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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꽃 Nov 01. 2021

가장 힘들었던 주말을 보내고

엄마, 괜찮아요!

주말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토요일 아침 7시 30분.

딸아이의 코로나 확진 결과 전화에 가족 모두 너무 놀라고 두려웠습니다.

당장은 이상 증상이 없지만, 점점 더 아파질까 봐...

혼자 생활 보호소에 들어가면 얼마나 무서울까...

가족 중 더 확진자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우리가 모두 확진이라면 강아지들은 어떻게 하나...

딸아이의 몸 걱정부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까지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 같은 학교의 다른 반 친구가 확진되고 고등학교 2학년 전수 검사를 받았을 때 음성이었던 딸아이.. 며칠 후 같은 반 친구가 확진되며 또다시 받은 검사에서 확진이 되었습니다.

두려움과 나름의 억울함에 딸아이는 "난 엄청 조심했는데.. 그 친구랑 친하지도 않은데.."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열이 나거나 아픈 곳이 없으니 금방 나을 거라고 아이를 달래놓고, 남편과 아들과 함께 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검사장에 길게 늘어선 줄 사이에 서서 온통 머릿속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보건소와 시청 담당자의 전화와 문자 폭탄 속에 하나하나 답변해가며 시간이 지나니 조금 마음이 진정되었죠.


다음 날인 일요일, 남편과 저 그리고 아들의 음성 문자가 왔습니다. 딸아이는 너무 기뻐했죠. 본인 때문에 가족이 확진될까 봐 내심 걱정과 불안에 떨던 아이는 활짝 웃어 보였습니다.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2주일이 지나지 않은 남편과 나. 10일간의 자가격리가 확정되고 2차 접종 완료 2달이 지난 아들은 자가격리를 피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일주일 뒤에 다시 검사를 해야 하지만요.

생활치료센터 자리가 바로 나지 않아 하루를 집에서 보낸 딸에게 이제, 데리러 오겠다는 보건소의 전화가 왔습니다. 꼼꼼하게 챙겨놓은 딸아이의 짐에 바이러스를 사멸하는 소독약을 뿌리면서 참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이런 소독약을 사서 챙겨 놓은 것이...


똑똑 두드리는 현관문 소리에 빼꼼히 문을 여니 방호복을 입은 직원이 종이가방을 주며 딸아이가 착용하고 나올 방호복을 넘겨주었습니다. 아이의 머리와 몸에 방호복을 두르며 마음이 또 한 번 아려옵니다.

밖까지 배웅도 못하는 이별...

안아주지도 못하는 이별...

그저, 베란다 창문에 붙어 우리 아기 차에 잘 타나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딸아이를 보내고 환기를 시키며 아이가 머물렀던 방에 지독한 바이러스 소독약을 뿌렸습니다. 소독약을 뿌리며 또 마음이 무너집니다. 아이가 급하게 벗어놓은 옷을 비닐장갑 낀 손으로 잡고 차곡차곡 정리해 한쪽으로 밀어놓고는 이불 위, 옷, 책상, 인형 위로 칙칙 나의 눈물과 섞인 소독약을 뿌리고 바닥을 닦았습니다.

"아이가 생활치료센터로 가고 나면, 환기시키면서 하루 뒤에 이불과 옷을 뜨거운 물에 세탁해 주세요. 아파트 현관이나 외부 소독은 저희가 바로 진행할 겁니다." 보건소 직원의 말을 기억하고 나의 할 일을 성실하게 실행했습니다.

생활 보호소에 도착한 딸은 저녁 식사 전 간식을 받았다면서 사진도 보내고, 같은 방에 아주머니 한 분도 계시다는 말을 전해왔습니다.

"기침도 안 나고, 열도 없고, 아픈데도 없어. 엄마 나 괜찮아요!" 이 말에 울컥 울음과 웃음이 동시에 납니다.

딸아이는 정성스럽게 자신의 도시락 사진과 간식 사진을 보내고, 강아지들의 사진을 꼭 찍어서 보내라는 말도 잊지 않습니다. 아침 8시 40분부터 3시 30까지는 학교 원격수업이니 연락하지 말라는 말도 야무지고 꼼꼼하게 잊지 않네요.


창밖을 보니 흐린 날씨 속에 붉은 가을이 보입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의 색이 처량하게 느껴지다니!

자꾸 바닥으로 가라앉는 거 같아 다시 생각을 바꿔봅니다.

하루에 한 곳씩 온 집안을 청소하자.

열심히 반짝반짝 청소해 놓으면 딸아이는 집으로 돌아와 분명히 이렇게 말할 겁니다.

"웬일이래~ 대박!"

피식 웃음이 납니다.

요즘 글도 쓰지 않고, 게을러졌다고 나를 다그치던 딸아이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미간을 찌푸리며 근엄하게 나를 바라보던 고등학교 2학년 우리 딸.

딸이 돌아왔을 때 야단이 아니라 칭찬 좀 받아봐야겠습니다.

딸아이를 생각하며 다시 돌아본 가을 나무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입니다.

이건, 착각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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