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빠지면 나가기 힘들어!
참 이상하다.
분명히 엄마가 다시는 나(보리)와 토리를 무릎에 앉히지 않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나는 무릎에서 편하게 늘어져 있다.
TV에서 개통령 훈련사님이, 나와 토리와 같이 가족에게 붙어 있으려는 강아지에게 애정과 무릎을 내주지 말라고 했을 때 정말 놀랐다. 엄마가 "맞아! 맞아!"를 연발하면서 우리를 쳐다봤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낙동강 오리알... 인.. 거야?'
토리와 나의 슬픈 눈빛이 마주쳤을 때, 그리고 엄마의 결연한 의지가 보이는 얼굴을 봤을 때 이제 아기 짓은 글렀다고 생각했는데 걱정과 달리 엄마의 의지는 10분을 넘지 못했다.
어떻게 10분을 못 넘기지...
생각해 보면 엄마는 매일 살 뺀다고, 다이어트한다고 말하지만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다.
"말리지 마! 나 오늘부터 다이어트한다!"
엄마의 말에 아빠도, 언니도, 오빠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하긴, 몇 년 동안 지키지 않는 말이니 반응이 없지..
아무도 엄마가 다이어트한다고 말린 일이 없는데 말리지 말라고만 한다.
지난밤, 엄마가 토리와 나를 안고 누웠을 때 우리 귓속에 대고 말했다.
"에휴, 나는 글렀어. 나는 안돼. 이미 중독돼서 안된다고."
중독이라니... 엄마가 어떤 중독이 된 건지 걱정이 되었다.
"나는 우리 토리, 보리한테 중독됐어! 강아지 중독이야! 이렇게 귀여운 강아지한테 어떻게 중독이 안될 수 있어.. 개통령님 죄송해요~ 전 이미 중증이에요!"
아하! 그런 거구나...
솔직히 나는 엄마가 강아지 중독이라는 게 나쁘지 않다.
왜냐면 매일 수시로 뽀뽀받고, 귀엽다 사랑한다 안아주니까!
조금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나도 토리도 어쩔 수 없다. 엄마가 너무 좋아서 매일매일 우리를 안아줬으면 좋겠다.
엄마가 오랜 시간 외출하시면 나는 엄마 냄새를 찾아다닌다. 엄마의 체취가 남아 있는 물건을 찾으면 바로 코를 박고 엄마를 생각한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엄마가 오시면 심장이 쿵쾅! 쿵쾅! 너무 신나서 거실을 뛰어다닌다. 이제 조금 있으면 7살이 될 거니까 의젓해지긴 해야 되는데 잘 안된다.
지금도 엄마는 우리의 발을 만져주고 엉덩이를 두드려 주신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아이 예쁘다!"라고 말해주신다. 몸이 노곤노곤해지고 눈이 감긴다.
이 순간 엄마의 '강아지 중독'이 참 마음에 든다.