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올림픽공원에 축제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우리 집은 올림픽공원에서 6~7km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교통편이 불편해서였는지, 택시비가 아까워서였는지,
그날 아버지는 나와 동생의 손을 잡고 그 길을 걸어가셨다.
6월의 볕 아래에서 초등학생이었던 우리는 덥고, 힘들고, 목이 마르다고 징징 거렸다.
아직도 멀었냐고, 왜 이래 머냐고, 가기 싫다고 짜증을 냈다.
아버지도 짜증을 내면서 이것도 못 이겨내냐고, "걸어!"라고 윽박을 지르셨다.
결국 목적지에 도착도 했고, 축제도 봤다.
하지만 우리는 그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다.
좋은 목적과 기분으로 시작했지만 끝은 좋지 않았다.
요즘의 나는 그 시간을 되돌려서 생각해 본다.
그때의 아버지보다 7~8살은 더 먹은 지금의 나라면 나의 아이들에게,
왜 걸어가려고 하는지,
거리는 얼마나 되고, 어떤 경로로 갈 것인지,
가는 길에 필요하면 급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도저히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면 플랜 B는 무엇인지,
성공을 했을 때 우리는 어떤 걸 배우게 될지,
이야기를 해주고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 회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불투명한 의사결정과 배경 설명이 없는 결정들, 갈팡질팡하는 방향성에 대한 불만들.
어릴 적의 나처럼 '목적과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고,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감도 잡히지 않고,
리더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을 때,
구성원들의 불만은 팽배해질 수밖에 없다.
리더들은 생각을 해 봤으면 좋겠다.
당신은 이 일을 해야만 하는 목적이 분명한가요?
당신은 이 일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충분히 고민하고, 그 길을 알고 있나요?
당신은 돌발상황에 따른 플랜 B를 가지고 있나요?
당신은 이 일이 어떤 기대효과를 달성할지 가늠이 되나요?
내가 아이를 키우 듯 팀원들에게 가이드를 준다면,
내가 팀원들에게 말하는 "이렇게 일해"처럼 일한다면,
좀 더 나은 리더십을 발휘하고, 더 나은 조직의 문화를 만들 수 있을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