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by 박도현

강 건너 가로등과 달, 그리고 앞에 놓인 낚싯대와 방울. 간간이 불어오는 강바람과 기필코 낚겠다며 크게 부푼 기대. 친구들과의 도란도란한 이야기, 그 속에 스민 추억. 세상에 무너져야 할 이유는 너무 많지만, 몇 안 되는 받쳐주는 이유가 견고하다.


바람이 머문다.

차창을 열어 손 내밀며 바람을 잡아도, 고개 들어 맑은 하늘을 봐도, 붉은 구름을 봐도,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를 봐도, 내내 갇혀 있던 마음 한 켠이 터져 나온다.


이럴 때 문득 깨닫는다. 꼭 거창한 계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마음 하나 바꾸는데, 이만한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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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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