들어했는데, 러닝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라 J와 접점이 많이 없었는데, 우리가 사귀었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다.


러닝 후 헤어지기 아쉬워 음료수 한 잔 하자며 A가 근처 편의점까지 걸어가자고 했지만 의자가 있던 편의점까지 꽤 걸어가야 했다. 곧 추석이었기 때문에 서울에 가족들이랑 지내고 있거나 지방으로 아직 내려가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면서 다섯 명은 모두 웃으면서 땀을 식혔고, 해산한 후 J와 S 셋이서 집에 가기 위해 군자역에서 뚝섬한강공원까지 뛰어갔다. '벙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인사해요' 정도의 말이 오가고 헤어졌다.


그 이후 정기런에서 J를 본 건 한 번도 없었다. 그를 다시 만난 게 된 계기는 방송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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