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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 Jul 25. 2024

통증의 시작

-myalgia... 온몸이 다 아파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처음엔 그게 꿈인가 싶었고 꿈이길 바랐지만 아니었다.


2019년 초여름 중간고사 시즌이었다. 나는 그즈음부터 건강에 관심도가 높아져 운동과 식단에 빠지게 되었다. 매일 3시간 그 언저리를 운동에 투자했을 정도로 내 하루는 운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매일을 그렇게 하다 보니 운동은 원래 내 삶의 루틴 마냥 자연스러워졌고 그 생활을 이어나가던 중이었다. 나는 달라지는 몸을 보며 성취감을 느꼈고 이 성취감을 다른 사람들도 알면 좋겠다는 정말 단순한 생각에 피트니스 트레이너를 꿈꾸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정확한 운동 방법을 배우기 위해 pt를 시작했고 그 이후 더욱 열심히 운동을 했다. 전에는 개수만 채우는 운동 방식이었다면 근육의 자극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근육의 비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졌다.


그렇게 수업에 열심히 임하던 어느 날, 등 운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오른쪽 날개뼈 부근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났고 동시에 나는 통증을 느꼈다. 하지만 트레이너 선생님께서는 등 운동을 할 때 아픈 건 당연한 일이라며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셨다. 후에 이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알았다면 나는 그날의 나를 찾아가 병원으로 끌고 가고만 싶다.


나는 이후에도 매일을 아파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근육이 성장하는 거라고 하시던 트레이너 선생님의 말씀에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렇게 앓다가 한 달 후에는 너무 아파 헬스장 밑층에 위치한 신경외과를 가게 되었다. 거기서는 x-ray상으로는 별 이상이 없으나 근육이나 인대 쪽에 문제가 있는 것 일수도 있으니 체외충격파를 처방해 주셨고, 이후에는 물리치료와 도수치료만을 처방해 주셨다. 하지만 나는 호전이 없었고 오히려 전보다 더욱 악화되었다.  


17학번이었던 나는 2학년 중간에 전과를 해 2019년도에 학년은 3학년이었지만 2학년과 다름이 없던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해야 했던 상황이었는데 갈수록 심해지는 통증을 스스로 이기지 못했고 '완벽하게 하지 못할 거면 그냥 하지 말자' 주의였던 나는 한 학기를 날리고 유예를 하기로 했다.


나는 사실상 명확한 원인은 찾을 수 없었기에 간간히 물리치료만을 했을 뿐 별다른 치료를 하지 못했다. 나는 당시에 편두통 때문에 진료를 꾸준히 보고 있던 신경과에서 증상을 이야기하고 진통제와 근육이완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NSAIDs계열의 진통제들이었는데, *TID로 처방을 내주셔서 할당량을 모두 먹었음에도 통증에 시달렸다. 당시에 내가 외래 때마다 하던 말들이 있었는데 "온몸이 아파요", "너무 아파요", "왜 아픈 걸까요?"였다.

▲ 이건 당시의 의무기록 사본 일부인데 내가 한 말을 그대로 적어두신 게 웃겨서 찍어두었었다.


명확한 원인을 모른 채 매일 반복되는 통증에 나는 우울함이 극에 달하게 되었고 그 과정을 지켜보고 계시던 신경과 교수님께서는 척추에 이상이 있으면 아픈 경우도 있으니 척추센터에 *협진을 내주겠다고 하셨다. 그 길로 나는 새로운 과인 척추센터에 가게 되었다. 교수님께서는 미리 처방을 내주신 x-ray를 확인하시고 "디스크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에도 아플 수 있는데 사실 x-ray상으로는 이상이 있어도 명확히 보이지 않으니 MRI를 찍어보는 것이 좋겠다"라고 하셨다. 하지만 MRI상으로도 나는 정말 문제가 단 한 가지도 없었다. 신경을 누르는 디스크도 없었고 척추도 닳은 곳 하나 없이 깨끗했다. 눈에 보이는 원인이 없었기 때문에 교수님께서는 통증 조절을 하는 것을 목표로 진통제를 처방해 주셨다. 그리하여 나는 또다시 진통제를 먹게 되는 굴레에 빠지게 되었고 이제는 전보다 더 강한 진통제에 내 모든 날들을 맡기게 되었다.


그렇게 아픈 와중에도 나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운동을 계속해 나갔으며, 통증에 익숙해질 때 즈음 다시 피트니스 트레이너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쇠 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번만큼은 꼭 꿈을 이루겠다며 나는 집 근처에 위치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들이 주어지지는 않았기에 초반에는 무난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이틀 차부터 일의 강도에 비해 몸이 이상하게 많이 고된 느낌이었고 일반 근육통보다는 훨씬 센 강도의 통증이 등이 아닌 전신으로 몰려왔지만 지금까지 그랬듯이 이번에도 진통제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내 마음대로 진통제 연명을 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아침, 나는 출근을 위해 아침 일찍 눈을 뜨게 되었는데 그와 동시에 나는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다. 내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 한 마디만이 겨우 움직였고 누군가 나를 바닥에 붙여놓은 듯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가위에 눌린 건 아닐까 싶어서 눈을 감았다 떠보았지만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5분이 지난 후 나의 몸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짧은 찰나에 "내 몸이 이렇게 영영 굳어버리는 건 아닐까?",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등의 두려운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힘겹게 출근을 해낸 그날, 나는 출근을 하자마자 또다시 내 몸을 휘감는 극심한 통증을 겪어야 했다. 그렇게 나는 그날 내 몸을 원망하며 첫 번째 꿈을 접어야만 했다.



* NSAIDs(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해열, 진통, 항염증 효과가 있다. 부작용이 큰 스테로이드 화합물을 대신하여 염증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약물들을 총칭하여 부르게 되었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아스피린, 록소프로펜, 아세클로페낙 등이 있다. [네이버 : 약학용어사전]


*협진(협의진료):병원의 진료행위수행에 있어서 여러 명의 의사가 상의를 하여 당해 환자 또는 질환에 대하여 서로 협력하는 것.


*TID(Ter In Die):하루 세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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