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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꽃 Feb 23. 2021

실수는 새로운 도전이다

실수하는 나를 마음껏 응원해주자

인생의 새로운 계획을 준비하는 마음속에는 기대와 걱정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잘할 수 있을거라는 마음으로 미래를 기대하다가 어느 순간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소심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글쎄, 명확하게 잘 된다 안 된다 알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사람의 인생 계획 결과는 바둑판 흑돌과 백돌처럼 정확하게 나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가끔 취업을 앞둔 주위 젊은 친구들이 묻는다.


 “제가 실수하지 않고 잘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는 ‘실수하면 잘하지 못하는 것’이란 불안한 마음이 엿보인다. 나는 10년 전만 해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여리디여린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까 싶어 무조건 “당연히 잘할 수 있지”라는 말로 위로했다. 아니, 그 말은 어른으로서 당연히 해주어야 할 말이었기에 기계적으로 입에서 나왔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어른의 관점이 바뀐 지금의 나는 대답도 달라졌다.


“아마, 실수할 거야. 실수해서 듣기 싫은 소리도 듣고, 자존심도 상하겠지. 집에 돌아와서 머리를 쥐어뜯을 만큼 자신에게 화도 날걸. 그런데, 실수하면서 배운 건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아. 가슴속에, 머릿속에 남아서 같은 실수를 줄여주지. 차츰 실수가 줄다 보면 그때부터 잘하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


이런 대답을 하는 나는 첫 직장인 방송국에서 실수투성이로 유명했다. 어린이 방송 인형극 팀에서 일을 시작했던 날부터 내 자존심은 을 뚫고 지구 핵까지 도달할 만큼 바닥을 쳤다. 출근 첫날부터 한 달 정도 지날 때까지 선배들은 내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고, 그들은  “안녕하십니까?” 반갑게 90도 인사하는 나를 눈에 보이지 않는 떠돌이 영혼처럼 지나쳤다. 예상치 못한 그들만의 신고식은 소심한 나를 주눅 들게 했다. 마음으로, 머리로 ‘잘해야 돼”란 말을 수천 번 되뇌어도 막상 일을 시작하면 온몸이 얼어 버린 듯 굳었다. 재빠르게 움직이고 이해해야 하는 녹화장에서 자주 실수를 했고 덕분에 내 별명은 ‘어리바리 막내’였다.

특히, 지금도 잊히지 않는 ‘대가리’ 사건은 내 몸속에 있는 눈물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짜낸 사건이다. 한창 녹화가 끝나고 잠깐 쉬는 시간. 담당 피디의 지시를 받는 이어폰을 낀 채 무심코 카메라 앞을 지나 화장실로 가는데, 날카로운 소리가 귀를 멍멍하게 했다.

 “야! 방금 카메라 앞으로 지나간 시커먼 대가리 누구야?”

순간, 주위 사람들은 나를 보며 키득키득 웃었고 해당 카메라맨은 능글맞게 나를 쳐다보며 “어리바리 막내 대가리네요.” 라며 놀리듯 말했다. 나는 몇 주 동안 받은 서러움이 북받쳐올라 “그래! 내 대가리다!” 외치고 싶었지만, 죄송하다는 소심한 말만 남기고 화장실로 들어가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날 밤 내가 하는 실수에 대해 진지하게 파악해 보기로 했다. 그동안 했던 실수들을 적어 내려가며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방법도 함께 생각했다.


<실수 및 개선 방법>

1. 휴식시간에 카메라 앞쪽으로 다닌다

    > 쉬는 시간에도 무조건 카메라가 뒤쪽으로 다니자

2. 가끔 지시 용어를 이해 못 한다

    >자존심 상해하지 말고 선배들에게 묻고 또 묻자

3. 녹화 중 갑자기 요구되는 소품들을 찾지 못한다

    > 대본을 철저히 숙지하고 혹시 요구될 수 있는 소품들을 선정하여 미리 준비하자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개선 방법대로 카메라 동선을 체크하고 쉬는 시간에도 카메라 녹화 상태 여부를 살폈다.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날에는 한 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 그날의 일정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날 이후 ‘어리바리 막내’란 유쾌하지 않은 별명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나는 실수를 바이러스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시간이란 약과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란 약으로 치유되는. 그렇기에 실수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 없다. 두려움은 나를 나약하게 만들고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처럼 실수를 반복하게 한다. 사람이기에 실수하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다. 실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 실수했을 때 나의 태도가 중요하다. 같은 실수가 반복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반복되지 않게 노력해야 하는 것은 나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수한 자신을 너무 자책하지 말기를 바란다. 실수를 한다는 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험해 보지 않은 일에 용감하게 도전한 우리는 자신에게 실수할 시간을 허락해 주어도 괜찮다. 그 시간은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능숙해질 수 있다.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나를 사랑하고 부족할 수도 있는 내 모습을 인정하면서 배워 나간다면 분명히 한 단계 발전한 나를 만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더 나은 내일의 나를 만들기 위해 실수하며 고군분투하는 오늘의 나를 마음껏 응원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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